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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어찌 되고 있는가 ─ 트럼프 재선? 선거 불복?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10월 12일 주최한 공개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가 과연 재선할 수 있을까? 지난 4년 동안 온갖 거짓말과 오물을 쏟아내고,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을러대고, 미국과 세계 노동계급을 사지로 내몬 이 자가 낙선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치 않다. 지금 미국 공식 정치는 1974년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직을 중도 사퇴하게 한 ‘워터게이트’ 추문 이후 약 반 세기 만의 최대 위기다.

현직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선거 불복을 말하고, 우편 투표가 자신에게 불리할 듯하자 미국 우정청(USPS)에 대한 긴급 재정 지원을 거부했다. 여러 주들에서 사전 투표소가 폐쇄됐고, 플로리다주(州)에서는 과태료 미납 등 사소한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의 투표권이 박탈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트럼프 반대자들을 겁박하는 일도 거듭 벌어지고 있다.

10월 8일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무장 조직이 대선 전에 주지사 납치와 “내전”을 모의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울버린 와치맨’이라는 이 단체는, 미시간주 주지사 관저를 습격해 주지사를 공개 처형해서 대선에 영향을 주려 했다.(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다른 음모들도 더 있을 것이다.) 주도자 몇몇은 지난 4월 말 방역 완화와 경제 재가동을 요구하며 주의회를 무장 점거한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납치 대상인 주지사 탓을 했다!

이런 쟁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 자본가계급의 선호 후보였던 적이 없다(대자본가들이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를 반기긴 했지만 말이다). 트럼프와 미국 지배계급 주류 사이에는 미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우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둘러싼 전략적 이견이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안을 가결한 대통령인데, 그 사유가 러시아와의 관계(대외 정책)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근본에서 보면, 이런 정치 위기의 배경에는 중첩된 위기가 낳은 정치 양극화 문제가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한편에서는 극우가, 다른 편에서는 저항이 부상한다. 현재 미국은 이런 정치 양극화의 최전선이고, 바로 이 점이 상황을 근본에서 규정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사회의 면모들을 살펴야 한다.

2020년 미국: 두려움과 희망

2020년 미국의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지옥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팬데믹이 있다. 트럼프는 2월 초에 코로나의 위험을 알고도 이를 두 달 가까이 은폐하고 방역에 완전히 실패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2만 명, 누적 확진자는 8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트럼프가 대중의 생명보다 이윤을 철저히 우선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재계 지배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걱정했고, 초기부터 경제 재가동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를 모질게 밀어붙였다. 방역 조처를 모조리 무시하고 경제를 재가동하라고 압박하며, 이에 반대하는 전염병 대응 기관들을 체계적으로 약화시켰다. 동시에 코로나19가 허구라는 음모론을 부추기고, “중국산 독감” 운운하며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였으며, 방역 완화를 촉구하는 무장 시위를 고무했다.

팬데믹 위기는 경제 위기와 중첩됐다. 미국 경제는 2007~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에서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못했고, 또 다른 추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2.9퍼센트 하락했다고 추산했는데, 이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가장 큰 폭의 위축”(〈가디언〉)이다.

노동자·서민·유색인종이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막대한 의료비를 청구받거나 사망했다.(트럼프의 개악 탓에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이 전보다 더 늘었다.) 용케 전염병을 피해도 생계가 위협받았다. 수천만 명이 실업 지원금에 의존해 살고,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반면 억만장자 643명의 자산은 6개월 만에 약 1000조 원 늘었다.

또, 여러 기후 재앙이 미국 곳곳을 강타했다. 가장 종말적인 이미지는 미국 서부에서 펼쳐졌다. 들불이 12개 주(州)에 번져 서울 면적의 30배 가까이가 불탔다. 기후 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는 “날씨가 추워지면 제풀에 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달이 넘은 지금도 불은 계속 타고 있다.

참혹한 인종차별도 있다. 인종차별은 노동계급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줬지만, 단연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경찰 폭력일 것이다.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린 조지 플로이드, 자기 차에 타려다 등에 총을 7발 맞은 제이컵 블레이크, 경찰이 총을 수십 발 쏴서 자다가 비명횡사한 브리오나 테일러 등.

저항

하지만 지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 저항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분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운동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는데, 첫 3개월 동안 1만 건이 훌쩍 넘는 시위·행진·소요·쟁의가 벌어졌다. 미국인 수천만 명이 한 번 이상 여기에 참가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은 대중 자신이 행동해야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대중에게 일깨웠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크게 바꿨다. 미국 사회주의자 에릭 프레츠는 이 운동 덕에 “사상 최초로 미국인 4분의 3 이상이 인종차별을 체제의 문제라고 여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운동은 이전까지는 비현실적이라 여겨졌던 여러 요구들을 쟁점화하기도 했다.

