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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미국 대선:
트럼프, 극우 반동 고무하다

선거를 보름 앞둔 지금, 도널드 트럼프의 패악이 더한층 기승이다.

10월 16일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사회 불안정이 “‘안티파’와 좌파 탓”이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도시들을 불태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전에 트럼프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미국은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을 지키려면 자신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좌파를 범죄시해 백인 보수층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로써 보수층을 투표소로 동원해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극우의 비호를 더더욱 구하고 있고, 이 때문에 위험한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투표소를 감시하라!” 자기가 패하는 경우는 선거가 “조작”될 때뿐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에 호응해 극우는 트럼프 반대자들을 겁박해 투표하기 두렵게 만들고 있다.

극우 단체·개인들이 ‘트럼프를 위한 군대’라는 모임을 개설해, 곳곳에서 “선거 감시단”을 자처하며 사전 투표소 주변에서 행동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를 위한 군대’라는 단체명은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가 “트럼프의 선거 [승리] 지키기 작전을 위한 군대에 모든 신체 건강한 남녀가 자원하라”고 촉구한 것에서 따왔다고 여겨진다.

이들은 기관총을 보란듯이 들고 투표소에 출몰하고, 무장한 채 대열을 짓고 주변을 행진하며, 곳곳에서 유색인종 투표자들을 겁박하고 있다. “물러서서 일단 대기”하던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극우 단체들이 이런 일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위협적 사태가 빈발하자 몇몇 곳에서는 투표소 약 50미터 안에서는 “선거 감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생겼지만, 극우는 그 경계 밖에서 제약 없이 계속 행동하고 있다.

더 위협적인 행동도 벌어졌는데, 10월 19일에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리스에서 누군가가 (기사를 쓰는 21일 현재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우편 투표함에 불을 질렀다. 선거 전반을 혼돈에 빠뜨리고 반(反)트럼프 투표 자체를 줄이려는 계산에서 자행한 짓일 것이다.

이런 일은 결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토안보부(DHS)·연방수사국(FBI) 등 트럼프 정부 하 공안 기구들조차 “대선을 계기로 국내 [백인]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행위”가 빈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부추기는 위협이 그저 허구가 아님을 반영한다. 실제로 미국인 열에 여섯이 ‘선거 결과를 두고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미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 조사 결과, 반면 폭력이 스러질 것이라 답한 사람은 열에 하나 꼴이었다).

1주일 만에 50만 명 확진

한편, 트럼프의 계산에는 핵심 지지층의 높은 투표율로 지지율 격차를 만회한다는 것 외에도, 점차 심해지는 위기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것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문제가 있다. 10월 중순을 지나며 미국에서는 대유행 물결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데, 1주일 만에 약 50만 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트럼프는 16일에 자신의 방역 정책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중국 말고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그러니 나를 탓하지 마라]” 하고 떠들었다. 트럼프는 19일에도 방역 완화에 반대해 온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가 “재앙”이라고 으르렁댔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알려진 것만 22만 5000명 넘게 사망한 지금, 트럼프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발목이 적잖이 잡혀 있다.

특히 고위험군인 노년층에서 그런 징후가 드러나는데, 10월 18일 현재 65세 이상 층의 트럼프 지지는 바이든 지지에 견줘 약 10퍼센트포인트 낮다.(2016년 대선 출구조사 때는 트럼프가 약 10퍼센트포인트 앞섰던 층이다.) 이들 상당수가 변변한 복지 혜택도 없이 (적잖은 경우 실업이나 준실업 상태인) 자녀들에게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통을 더하는 경제 위기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트럼프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가 주류의 후보가 아니지만, 야당 후보이던 2016년과 달리 지금은 경제 실정에 직접 책임이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아웃사이더’ 자처 효과가 지난 대선만 못한 이유다.

위험한 불장난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벌이는 불장난이 위험한 연쇄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 ⓒ출처 Gage Skidmore(플리커)

그러나 트럼프와 경합하는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은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투표하라’는 말 이외에는 거의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

10월 16일에 바이든은 자신이 당선하면 “전국적 방역 기준”을 만들고 “백신을 보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방역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백신을 어떻게 보급할지 등에 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트럼프 정부에도 방역 기준은 있다.) 지금까지도 바이든은 전국민 단일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바이든과 민주당도 코로나19 피해를 이토록 키운 원인 중 하나인 사영화된 의료 체계를 만든 책임이 있다(관련 기사 본지 339호 ‘트럼프와 사영화된 의료로 위험에 노출된 미국’). 전염병 대유행 6개월 동안 재산을 1000조 원 가까이 늘린 억만장자들, 사영화된 의료 체계에서 짭짤한 수익을 얻은 탐욕스런 제약 회사들과 의료 업체들이 앞다퉈 바이든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온건 시민단체들이 미국 대도시 10여 곳에서 (‘여성 행진’이라는 이름 하에) 여성들의 투표를 촉구하는 것은 후원했지만, 여성의 권리 수호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다.

예컨대 낙태권 문제가 있다. 바이든은 낙태권을 법제화하겠다고 했지만(민주당 후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내세웠던 공약이지만 누구도 지키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도 한때는 자신은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한다고 주장했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제정된 낙태 자격과 절차에 관한 수백 건의 규제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그런 규제들이 노동자 서민 여성들의 권리를 공격하는데 말이다.

이는 바이든과 민주당의 계급적 기반이 노동계급을 공격하고 분열시키려는 미국 자본주의·제국주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황이 트럼프의 계산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고 있다. 이는 (바이든과 민주당 덕이 아니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가한 수많은 미국 대중의 반트럼프 정서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19일 현재 현장 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에 3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이는 지난 대선 전체 투표의 22퍼센트에 이르는 숫자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중 트럼프에 투표했다고 밝힌 사람은 넷 중 하나 꼴이다. 반면 57퍼센트가 트럼프에 반대해 투표했다.

특히 흑인들의 투표 참가가 두드러진다. 〈워싱턴 포스트〉는 “흑인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이 생애 가장 중요한 선거라 여기”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투표소 앞에서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몇몇 유권자들은 [버락 오바마가 처음 당선한] 2008년 대선보다 이번 선거를 더 엄중히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곧 트럼프가 패배하리라 낙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위험성은 넓은 층을 포괄할 “대중성”에서가 아니라 사회의 가장 반동적인 부분을 결집시키는 데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2016년 대선 결과도 돌이켜볼 만하다. 보름 앞둔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곱절 많은 지지를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친기업·친제국주의 전사 클린턴은 대중의 변화 염원을 결집시키는커녕 실망만 잔뜩 주고 전통적 표밭을 상당수 잃었다. 그 점에서는 바이든도 클린턴과 다를 것 없는데, 오죽 대중에 영감을 주지 못하면 심지어 (트럼프 4년을 겪었는데도!) 어떤 곳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리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양극화가 첨예해진 상황 때문에, 선거의 향배가 어떻게 되든 심각한 쟁투와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화약고 같은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벌이는 불장난이 위험한 연쇄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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