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혼돈의 대선과 부동산 부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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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가 반년 남짓이나 남았는데도 주류 양당 후보들 간의 난타전이 격해지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각종 의혹 보도가 이어져, 며칠 만에, 또는 한나절 만에 유불리가 바뀌기도 한다.
검찰의 청부 고발 의혹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궁지에 몰렸었다. 윤석열이 검찰 기구(수사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의혹에 관해 신속하게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도 당시 검찰 내부 동향에 대해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다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시절(박근혜 정부 때) 분당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터져나와 이번에는 이재명이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의혹을 따라가 보니,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우파 측 인사들, 재벌까지 등장했다. 추가로 여당 인사가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상호 고소·고발도 늘었다. 의혹 제기 측도 고소·고발을 하지만, 해명해야 하는 쪽에서도 일단 명예훼손 고소로 맞대응하고 보기 때문이다.
대장동 건에서 뒤늦게 이름이 등장한 SK 회장 최태원도 자신의 연루설을 제기한 한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오래된 부패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특히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개혁가를 자처한 사람들의 부패와 위선도 확연히 드러났으므로 사람들은 웬만한 해명은 믿지 않는다. 게다가 인터넷 매체 발달로 루머 유포도 순식간이다.
매체들도 갈려서 자기 편한 방식으로 파편적 폭로 보도를 이어간다. 물타기에 술 타기, 약 타기가 반복되는 꼴이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 둘(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모두 반대자들을 고발한 당사자이자, 비리 의혹으로 고발된 수사 대상이 돼 있다.
게다가 둘 다 자신이 강점으로 내세우던 것(이재명의 억강부약, 윤석열의 공명정대한 공권력 행사)에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공정과 정의의 문제다.
이런 초유의 난맥상이 보여 주는 건 뭘까?
첫째, 공식 정치 내부가 혼란스럽고, 불안증이 커 매우 신경질적이다. 그래서 현 위기의 깊이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경제 침체가 결합된 복합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세계 무역 축소나 커져 가는 부채 문제가 큰 난관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가 빚어내는 국제질서 불안정으로 안보·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그 안전판으로 군비 확대에 필사적이지만, 주변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을 사면하는 등 지배계급 달래기 시도를 하지만, 이들은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둘째, 부패는 여전히 한국 정치의 아킬레스건이다.
공교롭게도 검찰의 청부 고발 의혹 건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등장한다. 과거 악명 높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의 후신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기구들이 대장동 의혹 따위를 쥐고 있다가 정치·경제 권력과의 거래에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건은 공유지와 서민 주택 지구를 잘 팔릴 고급 아파트·빌라 부지로 개발하면서 권력자들과의 내밀한 네트워크를 만든 투기 세력들이 떼돈을 번 사건이다. 정치권·법조계 고위 권력자들, 재벌(SK), 지방 정부·공기업 등 나올 만한 직업군들이 거의 다 나온다.
서울 위례 신도시 개발 등에서도 같은 방식이 사용됐다거나, 화천대유 핵심 인사들이 다른 개발 사업에 참여하려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 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건에 연루된 것인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공수처
한편, 문재인이 윤석열과 대립하며 만든 공수처가 윤석열을 수사하고 있으니, 이재명과 대장동 건도 수사해 형평을 맞추라는 압력도 크다.
그렇다고 막상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를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 정부의 대선 개입이라는 불만을 살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매우 중요한 대선 쟁점의 하나인 상황에서 대장동 건에서 드러난 부동산 투기 세력 특혜와 돈잔치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는다면 대중의 불신과 불만을 키울 것이다.
셋째, 이런 배경 때문에 차기 대선의 결과는 매우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훨씬 높지만, 우파 야당은 대선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고, 윤석열은 우파적 본질을 드러내 거품이 많이 빠졌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지만, 이어 윤석열에게 실망한 중도층이 보기에 홍준표 등은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국민의힘 후보 간 토론을 보면 ‘봉숭아학당’이 절로 떠오른다. 우파 자체도 당선 가능성 때문에 윤석열과 홍준표로 갈려 있는 듯하다.
대장동 게이트에서도 우파 인사들이 특혜를 받은 게 들통났다. 깨끗한 중도로의 이미지 변신(위장)이 쉽지 않은 것이다.
