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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과 EU는 왜 북아일랜드를 두고 갈등하는가?

영국과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합의 때 체결한 북아일랜드 의정서가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왜 이렇게 쟁점이 됐을까?

제1차세계대전 종전 당시 윈스턴 처칠이 이렇게 불평한 것은 유명하다. “폭우가 그치고 홍수가 잦아들면 퍼매너와 티론[북아일랜드의 지역명들]의 음울한 첨탑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아일랜드의 사회주의자 키어런 앨런이 새 책 《서른두 개 주(州)》[국내 미출간, 남·북아일랜드의 주가 32개인 데서 따온 제목이다]에서 밝혔듯이, 처칠의 말은 영국 지배계급의 위선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영국 지배계급은 북아일랜드의 개신교도와 왕당파[영국의 북아일랜드 합병을 지지하는 북아일랜드인들]를 자신들보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보고 경멸하지만, 아일랜드의 분단과 아일랜드 노동계급의 분열을 유지하는 데에 그들을 이용한다. 이 점에서는 총리 보리스 존슨도 자신의 우상 처칠과 다를 바 없다.

브렉시트 협상을 하고 있는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출처 Number10(플리커)

하지만 브렉시트 합의는 이런 상황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일랜드 분할이 낳은 마지막 분쟁은 1998년 벨파스트 협정으로 끝났다.

이 협정은 북아일랜드에서 왕당파와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의 권력 분점 그리고 남·북 아일랜드의 긴밀한 경제적 연계에 힘을 실어 줬다. 남·북 아일랜드 경제는 유럽연합이 영국과 남아일랜드를 모두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더한층 밀접해졌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이런 질서를 위기에 빠뜨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보수당 정부는 유럽연합 탈퇴를 유럽단일시장과의 단절로 이해했다. 과거에는 이것이 별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스위스가 그랬던 것처럼 유럽연합과 ─ 정치적으로는 독립적이어도 ─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임시 협정을 맺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연합은 엄격히 통제되는 국경 장벽을 세우려고 한다. 유럽 국경·해안 경비대 프론텍스의 확대와 군사화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이주민·난민 유입을 막으려는 노력이 아니다.

지난 몇십 년 사이 유럽연합이 거둔 가장 큰 성공은 유럽단일시장을 구축한 것이다. 현재 이 시장은 매우 커지고 매력적으로 돼서, 유럽연합 바깥 나라들도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를 받아들이려 할 정도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와 주요 회원국들은 브렉시트가 유럽단일시장 질서를 약화시킬까 봐 걱정했다. 유럽연합의 규제에서 벗어난 영국 기업들이 유럽연합 기업들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이 유럽단일시장에서 완전히 단절되는] 하드 브렉시트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남북 아일랜드 사이에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를 적용하는 국경을 부활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면 남은 대안은 두 가지뿐이었다. 영국 전체가 유럽단일시장에 사실상 잔류하거나, 아니면 영국이 스스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사법재판소의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존슨의 전임 총리 테리사 메이는 2018년 11월 잠정 합의안에서 후자를 받아들였다.

국경

존슨과 보수당 내 우파는 이에 질색했다. 메이가 물러나고 총리가 된 존슨은 북아일랜드만 유럽단일시장에 잔류케 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영국 사이의 국경 통제가 강화될 터였다.

그 과정에서 존슨은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북아일랜드의 왕당파 정당 영연방연합당(DUP)을 버렸다. 영연방연합당은 북아일랜드가 나머지 영국과 멀어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북아일랜드 의정서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교역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재 이른바 “소시지 전쟁”에서 드러난다. 이는 영국산 냉장 육류를 북아일랜드에 공급하려면 냉동시켜서 공급하라고 유럽연합이 요구해서 불거진 갈등이다.[유럽연합은 회원국이 아닌 나라로부터의 냉장육 반입을 금지한다.]

지금 존슨은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사실상 파기하려 한다. 존슨의 정치 스타일답다. 눈앞의 위험을 모면하려고 미봉책을 내놓고 거기서 생기는 문제는 나중 일로 미루는 식이다.

유럽연합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단일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얼마 전에는 스위스에 브렉시트와 유사한 경제적 단절을 강요했다.

하지만 존슨도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존슨이 진지하게 추구하는 듯한 유일한 원칙은 ‘주권주의’, 즉 유럽연합에 대한 영국의 자율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처지가 곤란해진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의 부통령이었는데, 오바마가 브렉시트에 반대한 것은 유럽연합 내에서 영국이 갖는 유용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게 영국은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국주의 갈등에서 독일 같은 나라보다 더 믿을 만한 동맹이다.

한편, 미국은 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을 중재했었고 그 질서가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브렉시트로 인한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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