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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금융 불안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주다

지난해 원금의 최대 90퍼센트를 까먹은 파생결합펀드(DLF)가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이 펀드는 독일·영국 등 선진국의 금리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에 돈을 걸었다가 선진국들이 경제 상황 악화에 대응해 금리를 더욱 인하하자 큰 손실을 봤다.

그런데 이후 금융 불안정성의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2조 원에 이르는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환매 중단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매 중단은 가입했던 펀드를 해지할 수 없게 해 투자자들이 돈을 찾아갈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이 펀드들의 손실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원금의 40~70퍼센트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원금 손실을 크게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의 약 3분의 1이 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시중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또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거나 한 펀드를 다른 펀드의 대금을 주는 데 이용하는 펀드 돌려막기(폰지 사기) 등 온갖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투자 최저 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에 사모펀드 투자자 수 상한을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 갔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 금융”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 “혁신 금융”의 핵심 내용은 모험(고 위험) 자본 확충, 사모펀드 활성화, 인수합병 활성화, 파생금융상품 시장 활성화 등이다.

지난해 DLF 손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은행의 고위험 신탁 판매를 허용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고위험 금융 상품들을 규제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낮은 이윤율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금융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 자본가들만이 아니라 자본가 대다수가 원하는 바다.

금융시장은 어떤 자본가들에게는 투자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다른 자본가들에게는 투자처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공장이나 기계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 설비투자 규모도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감소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금융 상품들에 투자를 늘려 왔다.

정부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은 더욱 팽창했다. 사모펀드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00조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16년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시장은 자본주의에 필수적이지만 불안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은 한동안은 생산과 무관하게 팽창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생산의 한계에서 언제까지나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치는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노동해 만들어 낸다. 생산 과정에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착취해 만든 가치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팽창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바로 이 점을 보여 준다. 라임자산운용은 고수익을 얻기 위해 고위험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실적이 악화하자 이에 투자한 펀드들도 위기에 빠졌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최근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업체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한국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고 발표했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고 한다.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심하게 타격을 받아 왔다. 현재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미국 경제도 제조업 생산이 둔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교역량도 축소되면서도 한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아 왔다. 한국의 수출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향후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욱 떨어진다면 DLP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드러난 금융 불안정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08~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봤듯 금융 불안정은 매우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기의 동역학은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이제까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주들과 권력자들은 노동계급에게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 할 것이다. 이런 공격에 맞서 노동계급의 투쟁과 연대를 확대할 채비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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