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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계엄에 맞서 파업·시위 결연히 이어지다

3월 14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 ⓒ출처 Myanmar Now

미얀마 군부 쿠데타 후 40여 일 동안 대중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군부는 폭력 진압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공식 확인된 수치만 따져도, 현재까지 약 150명이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유엔 추산).

3월 15일 군부는 양곤 서부 공단지대 흘라잉타야 등 노동자 밀집 지역 6개 구(區)에 계엄령을 발효했다. 이틀에 걸쳐 최소 56명을 죽게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간 매일같이 시위와 전투가 벌어지고 저항이 가장 활발한 곳들에 계엄령이 발효됐다.

이곳들에서는 파업도 끈질기게 이어졌다. 3월 8일 총파업 이후 몇몇 노동조합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해 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군경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였다. 14일에 흘라잉타이에서는 파업 중인 의복 제조 노동자들과 군경이 충돌하는 와중에 몇몇 공장들이 불타기도 했다.(방화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직후 군부는 계엄을 선포했다. 군부는 “질서 회복” 운운했지만, 이제껏 가정집과 상점을 가리지 않고 침탈한 것도, 멀쩡한 건물에 불을 질러 사람들이 불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나오면 거기에 대고 마구잡이 총질을 했던 것도 바로 군인·경찰·보안대였다.

하지만 계엄으로도 저항을 멈추지 못했다. 양곤·만달레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계엄령 발효 이후인 15일과 16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의료·철도·은행·섬유 등 노동자들도 파업을 이어 가며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몇몇 부문에서는 노동자들이 새로 파업에 동참했다. 한국 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서해에서 운영하는 슈웨 가스전 노동자들도 약 60명이 15일에 파업을 벌였다.

끈질긴 대중 저항이야말로 군부가 한 달이 넘도록 정국을 온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다. 거리의 전투뿐 아니라 파업이 계속되면서 정부 재정과 교역에 타격이 있기도 하다. 일본 기업 기린홀딩스, 타이 건설 기업 아미타, 호주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등 몇몇 기업들이 기존 투자 사업을 중단하거나 자국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군부는 상황을 장악하려고 잇달아 강경책을 내지만 뜻대로만 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유혈 진압이 계엄으로 이어지는 최근 며칠 새 군부의 진압 명령에 불복하며 인도로 망명하는 경찰관과 보안 부대 사병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AFP〉 등은 보도하고 있다.

이런 균열의 조짐을 봐도 쿠데타에 맞서는 대중 저항에는 군부를 더한층 궁지에 몰아넣을 힘이 있다. 미얀마인들은 군경의 폭력에 맞서 조직적으로 스스로 방어하며 대중 파업과 투쟁을 확산시켜야 한다.

대중 저항

하지만 아웅산 수치의 정당 민족민주동맹(NLD) 정치인들은 그런 방향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일종의 임시 국회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는 군부의 계엄령 선포 이후 “혁명”을 일으키겠다며 “미얀마 국민을 지키는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소수민족 무장 집단들을 “연합군”으로 편성할 것이고 “유엔이 계속 개입을 주저한다면 ‘원치 않지만 해야 하는’ 다른 방법[내전]을 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편성하겠다는 “연합군”은 미얀마 내 10여 개 소수민족 무장 집단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 무장 집단들은 2월 말에 미얀마 군부와의 휴전 협정을 파기하고 국경 지역에서 소규모 접전을 벌여 왔는데, 전투기까지 동원한 군부의 반격에 고전하고 있다. 이들이 불교·버마 민족주의가 강력한 민족민주동맹과 “연합”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더 중요한 것은 민족민주동맹이 가리키는 방향의 위험성이다. 민족민주동맹은 “국제 사회” 개입을 중시하며 대중들의 투쟁은 자제시키려 애써 왔다. 역사에는 “국제 사회”(제국주의 강국들)의 개입으로 민주주의 투쟁이 왜곡되고 또는 그 결과 잔혹한 독재자들이 권력을 부지한 사례가 가득하다.(관련 기사 ‘타이 사회주의자 초청 토론: 쿠데타와 대중 항쟁 ─ 기로에 선 미얀마’)

CRPH가 “혁명”을 선언하기 훨씬 전부터 평범한 미얀마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하고 군부의 공격에 맞서 왔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낳을 힘은 여기에 있다. 거리 저항을 지속하면서 무기한 대중 파업을 심화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쟁적 리더십이 형성돼야 하고 이는 정당방위 조직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재인의 “제재,” 환영할 만한 것이 못 된다

3월 12일 문재인 정부가 미얀마 제재 조처를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를 “이례적 독자 제재”라며 추켜세웠지만 실상은 제스처에 가깝다.

정부는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결정인데, 외교부 자신도 밝혔듯이, 이미 2019년 1월 이래로 군용물자 수출은 전혀 없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타이 민주화 시위 진압에 한국산 물대포가 쓰인다는 비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었다.

정부는 국방 관련 신규 협력을 중단하고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2월 이후 미얀마 무역부에서 해외 신규 투자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단서를 달았다.

법무부는 출국 시한이 넘어도 귀국을 원치 않는 미얀마인들에게 “인도적 특별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당연하고 필요한 조처다. 그런데 법무부가 보장한 관련 비자(G-1)는 강제 추방만 하지 않을 뿐 그밖의 지원이나 권리가 보장되는 게 전혀 없다. 지원도 없고 불안정한 체류 자격이라서 취업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 이미 미등록자인 경우에는 강제 추방은 않겠지만 단속과 강제 수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 체류하는 미얀마인들(개중에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에서 운동하다 군부의 표적이 된 사람들이 있다)에 대한 정부의 보호 조처가 충분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주판알

이런 조처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나 인권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포스코 등 미얀마 군부와 거래해 온 한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미사여구보다 훨씬 우선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과 미얀마 군부의 사업적 연계를 진지하게 끊으라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 역대 정부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동남아 진출에 상당히 공을 들여 왔다. 문재인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미얀마에 경제협력기금 10억 달러를 약속했다. 정부가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건설 사업을 LH의 첫 해외 직접 투자 사업처로 삼은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발표가 미얀마 군부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성명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인 것도 시사적이다. (문재인이 미얀마 군부의 폭력 진압을 규탄한 3월 6일도 미국 상무부의 제재 협박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이다.) 외교부는 안보리 성명 통과 직후 미국 상무부 안과 수준을 맞춘 조처를 발표한 것이다.

그 직전에 문재인 외교부는 안보리 성명 초안을 작성했던 영국 외교부와 통화해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요컨대, 정부의 조처는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것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데에 더 무게가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게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한국의 진보·좌파의 전진에도 미얀마의 민주주의 승리에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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