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추진:
불법파견 정규직화 회피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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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측이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노동자 7000여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언론들은 사측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할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은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해 왔다. 법원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소송은 2심 판결까지 나왔는데,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사측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대신 자회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규직화 하랬더니 차별과 간접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사측은 자회사 채용을 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 포기까지 내걸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금속노조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김영진 총무·교육부장이 문제점을 말했다.
“[불법파견 소송에서] 순천공장 동지들이 이긴 것처럼, 우리 [당진 공장]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정규직 전환에 돈이 많이 든다고 봅니다. [결국] 자회사 고용을 통해 사측은 손실(인건비)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업체가 변경돼도 고용이 승계되도록 2020년에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자회사에 노동자들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합니다. 건강상 이상이 있거나 자회사의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고용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사측은 한국노총으로 새 노조를 만들면서 자회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하는 게 불편했을 것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측이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고, 위로금 1000만 원 지급,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조금 개선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여전히 차별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노동조건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도 없다.
김영진 부장은 언론 보도를 마냥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 대비 임금 80퍼센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등한 복지에 대한 내용도 세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고, 위로금 1000만 원의 기준과 근거도 알 수 없습니다. 언론 보도와 달리 사측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고용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을 비틀어 온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기만책, 공공부문 자회사 꼼수 그대로 베꼈다”고 비판한다.
일부 언론은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서 자회사 방안이 나온 것처럼 호도한다.
그러나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자회사 설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자회사 방안이 발표된 날 정규직 사이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적극 지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회사 전환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사측이 수익성을 강화한다면서 몇몇 사업부를 정리하고 수백 명을 전환배치 했는데, 일부 사업부는 아예 자회사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 시점에 비정규직 동지들을 자회사로 고용한다는 발표가 나니, 소문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7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자회사 고용을 거부하고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