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에 그친 민주당의 개발이익환수제, 그조차 반대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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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제2의 대장동’을 막는다며 ‘개발이익환수’ 3법을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를 추진 중이다.
문재인도 11월 21일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불로소득, 초과이익 환수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내놓은 개발이익환수 3법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민관 합작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총사업비의 10퍼센트 이내로 제한,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현행 20~25퍼센트에서 50~60퍼센트로 인상,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등이 핵심이다.
물론 이런 조처들이 시행된다면 일부 공공 개발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민관 공동 사업에 국한해 이익률에 상한선을 두는 수준으로는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대장동 사태에서 민간 사업자가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공기업이 강제 수용한 택지를 민간 사업자가 이용해 집 장사(아파트 분양)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 법안들은 여전히 공공이 강제로 수용한 택지를 민간 사업자들에게 파는 것, 그 땅으로 아파트 분양을 하는 것에는 전혀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개발 이익률 상한제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사업비와 분양원가 세부 내역 등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비를 부풀려 그중 일부를 따로 챙기고, 개발 이익률은 낮춰서 발표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개발이익환수’ 3법을 발의했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3기 신도시 사업에서 사전청약을 강행하며 민간 사업자들이 땅 장사와 집 장사를 할 기회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태로 이재명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민간 사업자들의 이윤을 약간 제한하는 수준의 이 법안들에는 반대하고 있다.
우파 언론들도 이익률을 제한하면 민간 사업자들의 사업 참여가 지체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반발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은 오히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택 공급 확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으로 부유층·투기꾼들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 주는 공약을 내놓았다.
우파의 이재명 비난이 역겨운 위선이었던 까닭이다.
그동안 정부와 공기업들은 공공 택지를 민간 건설회사에 판매하고, 주택 상당수를 매각해 땅 장사를 해 왔다. 정부야말로 거대한 땅 도매상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급격한 땅값 상승과 그로 인한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택지를 개발할 때마다 땅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부유층이 또다시 집을 독점했고, 많은 노동자·서민은 또다시 전·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따라서 제2의 대장동 사건을 막으려면 공공 개발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가 이익을 거둘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 즉 정부가 조성한 공공 택지에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100퍼센트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대폭 늘려야,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과 진보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공 택지를 100퍼센트 공영 개발하는 게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일 것이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공공 택지를 판매하는 땅 장사를 해 온 것은 택지 개발 비용과 공공임대주택 유지비 확보를 위해서였다. 달리 말하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건설·유지 등 관련 예산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택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약간의 종부세 인상에도 호들갑 떠는 땅부자들뿐 아니라 대규모 재정 지출에 반발하는 지배계급 전체의 반대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