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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가?

9월 24일 연평도 사건 관련 국방부 브리핑 ⓒ출처 국방부

9월 24일 오전 국방부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피살됐다고 발표했다. 남북 간 분쟁이 잦은 수역에서 또다시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월북 시도 때문이든 사고에 의한 표류 때문이든,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붙잡은 채 북한 해역으로 흘러갔다. 국방부는 북한 당국이 그를 발견했으나 구조하지 않고 총격을 가한 후 그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다.

9월 25일 북한 당국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한 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하고 밝혔다. 다만 시신을 태우지는 않았고 A씨가 탄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라 파장은 클 듯하다. 사건의 진상을 놓고도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당장 남한 국방부 발표와 북한 통일전선부의 설명에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다.

일단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당국의 위기 의식이 이번 사태의 한 배경이 된 듯하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으려고 올해 내내 국경을 봉쇄해 왔다.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가 워낙 취약해, 일단 북한 내부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해서다.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서는 월경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북한군이 사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7월 한 탈북민이 개성으로 월북했다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북한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이때 북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개성시가 통째로 봉쇄됐다. 월북을 막지 못한 북한군 부대에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그 후 두 달 만에 NLL 이북 해역에서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 7월 이후 북한군이 월경 문제에 매우 예민해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바다 위에서 사살하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바다 위에서 군부대가 개인을 총으로 공격한 것은 누가 봐도 잔혹하고, 불필요한 행위였다.

NLL

이번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공식 정치권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커지고 있다.

우파들은 A씨가 피격되기까지 시간이 있었음에도 군 당국과 청와대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와중에 문재인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게 말이 되느냐’ 하며 대북 강경 대응을 촉구했고, 국민의당도 대북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거론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원 출신으로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도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고, 국방장관 서욱은 “감시장비와 해상세력의 추가 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입장도 문제적이다. 9월 24일 정의당은 공식 논평을 내어 정부의 “안보 무능”을 탓했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 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 대응 원칙에 따라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북한]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 하고까지 말했다. 정의당은 안보 문제에서 남한 국가 방어를 지지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 피격 사건처럼 남북 긴장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남한 국가를 편드는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강경 대응은 남북 간의 긴장만 더 높일 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일어난 NLL 일대는 군사분계선에 대한 합의가 없어 남북 간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당장 이번 사건 직후 북한 당국은 남한 당국이 시신을 수색한다고 자신들의 수역을 넘는다고 반발한다. 이런 곳에서 군사적 움직임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긴장을 높이고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안정화, 남북 간 긴장 등이 이번 사건의 더 큰 배경이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서해 바다는 언제든 이번 사건과 같은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경쟁으로 더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다. 서해도 그런 갈등의 한 현장이다. 지난 8월 서해상에서 벌인 중국군의 훈련을 감시하려고 미군 정찰기 U-2기가 오산공군기지에서 발진해 중국군 훈련 상공에 접근했고, 중국 정부가 이에 강력 항의하며 예민하게 나왔다. 이런 사례는 서해가 미·중 경쟁의 한 무대임을, 이런 경쟁이 그 지역에 긴장이 쌓이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자신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안 벌어지게 한 장본인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한반도 정세는 더 불안정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대북 제재도 유지·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대북 제재에 협력했고,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했다. 대규모 군비 증강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모두 북한을 위협하고 자극했다. 그래서 남북 간에 긴장이 높아져 왔다.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가 무용해지고 있다며 남한에 경고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 마침내 지난 6월에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서해 바다에서 남북 간에 긴장이 쌓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남한은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북한을 자극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미국·남한의 대북 압박과 합의 불이행에 항의하며 서해 NLL에서 훈련을 재개하는 등 군사합의를 거스르는 행동을 해 왔다. 미국과 남한이 계속 북한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였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김정은이 직접 황해도 창린도에 가서 사격 훈련을 지시한 일이 있었다.

통신선

국방부는 A씨가 북한 선박에 발견된 것을 알았지만 피격되기까지 북한 당국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차단돼 있어서다. 그런데 이 통신선들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약속 불이행에 항의하면서 끊은 것이었다. 게다가 국방부는 “[북측에 연락할] 방법이 있더라도 곧바로 북한에 연락할 경우 우리 군의 첩보 입수 방법과 경로가 들통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고 해명했다(〈한겨레〉 9월 26일자). 민간인의 생명보다 보안 유지가 우선이었다는 얘기다.

남한 지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을 비난하지만, 이들도 월경자들을 잔혹하게 막았다. 2013년 군 당국은 임진강에서 월북하려는 민간인을 사살한 적이 있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탈북민 김련희 씨의 귀향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북 간 대치와 경쟁은 수많은 비극과 억울한 희생자들을 만들어 왔다. 이번 사건도 그런 비극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이번 비극의 근본 배경이다.

청와대는 북한 당국의 통지문을 공개하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 긴장이 가라앉으면 (각자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남북 당국 간에 새로운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남북 간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근본적 문제들, 즉 제국주의 간 경쟁과 남한의 친제국주의·군사주의 정책 등이 일소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다시 악화될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제재, 한미연합훈련, 군비 증강 같은 한반도에 긴장과 충돌을 부르는 요인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9월 28일에 기사의 일부를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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