이런 저항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성 차별, 성소수자 혐오, 이민자 천대, 강경 우익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들이 분출했고, 노동자들도 조금씩 투쟁에 나섰다. 그 수혜로 ‘민주적 사회주의’가 미국 공식 정치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항쟁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정치 양극화를 오른쪽에서 부추긴다

이런 상황의 근저에는 십수 년째 계속되는 경제 위기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를 포함해, 미국과 세계 곳곳의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 서민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기성 체제는 대중의 커다란 불신을 받게 됐다. 이전까지는 주변화돼 있던 강경 우익 정치인들이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정치가 첨예하게 양극화됐다.

트럼프는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다. 애초에 트럼프는 인종차별과 경제적 국수주의를 부추겨서 당선했고, 미국 사회의 가장 반동적 부위를 자기 주변으로 결집시켰다. 임기 내내 트럼프는 그런 반동을 고무해 자신의 잘못을 가리고,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사람들을 공격했으며,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지금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데믹 대응 실패와 경제 추락의 책임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팬데믹이 한창일 때부터 방역 완화를 촉구하는 무장 시위를 고무했고, 자신의 실패가 모조리 “세계주의자들”, “미디어” 등이 속한 지배자들의 비밀스런 카르텔 탓이라고 떠들었다.(하지만 그런 ‘아웃사이더’ 자처의 효과는 이전만 못하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대응해 트럼프는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는데, 이는 대중 저항을 공격하는 미국 지배자들의 전통적 구호였다. 인종차별을 이용하고 대중 저항을 적대하는 것은 미국 지배자들이 대개 공유하는 태도다.

재선 위해 극우·파시즘 부추기는 트럼프 트럼프의 전략 때문에 정치 전반의 우경화가 촉진될 수 있다 ⓒ출처 Gage Skidmore

그런데 이 문제에서 트럼프가 다른 지배자들과 다른 점은 의식적으로 극우를 고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극우를 “진정한 애국자”로 추켜세우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정당한 응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 그런 언행은 극우를 북돋우는 양분이 됐고, 특히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일체를 부정하는 파시스트들이 자라날 토양을 일궜다.(관련 기사 본지 338호 ‘극우 운동 부추기며 판돈 키우는 트럼프’)

트럼프 자신은 파시스트가 아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공식 정치를 더 우경화시키는 것이지만, 의회민주주의(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당면 목표는 선거로 재집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선거판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대중의 환멸을 불러 일으키는 과정에서, 온갖 강경 우익과 극우가 고무받고 있다.

이것이 낳는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의 재선 운동을 사다리 삼아 극우가 전통적 공화당 우파(미국 지배계급 주류의 일부)와 관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극우가 정치 무대 중앙으로 부상하고, 지배계급 정당인 공화당의 지지층이 더 오른쪽으로 확장되며, 민주당 등에 대한 우경화 압력이 커지는 등 정치 전반의 우경화가 촉진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파는 시궁창이 진정한 파시즘의 토양이 될 수 있음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트럼프를 통해 파시스트들은 심각한 위기 속에서 점점 극단으로 내몰리는 중간계급들과, 지배계급의 일부에게도 매력을 줄 수 있게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수십 년 동안 파편화돼 있던 극우 파시스트들에게 “이전에는 부족했던 자신감, 인지도, 전국적 관점을 부여”하며 이들의 부상을 돕고 있다.

바이든: 주류의 위기

미국의 주류 정당들은 트럼프를 제어하려고 오른쪽으로 이동하지만, 이는 트럼프를 축으로 돌아가는 반동적 벨트를 더욱 강화할 뿐이다.

트럼프와 경합하는 조 바이든은 반(反)트럼프 정서에 기대려 한다. 구체적인 것은 거의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트럼프가 아님을 열심히 부각하고 있다. 트럼프가 제풀에 무너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자신의 친기업 성향을 숨기려 들지도 않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정치 인생 내내 “법질서 확립”을 외치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요구에 반대해 왔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지명해 우파에 호의적 눈짓을 보낸 셈이다. 바이든은 이런 전략으로 “중도표”를 잡으려는 듯하지만, 오히려 반(反)트럼프 표심과는 거리를 벌릴 뿐이다.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줄곧 트럼프를 앞서지만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바이든의 선거 전략은 큰 틀에서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이 취한 전략의 재판이다. ‘트럼프만 없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 민주당에 투표하라.’ 그러나 클린턴과 바이든이 대변하는 ‘정상’은 앞서 묘사한 지옥을 만든 바로 그 지배계급의 ‘정상’이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패배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때도 여론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앞질렀는데, 심지어 지금 바이든과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는 그때보다 훨씬 작다. 바이든이 클린턴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미국 지배계급 주류가 지난 선거 이후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당선해도 체제의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법질서 확립” 운운하며 변화 염원과 거리 두는 민주당 조 바이든(왼쪽)과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민주사회주의’ 운동의 사실상 지도자인 버니 샌더스가 바이든을 “친서민” 후보로 포장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 바이든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2016년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는 대중의 염원과 행동을 친기업 전사의 투표 부대 수준으로 묶어두는 효과를 냈다. 이는 당시 변화를 바라던 대중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자아냈다. 샌더스의 행보는 트럼프 당선을 저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됐다.

