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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북관계:
미국과 한국 정부는 대북 압박 중단하라

6월 24일 오전 북한 매체들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 직후 비무장지대(DMZ)에서 사흘 전부터 설치 작업 중인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들도 다시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월 들어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던 와중에 잠시 멈춤이 일어난 것이다. 일주일 전에만 해도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북한 당국은 청와대의 특사 파견 제안도 거절하고, 연속적인 군사 행동을 예고했었다. 남북관계가 과거 대결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김정은의 보류 지시로 일단 북한의 추가 조처는 미뤄지게 됐다. 급고조되는 듯하던 긴장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긴장 상황이 다 해소된 것인가? 남북관계에서는 긴장이 크게 높아지다가 갑자기 국면이 전환되는 상황이 왕왕 벌어졌다. 그러나 유화 국면 속에서 긴장이 다시 축적돼 새로운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무엇보다 지금 한반도를 불안케 하는 근본 원인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한미워킹그룹

이번 남북관계 파탄 상황은 미국·한국 정부들에 주된 책임이 있다.(〈노동자 연대〉 제327호 관련기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 미국·한국의 계속된 대북 압박이 낳은 결과’를 보라.)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국과 한국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주로 이런 상황이 북한의 반발을 일으켰다.

어려운 내부 사정도 북한 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코로나19 위협을 차단하려고 국경을 막으면서 경제 지표들이 더 악화됐고, 식량 사정도 더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행동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도훈을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도훈은 북한의 반발을 부른 ‘한미워킹그룹’의 한국 측 대표다. 이도훈이 미국에서 만난 인물은 미국 측 한미워킹그룹 대표인 국무부 부장관 스티븐 비건이었다. 남북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린 주요 조처 하나가 한미워킹그룹 채널 가동이었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 함을 보여 준다.

한미워킹그룹은 트럼프 정부가 남북관계에 간섭해 속도 조절을 요구해 온 통로였다. 미국은 이 통로를 이용해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지원 같은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북한 당국이 한미워킹그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까닭이다. 그러나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한미워킹그룹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해체 요구를 일축했다.

트럼프는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의 회고록을 반박하는 것 말고는 남북관계 파탄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성 정치권과 언론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이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대선을 앞둔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사실 트럼프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에 대한 관심 표명을 점차 줄여 왔다. 올해 초 미국 의회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예년과 달리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대 미국 정부가 취한 “악의적 무시”와 똑같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6월 17일 트럼프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특별하고 비상한 위협”이라면서 미국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같은 날 미군의 B-52 폭격기가 동해에서 일본 항공 자위대와 연합 작전을 펼쳤다. 이는 북한에 매우 위협적인 행위였다.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 대행 데이비드 헬비는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문재인 정부와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6월 22일 미군은 항공모함 2척을 대만에 보내어 훈련에 돌입했다. 기존의 1척을 포함해 지금 총 3척의 미군 항공모함이 한반도 남쪽 해상에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주로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보인다. 올 초 미군 항공모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서태평양에서 미군 항공모함 전력에 공백이 잠시 발생한 적이 있는데,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고 있었다.

미국이 공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니미츠함의 훈련 장면 ⓒ출처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그러나 미군 항모가 3척이나 동시에 한반도 남쪽 해상에 있는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국의 메시지로 읽혔을 것이다. 그 후에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것은 지금까지의 조처로 북한 정권의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됐다고 봤기 때문일 듯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 남·북/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이는 북한을 다시 자극하며 맞대응을 낳을 것이다. 김정은의 “보류” 결정으로 마냥 안도할 수 없는 까닭이다.

치적

한반도에서 긴장이 불거지는 와중에 존 볼턴의 회고록이 나왔고, 트럼프는 이를 공개 반박했다.

