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각:
계속 드러나는 여권의 부패 의혹과 친기업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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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재보선 참패 이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는 우파 야당과의 ‘협치’(주요 파트너로 삼아서 하는 정부 운영) 압력이 커져 왔다. 경제 침체, 동아시아 불안정, 코로나19 재유행 등이 국내 정치 불안정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자본가 계급의 바람이다.
최근 여권에서는 개혁 추진에 관한 말이 줄었다. 새 당대표에는, 부동산·핵발전 등의 문제에서 우파와 코드를 맞춰 왔고 인천시장 시절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실천한 송영길이 뽑혔다.
그러나 부대표(“최고위원”)는 친문 인사들이 싹쓸이했다. 친문이 비문에게 밀려 대표 자리를 놓친 것이 아닌 것이다. 문재인 레임덕과 민주당 정권 재창출 위기 때문에 현 여권 핵심부가 곤란을 겪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 와중에, 5월 4일 열린 장관 청문회에서는 온갖 특권형 비리 의혹들이 터져나왔다.
공금으로 가는 해외 출장에 가족을 데리고 가고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의혹(과기부 임혜숙), 해외 공관 근무 시절 밀수 의혹(해수부 박준영), 관련 공무원 자격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받고는 관사에 살면서 이 아파트를 재산 불리기에 이용한 의혹(국토부 노형욱), 중부지역고용노동청장 재직시 삼성의 무노조 대책을 묵인하고 이마트 사측의 선물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의혹(노동부 안경덕),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증여세를 제대로 안 낸 의혹(산자부 문승욱) 등등.
개인 비리 혐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문승욱과 안경덕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합의로 즉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계급의 관점에서 보면 더 문제적인 그들이 말이다.
“흠결만 따진다” 불만
김부겸에게 향해진 의혹은 더 심하다. 딸 가족이 가입한 라임자산운용의 한 펀드(테티스 11호)가 맞춤형 특혜 펀드라는 의혹이다.
김부겸의 딸 부부는 자신들이 손해를 봤으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하고, 김부겸은 딸 가족의 일이라서 자신은 문제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진실과는 멀어 보인다. 김부겸의 딸 부부는 장영준(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라임 펀드 사기 건으로 구속돼 있음)에게서 비공개 펀드를 추천받았고, 여기에는 김부겸 딸 가족과 라임의 실세로 불린 이종필(라임자산운용 부대표)만 가입했다고 한다. 이 펀드는 성과보수 0퍼센트 등 특혜성이 짙다. 당시 김부겸은 (차기 대선을 노리면서)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또한 라임 펀드 부실 소문이 돌면서 환매 요구가 있었을 때 라임자산운용 측은 환매에 일절 응하지 않았지만, 김부겸 딸 부부가 가입한 펀드는 환매가 일부 이뤄졌다고 한다.(본인들은 환매 못했다고 해명)
지난해 청와대-검찰의 갈등에도 라임 펀드 사기 의혹(펀드가 부실해지자 펀드끼리 돌려막기한 것으로 사실상 다단계 사기와 유사) 문제가 있었다. 다급해진 라임 펀드 측이 권력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권 ‘검찰 개혁’의 결과물인 공수처는 이런 문제는 제쳐두고, 1호 수사로 자신들의 기소 가능 대상도 아닌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해직교사 복직 사건을 선택했다. 문재인의 위선적인 ‘검찰 개혁’의 실체가 현 여권의 권력형 비리 감추기임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애초부터 공수처는 전혀 개혁적인 기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노동자 연대〉 신문의 비판이 옳았다.
여권은 몸을 사리면서도 각종 부패 의혹 덮기를 계속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쉽지 않다.
문재인의 딸과 사위 부부가, 비리 범죄자로 구속된 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직의 도움으로 특혜 취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염두에 뒀던 이성윤은 검찰총장 최종 후보에 올리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성윤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방해 건으로 기소됐다. 법무부 장관 박범계는 전임 추미애가 해체시킨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은 새 장관 임명이 쉽지 않자 짜증이 났는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애먼 청문회 제도를 탓했다.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능력을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됐다.”