이런 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저항 운동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2004년 미국 대선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는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이 거대하게 벌어져 정치를 뒤흔들던 때였다. 공화당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 수준이었다. 그런데 부시와 경합한 민주당 존 케리는 자신이 부시보다 전쟁을 더 잘 치를 수 있다고 나섰고, 대중의 실망을 사 큰 표차로 낙선했다.

당시 적잖은 미국의 반전 운동가들이 (지금 샌더스 등 운동 일각이 그러듯) “부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반전 운동 건설보다 케리 선거 운동을 우선시했다. 운동은 케리 지지를 두고 분열했고, 케리가 낙선하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부시는 손쉽게 재선해 이라크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선거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 과제

지금은 위기가 2004년보다 훨씬 첨예하다. 각각의 위기가 서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위기가 경제 위기를 더한층 부추기고, 경제 위기에 대응해 지배자들은 인종차별을 휘두른다. 이윤 몰이는 기후 위기를 심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중첩되면서 정치 위기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무엇이든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위기의 고통이 노동 대중에 떠넘겨지고, 그 와중에 반동적 우익이 자라는 것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복잡한 선거 제도를 비롯한 여러 요인들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두 후보 간 지지율 차는 좁혀졌다 벌어졌다를 거듭하고 있는데, 설령 바이든이 득표를 더 많이 하더라도 트럼프가 당선할 수 있다.(미국 역사에서 다섯 번이나 그랬다.)

비교적 가능성 높은 상황은,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구도 결정적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패배를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결과가 어떻든 심각한 쟁투가 뒤이을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연방대법원 등을 이용해 쟁투를 벌일 뿐 아니라, 극우 지지자들의 거리 행동을 부추겨 상황을 반전시키도록 압력을 가하려 들 수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는 이미 무장돼 있고, 거리에서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선거 결과를 두고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반면, 트럼프가 마지못해 패배를 수용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퇴임한 후에도, 지배계급 정당 공화당의 핵심부와 극우를 잇는 사다리 노릇을 계속한다면, 정치 전체의 우경화를 계속 촉진할 수 있다. 트럼프가 떠난 자리에 제2, 제3의 트럼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쟁투

바이든이 당선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적잖은 미국인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트럼프 낙선에 보일 첫 반응은 안도감일 것이다.(물론 트럼프의 패배는 즐거워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미국 자본주의·제국주의 지배자들을 대변하고, 체제 위기에 대처하며 (오바마가 그랬듯) 인종차별과 노동계급 공격을 강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이 대변하는 지배자들도 (위기에서 기회를 얻는 극우만큼이나) 미국과 세계 노동계급의 적이다. 게다가 앞서 봤듯, 바이든이 펼칠 바로 그런 공격은 극우가 성장할 기회를 열어 준다. 세계 곳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모두에서 중도 정부에 대한 환멸에 힘입어 극우가 성장했다.

선거 정치에 갇히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저항과 혁명적 정치가 중요하다 ⓒ출처 Matthew Roth(플리커)

그런데 한국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재느라 부심인 듯하다. 심지어 일부는 트럼프가 재선해야 한반도에 깜짝 선물이 떨어지리라 여기는 듯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서 비교적 일관되고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바로 중국 때리기였다는 것을 봐야 한다. 트럼프는 경제적 국수주의 이데올로기로 중국 때리기를 뒷받침했고,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그리고 이는 미국 지배계급 주류 대부분이 합의하는 바다. 바이든도 자신이 트럼프보다 더 잘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하는 까닭이다.(사실 대중국 압박 강화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있던 오바마 정부 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이다.) 근본에서, 한반도 긴장은 제국주의 경쟁 심화라는 체제의 근본적 특성에 좌우되는 일이지,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냐 바이든이냐에 달린 일이 아니다.

진정한 도전

그러면 진정한 도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강력한 대중 저항이 트럼프·바이든 모두가 대변하는 체제의 패악에 맞서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지난 여름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지배자들 모두를 겁에 질리게 하고 정국을 주도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지금도 이 운동은 극우 반대 운동,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는 데 맞서는 노동 대중의 운동들을 고무하고 있다. 일례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기점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비공인 파업이 속출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이 운동은 인종차별과 우익에 맞서 광범한 노동계급 대중을 단결시키고, 체제의 온갖 병폐에 맞선 저항을 일관되게 고무하는 방향으로 심화돼야 한다.

그런 일은 결코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정치적 경험이 짧은 운동일수록 더욱 그렇다.) 끈질기게 투쟁을 고무·건설하고, 승리의 전략을 제시하며, 노동계급이 힘을 극대화하도록 조직하는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 논리에 매몰돼 민주당의 당락에 연연해서는 그런 일을 일관되게 할 수 없다. 미국 사회주의자 핼 드레이퍼의 지적처럼, “선택지가 자본가 정치인들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그런 제한된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데에서 패배가 온다.”

급진적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혁명적 정치와 조직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혁명적 정치와 조직을 건설하는 과제는 험난하지만 중요한 과제였다. 지금 그 과제는 이전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고, 진정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번 미국 대선을 보며 되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교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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