회고록에서 볼턴은 트럼프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홍보 활동”으로 치부했고, 비핵화의 세부 사항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볼턴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에게 싱가포르 회담은 “언론에 보여 주기 위한 일”이었다. 그래서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는 알맹이가 빠진 공동성명에 서명할 수 있고, 그다음에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바로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 여의치 않으면 이후에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도 했다.

물론 대북 선제 폭격과 ‘리비아 모델’ 따위를 거론하며 북한을 적대해 온 볼턴이 2018년 북·미 대화 과정을 공정하게 서술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주된 동기가 국내정치적 이해관계에 있었음은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었다. 북한은 여러 차례 이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에 북한 외무상 리선권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8년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트럼프가 내민 손길을 잡았다.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지속에 실망하고 “배신”당했다고 하면서도, 한동안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의 “친분 관계”를 언급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북한 당국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서도 북·미 대화에 기대를 건 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인정받고 주권을 온전히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냉전 구도 해체 이래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협상으로 제재를 풀고 고립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국제 질서에 안착하기를 열망했다. 이런 전략은 대를 이어서 계승돼 왔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접근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미국·남한 정부의 약속 위반으로 또 실패하게 됐다.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진행되자, 정의당·민중당을 비롯한 주요 진보 정치 단체들은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보아 정상회담을 지지했다.

이런 상황인식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긍정적 구실을 한다고 보고 거기서 문재인 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나아갔다.

지난해 여름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주요 진보·좌파 조직들은 이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일본의 대응이라고 봤다. 이런 피상적인 ‘일본 패싱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의 강경 태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으로 정세가 바뀌는 데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라는 시각이 강했다. 예컨대 민주노총 집행부는 한·일 갈등을 ‘미·일 패권전략과 한반도 중심의 평화체제 전환이 부딪히는 상황’으로 이해했다.

진보진영의 주요 조직은 아니지만 사회변혁노동자당의 한 간부도 당 기관지에 “한반도-동북아 정세 변화[가] 아베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부추겼다”고 썼다.

그러나 남·북/북·미 정상회담들이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대중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는 미국에 종속돼 한반도 문제에서 결정권 없이 미국의 승인만을 기다리는 처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비록 한국이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문제에서 주된 플레이어는 못 되지만, 오늘날 한국 지배계급은 과거와 비교하면, 제국주의 세계 체제 안에서 그 나름의 이익을 추구하고 종종 이득도 보고 대접도 받는다.

그래서 그 지배계급의 정치 세력으로서 문재인 정부는 친제국주의·군국주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주목하는 사회진보연대의 견해

현재의 남북관계 긴장을 살펴볼 때, 반제국주의적 관점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 상황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게 돼, 일부 좌파 단체처럼 북한이 먼저 ‘도발’했다는 데 주목하게 된다. 사회진보연대는 성명을 내어 북한 정권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규탄했다. “이런 비상식적 처사”가 한반도에서 일련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위기들을 돌아보면, ‘누가 먼저 총을 쐈는가?’는 사태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부적절한 물음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이 일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이 점증하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하며 북·미 관계를 다뤄 왔고, 북한을 압박해 왔다.

사회진보연대는 북한의 핵개발이 “동기도 반민중적이며, 그 결과도 파멸적”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핵무기는 반제국주의 국제 연대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은 세계 최강 미국과 그 강력한 동맹국들이 중간 규모의 공업국 북한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제재와 군사 위협을 가한 것이 낳은 반작용이다.

따라서 북·미 관계를 말할 때는 북한 핵을 원인 제공자로 말할 수가 없다. 일의 선후 관계를 따진다 해도 대북 압박과 제재가 먼저였지 핵개발이 먼저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도 안 되는 무력 경쟁 구도에서 약한 국가가 최강대국을 상대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핵·미사일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무력 증강 움직임을 보면 사실 북한은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맺은 핵군축 조약들을 완전히 무시하며 핵무기 증강에 나서 왔다. 트럼프 정부가 실전에 사용 가능한 전술 핵무기를 개발하고, 서태평양 일대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불안케 하는 근본적 원인이다.