국민의힘은 장관 3명의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아마도 김부겸 임명 동의 등과 엮어서 여당과 정치적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이는 여권에 더한층의 우경화 요구가 될 것이다. 벌써 문재인은 이재용 사면에 ‘열린’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친기업 기조 강화 밝힌 취임 4주년 연설
5월 10일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연설과 기자회견은 좌우 모두의 불만을 살 만했다. 진보 개혁 염원층에게는 다시 허탈감을 줬고, 우파에게는 공식정치의 협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연설에서 드러난 문재인의 걱정거리는 노동자·서민의 살림살이나 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연설에서 핵심 키워드는 “경제”였다. “지원” 단어가 13번 쓰였는데, 그중 10번이 기업 지원이었다. 반면, “고용”은 8번 나왔는데, 그중 절반이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는 문장이었고, 나머지는 고용보험·고용안전망이었다. 정부가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생각은 없는 것이다.
한편 “불평등”은 8번 나왔는데 사실상 그저 현실 묘사로만 쓰였다. “복지,” “노동,” “가계,” “소득” 등은 한 번씩만 쓰였는데, 전부 자화자찬하는 문장에만 쓰였다.
“방역” 11번 중 7번, “백신” 13번 중 6번도 정부 정책 수행을 자화자찬하는 문장에서 사용됐다. 특히, 방역 당국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백신 확보 실패 책임을 은근히 전가하는 발언은 압권이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추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무책임성과 반성 결여 때문에 그동안 친정부 성향의 보도를 해 온 〈미디어 오늘〉조차 대통령 연설 이후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더 낮아졌다는 사람이 그 반대보다 더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여론상 확실한 대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들의 지지부진한 지지율과 지저분한 내분을 보고 신뢰를 가지기는 지금으로선 불가능할 것이다.
자본가 계급 여야 정당들의 최근 행보는 혼란스런 정치 상황에서도 자본가들의 요구를 더 노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더 이동할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드러나는 상호 군색한 처지는 이들 중 누가 반사이익을 얻더라도 대중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도 보여 준다.
노동계급 대변이 다소 아쉬운 정의당
한편, 정의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개인 비리 의혹이 드러난 자들은 반대했지만, 노동부 장관 후보 안경덕은 찬성해 줬다.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 기준이 “국민적 눈높이”(국민적 상식) 미명 아래 개인 비리(위법) 의혹에 주로 맞춰진 것을 반영한 듯하다.
자본가 계급 여야 정당들이야 안경덕의 친기업성에 동의하고 재계에서도 거부감이 없으니, 찬성에 애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위법 여부와 관계없이 안경덕의 친기업 성향, 정부의 노동존중 표방과 모순되는 인사임을 들어 반대했어야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안경덕 임명에 반대했고, 마트산업노조도 안경덕을 비판했다.
실제로 안경덕은 취임하자마자 중소기업의 중대재해법 등 규제완화 요구에 대해 적극 화답했다. 그는 민간 일자리 확대도 강조했는데, 민간 일자리가 늘려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야 하고, 그러면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다.
정의당이 김부겸 총리 임명에 찬성한 것도 부적절하다. 위법 문제보다는 계급 문제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한 특혜(그것도 펀드 사기와 연계된)를 누린 점을 애써 못 본 척하는 것은 정의 염원 대중의 처지와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이런 행동들은 진보 염원 대중의 정치의식 발전에 해롭다. (정부에 불리한 최신 쟁점들에 대한 진보당의 침묵도 마찬가지로 부정적 효과를 낸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또한 자신들이 적극 찬성한 공수처가 1호 수사로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해직교사 복직 사건을 삼은 것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에 다소간 협조해 국가를 더 민주화한다는 것은 완전한 공상이고, 문재인의 공수처는 위선의 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