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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안에 부쳐:
보수당의 합의안도 유럽연합 신자유주의도 반노동자적이다

보리스 존슨은 자화자찬하지만, 그가 약속하는 번영은 오지 않을 것이다 ⓒNumber 10(플리커)

영국 보수당은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 이후 영국에 영광스러운 미래가 다가올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것은 헛소리다.

총리 보리스 존슨의 응원 부대 노릇을 하는 언론들은 그런 신화에 힘을 실어 주려 하고 있다.

협상안이 발표되자 보수 성향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영국이여, 솟아오를 준비를 하라” 하고 표제를 뽑았다. 거기에는 이런 말도 덧붙여 놓았다. “브렉시트 협상을 마치고 경기 활성화를 대비하는 영국.” 이에 뒤질세라, 또 다른 보수 성향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도 표제를 이렇게 뽑았다. “보리스 총리가 새로운 ‘황금기’를 열다.”

보수당이 어떤 근거를 갖다 붙이든 번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협상안이 낳을 결과가 정확히 무엇이건간에 영국 정부는 임금 동결과 긴축 정책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왔다. 영국 정부는 실업률이 치솟는 것을 수수방관할 것이다.

졸속

이번 협상안은 12월 30일, 그러니까 거의 하루 만에 논의를 끝내고 의회에서 서둘러 비준될 것이다. 존슨은 압도 다수 찬성을 기대하고 있다.

존슨은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혼란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밀려 협상안에 합의하게 됐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영국 정부에게서 여러 양보를 받아 냈다.

영국 정부는 자국 은행가들과 헤지펀드 회사들이 바랐던 것을 따내지 못했다. 존슨이 상징적인 쟁점으로 만들려 했던 어업 해역 문제에서도 존슨 정부는 스스로 설정한 “레드 라인”[한계선]보다 후퇴했다.

영국의 전국어민단체연합(NFFO, 사용자 단체다)은 얻어 낸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NFFO 회장 배리 디스는 업계에서 실망감과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존슨은 결국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요인을 더 우선시했다. 존슨은 영국 국가주의 전사로 자리매김하고, 보수당을 거듭 분열시켜 온 ‘유럽 문제’를 잠재우기를 바란다.

유럽연합과 영국의 관계는 여러 보수당 총리에게 심각한 문제를 안겨 줬다. 이 문제는 마거릿 대처를 약화시켰고, 존 메이저를 괴롭혔으며, 데이비드 캐머런을 박살냈고, 테리사 메이를 사임하게 했다.[관련 기사 본지 284호 ‘영국 지배계급, 비틀거리며 벼랑으로 걸어가는 중’]

존슨은 이 쟁점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해, 지난 총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라는 구호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수년 동안 공동위원회나 “세부” 협상을 거치다 보면 존슨은 ‘유럽 문제’라는 쟁점이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연합과 동일한 규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게 된다. 즉, 특정한 상품의 수출에 대해 돈을 내야 한다.

좌파

이제 좌파와 노동조합의 대응이 중요하다.

노동자의 이동의 자유를 없애는 협상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수치스럽게도, 그간 좌파 진영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러한 공격을 무시하거나 지지하기까지 해 왔다.

보수당과 사용자들은 이번 협상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영국의 경쟁력을 높인다”면서 말이다.

몇몇 보수당 인사들과 사용자들은 영국이 유럽연합과 결별한 후 “템스강의 싱가포르”[영국이 유럽연합 규제를 피한 덕분에 원가를 줄여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가 되기를 바란다. 당장,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감면해 주고 노동법 규제를 약화시키는 “자유무역지대” 10곳을 지정한다는 계획이 나와 있다.

예컨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수당이 물류 허브 지위를 두고 런던을 싱가포르와 겨룰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계획에 따라 조세 및 규제 체계를 개편하면 향후 3년 동안 선박 회사들에게 37억 파운드[한화로 약 5조 4400억 원]의 이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 노동당은 존슨의 협상안을 지지하려 한다.

12월 24일에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협상안을 “수용하고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이끌었던 자가 이제는 정반대 입장을 취한 것이다.

당시에 스타머는 [당시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을 앞장서 비난하면서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리는] “2차 국민투표”를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위선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는 친기업적인 견지에서였다. 스타머는 노동자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주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다시 노동당을 지지하게 하려면 노동당이 보수당만큼이나 국가주의적으로 비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스타머의 결정은 일부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12월 29일에는 노동당이 “이 썩어 빠진 협상안을 중심으로 결집한다는 수렁”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이 성명은 이번 협상안을 두고 “고삐 풀린 경제적 규제에 문을 열어 줘서 노동, 환경, 식품 안전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권리와 보호 장치를 없애 버리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성명을 지지한 노동당 의원은 3명뿐이었다. 이것을 주도한 것은 “다른 유럽은 가능하다”라는 곳이었는데, 이 단체는 노동당이 ‘2차 국민투표’ 지지라는 재앙적인 입장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데에 일조했었다.

[코빈이 대표였던 시절에 노동당의 예비내각 재무장관이었던] 존 맥도넬과 블레어파[신자유주의 지지자] 상원의원 아도니스가 이런 입장 하에서 손을 잡았다.

이는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견지에서 협상안에 반대한 것인데, 유럽연합이 노동계급 이익의 수호자라는 잘못된 전제에 기초해 있다.

오랫동안 좌파들은 유럽연합을 둘러싼 논쟁의 틀을 바꾸는 데에 실패했다. 유럽연합 쟁점이 더 폭넓은 쟁점과 분리되도록 내버려뒀다.

브렉시트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면 긴축·실업·인종차별·빈곤·기후 혼란에 맞선 단결된 투쟁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투쟁이 매우 시급하다. 기업주들과 그들의 정부가 합의하는 무역 협정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금융가와 기업들의 이익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이 우선’이라거나 ‘자본주의가 곧 번영’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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