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파업:
자회사 꼼수 말고 직접고용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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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8월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 100여 명은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하고 있다. 나머지 조합원 수천여 명은 통제센터 바깥에서 농성장을 차리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제철 사측은 당진·인천·포항 공장의 1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7000명을 자회사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법원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제철 순천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심 판결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당진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도 있었다.
사측은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려고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요구를 외면하면서 사용한 자회사 수법을 민간기업이 고스란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9월 1일자로 현대ITC 등 자회사 세 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채용 조건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소송 취하, 차별 시정 요구 금지 등을 담은 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회사로 전환돼도 처우 개선이 제한적이고, 차별도 지속될 것임을 보여 준다.
사측은 당진공장의 비정규직 2000여 명이 속한 하청업체 15곳을 8월 31일부로 폐업하겠다고 통보해, 확약서 서명과 자회사 전환을 종용했다.
김영진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총무·교육부장은 확약서가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말했다.
“자회사의 처우가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불법파견 소송을 포기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이를 “노예 계약서”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전환배치와 해고 등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을 약화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통제센터 점거 농성을 시작하자, 사측은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 수백 명이 공장 인근에 배치됐고, 사측이 동원한 일부 용역경비대도 대기하고 있다.
민주당 충남도지사 양승조도 현장을 찾아 노조에 점거 농성 해제를 압박했다.
통제센터는 제철소 생산 운영과 에너지·가스 관련 업무 등을 관장하는 곳이다. 노조가 현재 이곳의 필수 업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만약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면 생산 차질이 클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은 크다.
김영진 부장은 조합원들의 투쟁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기존에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에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제기가 없습니다. 오히려 투쟁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정규직지회의 한 활동가는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효과를 높이려면 대체인력도 막아야 합니다. 대체인력 중에는 정규직 노조의 조합원도 있는데, 금속노조와 정규직 노조가 나서 연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