당 후보 경선 중인 민주당은 집권당이면서도 경선 기간 내내 상호 비난만 난무했다. 특히 이재명에게는 우파나 할 법한 비난도 많았다. 이재명은 친문에게서 공격받으면서도 그동안 실용적 개혁가 이미지를 쌓아 왔기에, 여당 후보임에도 당내 1위와 전체 1·2위를 용케 지켜 왔다.
그러나 대장동 건은 그의 부패는 아닐지라도 정치의 약점을 보여 주는 듯하다. 그는 노동운동에 기반을 갖고 있고 친서민 개혁으로 점수를 쌓아 왔지만, 또한 이를 기업과도 연결시키려 해 왔다.
성남시도 대장동 개발 이익 중에 수천억 원을 돌려받았지만 민간 투기 세력이 손쉽게 더 큰 이익을 챙겨 간 사실은 이재명의 모순을 보여 준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전임 성남시장의 예산 탕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장악한 성남시의회의 공영 개발 반대 속에서도 개발이익을 돌려받았다며 대장동 사례를 자화자찬해 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민주당 대선 경선 광주 유세에서 말을 조금 바꿨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지만 역시 제도적 한계 때문에 충분히, 완전히 개발이익을 환수 못 한 점에 대해서는 … 아쉽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불가피하게 이재명에게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불가피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또한 독자성을 전제한다. 독자성의 핵심은 정치적 비판과 조직의 별개성이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그룹을 이루는 전직 민주노총 간부층은 조합원들의 계급의식 발전에 장애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허구가 또 드러나다
대장동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기현은 이재명을 영화 ‘아수라’에 나오는 빌런 안남시장(황정민 분)처럼 이미지화하려고 했을 것이다.(‘아수라’는 이미 상영 시점에 이재명 비방용 영화로 알려졌다.)
그런데 막상 까 보니 문제가 된 화천대유에는 전 대법관, 전 검찰총장, 스타 특별검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원유철 등이 하는 일 없이 돈만 타 가는 고문으로 등록돼 있었다.
게다가 하나은행을 거쳐 들어간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 수백억 원의 출처가 SK 일가(최태원의 동생 최기원)인 것이 드러났다(하나은행은 SK 주거래 은행).
연루된 법조계 인사들은 정치 성향도 다양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가 임명한 사람들이고, 아들이 퇴직금 50억 원을 ‘대리’ 수령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는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수석 출신이다. 이경재는 최순실(최서원)의 변호사였다.
그런데 본인이 고문이었고 그 딸이 화천대유에 취업해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영수는 김대중계로 분류되며 박근혜·최순실을 구속시킨 특별검사였다. 특검으로 박영수를 추천한 자는 현 국정원장 박지원이었다.
부패 사슬
우파는 권순일이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재판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도록 한 인물이라며 ‘사후뇌물’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반면, 이재명은 국민의힘 인사들이 주로 수혜자라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부른다. 일부는 최태원 사면을 박근혜에게 로비하는 창구였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런 부패의 양상은 검찰을 개혁하거나(‘개혁’의 고전적 의미에서는 이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공수처(검찰2) 설립으로 부패를 척결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본지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고 이번에도 드러났듯이, 검찰의 기원과 인적 배경, 조직 구조 자체가 한국 자본주의 부패 사슬의 일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기업 소유자 등 체제의 최대 수혜자들까지 이런 돈잔치에 연루되는 마당에 체제 수호 기관인 검찰·경찰이 일시적이거나 우연적인 수사·처벌을 넘는 항구적·발본적인 부패 척결을 해 낼 수 없다.
게다가 대장동 의혹이 실제 법으로 속속들이 밝혀져 처벌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법이 사회 구조와 시스템 문제인 부패에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 법을 만들거나 해석하거나 적용하고 집행하는 자들이 부패 사슬의 일부다.(대법관까지 연루되지 않았나.) 이미 관련자들은 법을 위반한 일이 없다며 뻗대는 실정이다.
따라서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더는 개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부패는 자본주의 하에서 사라질 수 없고, 검찰·경찰은 자본주의 국가가 분쇄되기 전에 (착취와 억압이 완화된다는 의미에서) 개혁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