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교육 교사에 대한 광주교육청의 막무가내 중징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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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0일, 광주시교육청은 중학교 도덕교사 배이상헌 교사의 교과수업을 ‘성비위’로 몰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교사에게 직위해제 조처를 내렸다. 수업에 사용된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뒤바꾸며 성차별을 풍자했다)를 본 몇몇 학생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성평등 수업을 성범죄로 고발한 것이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올해 8월 11일,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 영상의 노출 장면과 수업 중 몇몇 발언을 문제삼아 경찰이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해서 이를 성적인 학대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밀어붙이고 있다. 10월 16일 광주시교육청이 배이상헌 교사에게 중징계 의견을 통보하고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무혐의 결정 뒤 중단된 직위해제 조처를 19일에 또다시 내렸다(이 처분은 관할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직권으로 취소했음이 21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중징계 강행 시도는 많은 교사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미 1년 넘게 부당한 직위해제로 온갖 고초를 겪은 배이상헌 교사의 고통을 보상하기는커녕, 교단 복귀를 앞둔 교사의 평범한 일상을 또다시 앗아간 것이다.
그 사유도 독단적이고 고압적이기 짝이 없다. 배이상헌 교사가 “복종의 의무 위반 및 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돼 “학교에서 정상적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성비위 여부에 대한 진실이 무엇이든 교육청이 시키는 대로 입 다물고 복종하라는 것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교사의 성평등 수업을 수사기관에 넘긴 것 자체가 부당했는데, 이제는 아예 수사 결과마저 가뿐히 무시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답정너’ 식 결정을 내릴 거라면 대체 왜 13개월 동안이나 배이상헌 교사를 괴롭혔는가?
교육청의 징계의결 요구서는 검찰 조사에서 이미 성비위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진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이나 영상자료를 문제삼았다. 게다가 배이상헌 교사가 SNS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쓴 소명 글들을 “2차가해”라며 징계 사유로 추가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하 광주전남여연), 전교조 여성위 등도 같은 논리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징계를 압박해 왔다. 광주전남여연은 10월 15일자 성명에서 배이상헌 교사와 지지모임에게 “2차가해를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광주교육청에는 배이상헌 교사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어떤 경로로 작성됐는지 알 수 없는 ‘H중학교[배이상헌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 학생자치회 입장문’을 성명서 뒤에 첨부하기까지 했다.
이 입장문은 배이상헌 교사가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발언들(‘여자를 꼬시다가 안 되면 강간해버려라’ 등)이 마치 기정사실인 양 적시했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2차가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지모임을 즉시 해체하라느니, 배이상헌 교사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파면)을 내리라느니 등의 도를 넘은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업에 사용된 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많은 여성단체들도 추천했던 성인지교육용 영상이다. 신고된 일부 발언들도 그 진의가 곡해됐거나 교사가 하지 않은 말이었다. 교사의 일부 발언에 몇몇 학생들이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것만으로 ‘성비위’라고 할 수 없음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재차 입증됐다.
그럼에도 광주시교육청이 중징계를 강행하는 것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교육청의 권위가 실추된 것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사자가 사실관계를 소명하려는 노력 일체와 교육청 방침에 대한 정치적 비판조차 “2차가해”로 몰며 배이상헌 교사를 탄압하고 있다. 수사의뢰와 직위해제의 명분이었던 성비위 혐의가 결국 실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교육청의 오류를 덮기 위해 여성단체들과 몇몇 학생을 내세워 “2차가해”로 쟁점을 슬그머니 옮기고 있다.
그러나 배이상헌 교사는 어떠한 소명기회조차 없이 직위해제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학교에서 쫓겨났다. 게다가 광주시교육청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배이상헌 교사를 파렴치한 성비위범으로 공공연히 낙인찍었다. 광주지역 여성단체 등도 공개 성명을 통해 여기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이상헌 교사는 SNS나 언론 등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이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정당한 자기 방어 활동이다. 이를 두고 ‘2차 가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억압적인 재갈 물리기일 뿐이다.
오히려 배이상헌 교사와 지지모임이 부당한 교육청의 매뉴얼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고 그 역효과에 문제제기한 것은 성평등 교육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학생의 신고만으로 제대로 된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교사를 교단에서 내쫓고, 교사의 수업을 수사기관의 검열에 맡기고, 심지어 무혐의 처분이 나도 품위유지 위반으로 중징계를 내리려는 광주시교육청의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군다나 장휘국 교육감은 정작 부인의 금품수수, 친인척 인사 부조리, 불법 선거 등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서, 광주의 많은 진보적 단체들에게서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도대체 장휘국 교육감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가.
옳게도, 배이상헌 교사는 중징계 방침이 교사에 대한 부당한 탄압일 뿐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장휘국 사퇴를 요구하며 계속 연대해 싸울 것을 결의했다.
아쉽게도, 전교조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으로 만들어진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성평등교육 탄압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징계를 앞두고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다만 대책위는 “직위해제를 취소하지 않고, 교육감이 징계의결요구서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하면 광주교육청에 대한 본부 차원의 규탄 투쟁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징계가 가시화된 만큼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부당한 중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이 기사는 10월 20일 노동자연대 교사모임이 발표한 성명을 약간 보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