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억 등 비정규직 17명 전원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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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바로잡으라는 게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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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등에 항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형을 비롯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8~2019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수사, 고 김용균 노동자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고용노동청, 대검찰청, 청와대 앞에서 시위와 농성을 벌인 것을 1심 법원이 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애초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런 비폭력 항의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건조물침입미수, 공동주거침입, 집시법 등 혐의를 적용해, 총 21년 2개월을 구형했다. 김수억 전 지회장에게 5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거의 살인범이나 파렴치범에게나 할 법한 구형이다.
결국 이 투쟁들에 주도적이었던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노동자 16명도 징역형(집행유예)과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아사히글라스, 자동차판매 대리점, 학교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이다. 법원은 김 전 지회장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반노동자적 판결이다. 불법파견을 저지른 재벌 등 사용자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는데, 그것을 바로잡으라는 노동자들이 유죄라는 것이다.
법원은 불법파견을 해결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은 옳으나 주장하는 방식이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죄를 내렸다. 투쟁을 해도 법을 존중하며 온건하게 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야말로 죄가 확정된 이재용과 박근혜도 가석방과 사면으로 풀어 주며 법을 우습게 만든 당사자 아닌가. 지배자들에게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고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는 엄격하기 그지없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이 약속을 지키라고 싸우고, 사용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끈질기게 이를 외면했다. 불법파견과 중대재해 사용자도 처벌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 판결만도 못한 시정명령을 내리며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점거하며 항의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는가?
이번 판결은 임기 말까지 이 정부의 ‘노동 존중’이 휴지조각만도 못한 거짓 약속이었음을 보여준다.
재판이 끝난 후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 연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법원 앞에서 판결을 규탄했다.
김수억 전 지회장은 “비록 유죄 선고를 받았고 2심이나 대법원에서 다시 감옥에 갈 수밖에 없겠지만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