그래서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북한이 핵무장에 집착하는 이유의 하나로 한반도에서 미군과 남한 군대의 재래식 전력이 북한군을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지적해 왔다. 그런 상황에 의해 북한 당국은 압박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과 언론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비난하지만 사실 한국이 북한보다 공격용 미사일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최신예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급 공격 미사일을 이미 실전 배치했다. 북한은 그런 수준의 미사일을 이제 시험 발사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양비론적 태도도 문제이다. 정의당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 대북 정책”에 실망감을 표하며 외교·안보 라인 쇄신 등을 요구하면서도, 북한이 “무모한 협박” 행위를 한다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한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핵·미사일 개발 같은 북한의 ‘무모한’ 행위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비슷한 비중으로) 비판해야 현재의 남북관계 위기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지지에 의존하면, 한반도에서 긴장이 더 높아질수록 북한을 더 비난하고 남한 정부의 안보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는 후진적 압력에 저항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그런 입장은 한반도 불안정을 끝내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 주력해야 하는가를 흐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친제국주의 동맹에 분명히 반대하는 것이다.

6월 20일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남북관계 발목 잡는 미국 규탄’ 기자회견 ⓒ조승진

대북전단 살포의 정치

남북간 긴장이 높아지는 와중에 6월 23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날 밤에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분별없는 행동을 고집스레 밀고간 것이다. 북한이 이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래서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북전단 살포에 불안함을 느끼며 항의해 왔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한 단체는 6월 21일 강화군 석모도에서 하겠다던 대북 쌀 페트병 띄우기 행사를 보류했다.

이런 가운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두둔하는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의 행태는 똑같이 분별없다. 그런 행태는 위선적이기도 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제재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정부·여당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 한다. 현 상황이 더 위험한 수준으로 번지지 않게 통제하기 위해서이지만, 동시에 현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도 깔린 듯하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법인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압박했다. 6월 19일 경찰청장 민갑룡은 경찰력을 총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엄정하게 사법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는 접경지 5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대북전단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 살포, 사용 등을 금지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대북전단은 살인 부메랑”이라며 행정명령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23일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자민통계 좌파 단체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북전단이 대북 심리전으로서 미국이 부추긴 “전쟁 행위”이고, “전단 살포를 비롯한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2018년 남북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이행하지 않는 것은 남북 간 신뢰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가가 수행하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전 행위와 보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구분돼야 한다. 그 파급력 면에서 후자는 전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남한 정부들이 행하는 적대 행위와 민간단체들의 정치적 퍼포먼스를 동급의 위협으로 놓을 수는 없다.

설사 법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더라도, 우파들은 새로운 선전 수단들을 찾아낼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칼 거쉬먼 회장은 대북전단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교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분명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파가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라고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국가의 그런 통제는 좌파 측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전단 금지는 좌파 쪽을 향해 되튕길 수 있다. 대북 접촉에 대한 정부 통제가 정당화되고, 정부가 보기에 ‘문제적인 접촉’은 경찰력으로 막고 처벌돼야 한다는 논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국회에 발의된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안들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 주민과의 회합·통신 등을 통일부 장관에 사전 신고하라고 한 조항(제9조의2)을 강화하거나, 통일부 장관에 사전 신고해야 하는 남북 간 반입·반출 물품(제2조)에 ‘보조기억매체, 광고선전물, 인쇄물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남북 간의 자유로운 민간 교류를 제약하는 법률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좌파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히려 (완전한 자유 왕래는 당장에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남북 민간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되는 게 우파들의 대북전단이 설 입지를 줄여 줄 것이다.

‘반평화 반통일 적폐 세력들’이 준동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훼방 놓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는 이런 문제에서 대중의 힘에 의존하는 게 좋다.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서 맞불 시위를 할 수도 있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항의에 연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6월 19일 통일로 직판장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는 접경지역 주민들 ⓒ출처 파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