집값 폭등과 투기의 책임은 자본주의와 문재인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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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월 27일 노동자연대가 연 온라인 토론 ‘집값 폭등과 금융 투기’(영상보기)의 발표문을 보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출범 후 22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조만간 23번째 부동산 대책(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자주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책들이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은 상승일로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자료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52퍼센트나 올랐다. 12년 전인 2008년과 견주면 갑절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중위 가격도 2억 2600만 원에서 3억 6800만 원으로, 62.8퍼센트나 뛰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려고 경제 위기와 유동자금의 투기화를 탓하고 있다.
물론 경기부양을 이유로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낮춰 온 것은 사실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생산에 투자되지 않고 자산(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지난 5월 통화량(M2)이 3000조 원이 넘었다. 넘쳐나는 유동성(자금)이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은 가계 부채를 증가시켜 금융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 최근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7.9퍼센트에 달해 39개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증가 폭도 홍콩과 중국에 이어 셋째로 컸다.
한국은행이 6월 24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까지 가계 부채는 1611조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6퍼센트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5.7퍼센트로, 가계 부채 증가를 이끌었다.
빚은 늘어나는데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아,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분기에 163.1퍼센트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간 더 지속되면 약 76만 가구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 가계 부채가 금융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가계 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은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여 준다.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이 투자에 이용되지는 않고, 경제를 성장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주택 가격을 끌어올려 노동계급을 비롯한 서민층의 주거 여건마저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경제 침체로 고용과 임금마저 악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임대사업 활성화로 투기붐 일으킨 문재인 정부
한국에서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빚내서 집 사라”는 이전 정부들의 정책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는 등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 경기 부양에 힘썼을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금을 줄이고 온갖 특혜를 부여하며 집값을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첫해에 세금 감면을 골자로 한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2014년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담보대출을 증가시켰다. 이어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재건축 조합원 주택분양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집값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율도 2015년 10.9퍼센트, 2016년 11.6퍼센트로 급속하게 높아졌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가 금융 불안정성을 높일 것을 우려한 문재인 정부는 가계 부채 증가를 막는 데에 초점을 뒀다. 정부는 거듭 부동산담보대출을 억제하고, 투기 지역을 지정하는 등 대출을 조여서 집값 상승을 막으려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기도 했지만, 세금 인상이 미미했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모두가 빚을 내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임대주택에 살더라도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이를 포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뜻하는 바는 저렴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친시장적 정부답게 문재인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예컨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자신의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선 우리는 내 집이 최선이고, 공공임대주택은 차선이며, 민간임대는 최악이라는 구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우리 실정에 맞는 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의 주거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17년 8·2 부동산 대책, 그해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껏 신고도 안 하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던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등록시키고, 민간 임대주택을 8년 이상 장기 임대하도록 하고 임대료도 5퍼센트 이하로만 올릴 수 있도록 규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대신에, 등록한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부여했다. 집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것이다. 정부는 민간 장기 임대를 유도한다면서 8년 이상 집을 빌려준 임대사업자에게는 양도소득세 70퍼센트를 감면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택 매각으로 5억 원의 차익이 났다면 3억 5000만 원은 공제하고 나머지 1억 5000만 원에 대해서만 세율을 곱한다는 뜻이다. 양도세가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종부세 합산에서도 제외해, 주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종부세 누진과세를 면제해 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종부세나 양도세 걱정하지 않고 엄청난 매매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됐다. 그러자 다주택자들뿐 아니라 1주택자들도 임대사업자 등록과 주택 사재기에 나섰다. 매매 차익에 견주면 임대료 인상 억제로 생기는 손해는 새 발의 피로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다. 이른바 ‘갭 투자’가 급증했다.
2016년 20만 명에 불과했던 개인 임대사업자수는 올해 1분기 51만 1000여 명으로, 31만 명가량 증가했다. 등록 임대주택 규모도 2016년 79만 채에서 올해 1분기 156만 9000채로 늘어났다. 이 중 수도권의 등록 임대주택 규모가 104만 7000채나 된다. 게다가 정부가 8년간 매도하지 않은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싹쓸이한 그 많은 주택 물량은 아직도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집 사라”로 바뀐 것뿐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부동산투자회사(리츠) 활성화 정책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도 계승했다.
