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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논란을 보며

윤석열 정부가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민주당에 공세를 펴고 있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홀로 서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역까지 넘어갔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공무원이 자진 월북 시도 중에 피살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와 해경은 이 발표가 상부(사실상 청와대를 지칭)의 지시에 의한 거짓 발표였다는 것이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바다든 육지든) 국경에서 북한 군인들의 조준 사격으로 숨진 일은 끔찍한 비극이다. 유족의 가슴이 찢어질 만하다.

또,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해당 공무원이 ‘자진 월북자’라는 판단을 앞세워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사실 군이나 정보 당국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로선 사건의 진상을 온전히 알기 어렵다. 지금이나 문재인 정부 때나 설명이 충분치 않고, 당시 군의 보고를 받았다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소속 정당에 따라 말이 다르다.

안보 논리를 이유로 진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윤석열도 특별취급정보를 공개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일단 거부했다. 민주당도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부정적이다.

진상?

사건의 진상이 불분명한데도 윤석열 정부와 우파가 공방을 벌이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우선 민주당에 대한 정치 공세의 일환이다.

국민의힘의 공세 초점도 월북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있다기보다는 당시 조사 결과를 월북으로 발표하도록 한 상부(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런 전달의 핵심 책임자로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었던 서주석이 지목됐다. 한편, 문재인이 임명한 해경 지휘부가 이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민주당의 북로남불”(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 운운하는 색깔론으로도 이어진다. 북한을 향해 유약한 태도를 취하면서 무고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고 은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친북’이라는 색깔론은 고리타분하고 이제 잘 먹힐 것 같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북한과 대화 제스처를 하면서도 대북 제재에 계속 동참했고, 김정은 참수부대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F-35 전투기를 실전 배치했다. 국방비를 늘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이어왔다. 한 손에 칼을 쥔 채 악수하자고 손 내민 꼴이다(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주장이 북한을 유리하게 할 주장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다급하게 월북 의사를 표명한 민간인을 향해 북한이 인정사정없이 총격을 가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회피를 위해 ‘자진 월북’으로 서둘러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우파는 북한군의 잔인함을 환기시킴으로써 대북 정책을 더 강경하게 바꾸는 것(대북 적대주의)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안보

출범 전부터 “선제 타격”을 이야기한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북한 주적론’을 재확정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이며 강도 높게 대응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은 최근 제국주의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제 정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격화 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파는 한·미 공조를 더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하고,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협력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도모하고 있다.

“경제안보”(경제가 곧 안보이고, 안보가 곧 경제라는 의미)를 이유로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억누르고, 바깥의 적을 핑계 삼아 국내에서 이데올로기적 통제와 단속도 강화할 것이다.

사회 변화와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독립적(반제국주의적·계급적) 관점으로 우파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