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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영화 상영한 배이상헌 교사 불기소 결정을 환영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징계 시도 중단하라

성차별을 풍자하는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수업시간에 상영했다가 광주시교육청에 의해 고발된 중학교 도덕교사 배이상헌 씨가 8월 11일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영상의 노출 장면 등을 문제삼아 경찰이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해서 이를 성적인 학대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올해 5월 4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광주시교육청 행정폭력 300일 규탄대회’에서 배이상헌 교사가 연설하고 있다 ⓒ출처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이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다. 몇몇 학생이 불쾌함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청이 면밀한 진상조사도 없이 성평등 수업을 성범죄로 고발한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이미 1년여 전에 해당 중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이 사안을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전국적 논란이 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1년 가까이 끌던 검찰은 올해 8월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했고 그 위원회의 다수가 불기소 의견을 내자 이를 따랐다.

배이상헌 교사 무혐의 처분은 전국의 수많은 교사와 성평등 교육 지지자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성평등 수업을 한 교사가 황당하게 기소까지 됐다면 교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가뜩이나 힘든 학교의 성평등 교육은 더 위축될 것이었다.

배이상헌 교사와 지지모임이 광주시교육청의 횡포와 비방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싸웠기에 불기소 결정이 나올 수 있었다. 일부 여성단체들(특히,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광주시교육청 편을 들며 부당하고 도덕주의적인 비판으로 배이상헌 방어 운동을 방해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장휘국 교육감에 대한 의존과 전교조 여성위 주요 간부들의 반발 때문에 배이상헌 교사 방어를 계속 회피해 왔다.

하지만 배이상헌 교사와 많은 활동가들이 서명, 토론회, 집회 등을 조직하며 교육청 규탄 활동을 지속해 온 결과,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 올해 7월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입장이 채택돼 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이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이 다시 확인됐다.

2019년 11월 11일 오전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주최한 광주시교육청 앞 기자회견 ⓒ출처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배이상헌 교사는 불기소 결정에 대해 “이 사안은 피해·가해, 범죄의 맥락이 아닌 갈등의 문제인데 이를 범죄로 취급한 것이 교육청의 최대 실책”이라고 꼬집으며 “늦게나마 교육청이 학교 공동체의 상처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청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항의방문과 집회 등 교육청에 대한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방침은 완전히 옳다. 광주시교육청의 형사 고발 때문에 배이상헌 교사는 물론 해당 학교의 많은 학생들도 상처받고 학교에 혼란이 초래됐다.

불기소 처분이 나왔지만 광주시교육청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징계를 시도하려 한다. 〈연합뉴스〉 8월 12일자는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징계 가능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는 광주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실제로, 그간 광주시교육청은 불기소나 무죄 판결이 나와도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운운하며 징계를 내려 왔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징계 추진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광주시교육청의 권위주의적이고 야비한 면모를 재삼 확인시켜 준다. 정작 장휘국 교육감 자신은 처의 상습 금품수수와 친인척 인사 특혜 등 온갖 부정비리 의혹을 받아 광주의 많은 진보 단체들에게서 사퇴 압력을 받는 상황인데 말이다.

장휘국 교육감은 적반하장 식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배이상헌 교사를 즉시 교단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이 야비한 반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검찰 불기소 결정은 배이상헌 방어 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징계 위협을 철회시키고 다른 요구들도 성취하기 위해 지금 더 밀어붙여야 한다.

이번 검찰 불기소 결정을 환영하며, 배이상헌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광주시교육청 항의운동이 최종 승리하는 날까지 지지와 연대를 계속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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