2018년 12월에는 부동산투자회사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2019년 9월에는 공모 리츠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세금 특혜와 개발 우선권 등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공모 리츠업계의 자산 규모는 2017년 31조 8000억 원에서 2020년 5월 51조 4000억 원으로, 20조 원 가까이 늘었다.
마찬가지로, 2015년 사모펀드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사모펀드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는 2017년 25조 2000억 원 수준에서 최근 46조 6000억 원으로, 갑절 가까이로 증가했다. 리츠나 부동산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집값 급등에 일조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을 살 만한 집으로 만들겠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부유층이 임대사업자 등록, 리츠, 사모펀드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할 수 있는 우회로를 활짝 열어 준 셈이었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대출마저 규제돼 내 집 마련이 점점 멀어지고 집 부자들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현실에 수많은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아파트가 2017년 1월 9억 원에서 최근 19억 원으로 10억 원 넘게 오르는 등, 청와대·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두세 채 보유하고 십수억 원씩 재산이 증가했다는 보도에 열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간 공급 확대는 대안이 못 된다
최근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최고 세율 6퍼센트로 인상 등을 포함한 주택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7.10 대책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취득세 규제도 강화한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모든 정책수단 동원’이라며 엄포를 놨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우파 언론들은 ‘세금 폭탄’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
집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그러나 집값 폭등세에 비춰 보면,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은 ‘폭탄’이 아니라 ‘잽’에 지나지 않는다. 종부세 개정안에 따르면, 최고 세율(6퍼센트)을 적용받는 대상자는 2018년 기준으로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세수가 내년 6655억 원, 2022년에 8833억 원밖에 안 된다는 점도 세금 인상의 한계를 보여 준다. 막대한 집값 상승에 견주면 얼마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등록한 민간 임대사업자의 세금 혜택을 축소하고 있지만 이미 준 혜택은 회수하지 않고 있어,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나 양도세, 지방세 등 세제 혜택을 폐기하고, 임대소득을 얻는 모든 사업자에게 사업자등록과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펴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우파 언론들도 공급이 늘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더 많은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9월 서울 근교에 3기 신도시를 세워 주택 30만 채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고 했다가,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일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서울시의 전체적인 용적률을 높이고, 강남권 재건축 규제를 완하하고, 태릉골프장 등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식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것은 부유층이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의 주택 대출은 억제돼 있어, 빚을 내서 집을 사기도 힘들다. 따라서 공급 확대 정책은 노동자·서민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기보다 부동산 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공급 확대 정책으로 실제 주택이 공급되는 데에는 5~6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집값 상승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부들이 그린벨트를 조금씩 해제해 왔지만, 집값을 잡는 데에 실패해 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민간 건설사에 싼값으로 택지를 공급하고 이를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을 써 왔기 때문에, 건설회사들과 집 부자들만 이득을 봐 왔다.
사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0퍼센트가 넘는다. 심지어 서울도 오피스텔 등을 포함하면 주택보급률이 분명 100퍼센트가 넘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 비율인 ‘자가 보유율’은 60퍼센트 수준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내 집을 갖고 있는 가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사실들도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유층의 주택 투기가 문제라는 점을 보여 준다.
다른 한편,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행정 수도 이전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도권 신도시 개발, 삼성동 105층 현대사옥 개발 허용,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공기업 이전지 고밀 개발, 그린벨트 해체 추진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써 온 문재인 정부가 ‘국토의 균형 발전’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인 이중성을 보여 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재미를 좀 봤다”고 말했던 그 카드를 다시 꺼내어, 집값 상승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충청권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책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관련해서 김인식 기자의 기사 ‘행정수도 이전으로는 수도권 과밀화와 비수도권 지역 소외를 해소하지 못한다’를 참조하시오.)
그러나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일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이전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시키지 못했다. 경제력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역에 따라 불균등한 자본 축적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제력이 몇몇 곳에 집중되는 불균등 발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국가 주도 성장 시기에 한정된 자원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해 왔기 때문에 불균등 발전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을 애써 반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노동계급을 비롯한 서민층이 겪는 일상의 고통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알기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것을 지지할 수도 없다. 우리의 당면 대안은 불평등 완화와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고통 전가에 저항하는 계급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요구 하나는 저렴한 영구 공공임대주택 증설일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늘려야 한다
집값 상승이 커다란 문제가 되자 여권 일부에서조차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공공임대주택이 다시 늘어나, 2018년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약 300만 채로 집계됐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네덜란드 40퍼센트, 영국 22퍼센트, 스웨덴·독일 등은 20퍼센트가 공공임대주택이지만, 서울은 불과 8퍼센트밖에 안 된다. 역대 한국 정부들은 공공 택지를 조성하고도 이를 건설회사들에 매각하는 방식을 써 온 데다, 공공임대주택 중 상당수를 민간에 판매하는 분양전환 정책을 펴 왔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억제돼 왔다. 1993~2017년 동안 민간에 판매된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약 90만 채에 이른다. 현재 통계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추산된 것 중 약 48만 채도 조만간 민간에 판매될 예정이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대부분은 40제곱미터 이하로 빈곤층이 길거리에 나앉는 것을 막는 수준이라 어지간한 노동계급 가족들이 만족할 만한 주택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기본주택’(경기도형 장기임대주택) 방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3기 신도시에 건설되는 주택 중 50퍼센트를 어지간한 노동계급도 신청할 수 있고, 30년간 장기로 임대할 수 있는 기본주택으로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정부가 설정한 35퍼센트에 더해 85퍼센트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필요하다면 100퍼센트를 공공임대로 내놓자고 제안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지사는 임대료가 너무 낮으면 ‘로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임대료를 매우 낮게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발표를 보면, 기본주택의 임대료는 1인 가구 28만 원, 4인 가구 57만 원, 5인 가구 63만 원 수준이 될 듯한데, 이는 보통의 노동계급 가구가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주택을 시장의 수요 공급에 내맡기면서 거듭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 문제를 발생시켜 온 것을 고려하면, 시장을 규제하는 방안으로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대하는 것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고자 하는 압력이 끊임없이 작동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노골적이던 시기에 각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주거 복지 비용도 대폭 삭감했고, 영국·스웨덴 같은 서구 복지국가들은 기존의 공공주택을 민간에 판매했다. 그 결과 공공주택의 비중은 계속 감소해 왔다.
예컨대, 독일에서도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공공임대주택이 2006년에 209만 4200채에서 2018년에는 117만 6500채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독일 베를린은 2016~2017년 사이에 주택 가격이 20.5퍼센트나 상승했고, 2019년에는 베를린에서 수만 명이 임대료 상승에 항의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몰수하자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대하기 위해서도 거대한 대중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토지공개념이 대안일까?
최근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소유를 제한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 등도 토지공개념과 맞닿아 있는 주장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한국의 토지세는 토지가액의 0.16퍼센트 정도 되는데, 이를 0.5~1퍼센트 정도로 늘리고 여기서 나온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토지공개념이 시도된 사례는 바로 노태우 정권 때였다. 1990~91년 집값과 전셋값이 앙등하면서 여러 명이 잇달아 자살하고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노태우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 환수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우파 세력이 이 법들을 ‘사회주의’, ‘사유재산 부정’ 등으로 터무니없이 공격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 등을 내리면서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토지공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1879년 발간한 《진보와 빈곤》에서 처음 제안했다. 헨리 조지는 “토지를 몰수할 필요는 없지만 지대는 몰수할 필요가 있다”는 구절로 토지공개념을 정의했다.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지만, 토지의 사용과 처분에 따른 이익은 국가가 회수하자는 것이다.
물론 부자들이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 소유자들의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토지 소유자들은 적정한 불로소득이 확보돼야만 자신의 토지를 개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토지 소유자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해야만 토지와 주택을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