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팩트체크로 균형 있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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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은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이 공동주범인 범죄 사건”으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원희룡은 우파 언론들이 “대장동 1타 강사”라고 띄워 준 덕분에 국민의힘 경선 4강 안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과 전 당대표 김종인도 원희룡의 ‘강의’ 영상을 칭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재명에 대한 국민의힘 등 우파의 공세는 거짓말, 꿰어맞추기, 위선으로 가득하다.
비자금? 재판거래?
원희룡은 화천대유가 이재명의 “비자금 출납 센터”라고 못 박는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가 그 돈으로 이재명의 “재판거래 게이트”를 뒷받침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는 이재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경기지사직을 잃을 뻔했던 재판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화천대유 고문)이 무죄 의견을 냈고 당시 재판의 변호사 비용이 무료였다는 점밖에 없다.
단편적 사실들을 무턱대고 연결짓는 주장에 불과하다. 그 재판은 1심에서 이미 무죄가 나왔었다. 대법관들 사이에서 권순일만 무죄 의견을 낸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권순일은 2014년 양승태가 추천해 박근혜가 임명한 대법관이었다.
또, 권순일이 김만배에 의해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된 것은 대법관 퇴임 후인 2020년으로, 이재명 대법원 재판(2019년) 이후다. 즉, 원희룡은 화천대유 고문료가 사후 뇌물이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굳이 현금으로 몰래 전달하지 않고 왜 복마전의 본산으로 권순일을 불러들였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법조계 거물 30여 명으로 구성된 화천대유 고문단에는 친민주당 인사뿐 아니라 국민의힘 측 인사들도 있었다. 원유철(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한국당의 전 당대표이자 경기도가 지역구인 전 5선 국회의원), 이경재(박근혜 탄핵 국면 때 최순실 변호인) 등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는 이미 화천대유와 엮인 사실이 드러났다. 곽상도는 국민의힘 측이 직접 밝힌 “50억 약속 모임” 일원인데, 곽상도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받은 액수가 50억 원이었다. 그는 이재명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다고 허위 폭로했었다.
국민의힘 등 우파는 이재명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재자였다고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자금 조성설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지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화천대유로부터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가 이재명의 측근이라 해도 그것으로 이재명의 비리를 단정할 수는 없다.
결국 원희룡을 비롯한 우파들은 이재명 비리·부패 사건이라는 결론을 정해 놓고는 사실과 거짓, 밝혀진 것과 아직 안 밝혀진 것을 짜맞춰서 허위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재벌, 대형은행이 거둔 막대한 수익
한편, 우파들은 대장동 사업으로 SK 재벌과 하나은행 등 대형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이 ‘킨앤파트너스’에 빌려 준 돈 626억여 원이 화천대유 초기 자금으로 대여됐다.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최기원은 그 돈의 용처를 알고 있었고, 수익이 본격화한 2018년에는 연이율 25퍼센트이던 대여금이 투자금으로 바뀐다. 투자금으로 바꿔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 그 시점 즈음 분명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수백억 원을 받은 그는 올해 말에 투자 배당 명목으로 약 1000억 원을 더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대장동 건의 또다른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투자자 정영학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 SK 총수 일가 중 하나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SK와 화천대유 사이에 하나은행이 있다. 하나은행은 대장동 개발 사업 주관사로, 컨소시엄을 꾸려 시행사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화천대유는 그 컨소시엄의 작은 일부였다. 그런데도 우파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굳이 ‘화천대유 컨소시엄’이라고 부른다. 프레임 공작인 것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여러 대형은행들이 화천대유에 대출해 준 총액은 6300억 원이 넘는다(화천대유 감사보고서).
하나은행은 이 사업에 대한 대출을 주선한 수수료로만 총 300억 원을 챙겼는데, 이자 수익도 약 1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익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 봤듯이, 이 사업의 초기 자금은 SK 총수 일가에서 나왔는데 하나은행은 SK그룹의 주거래은행이다.
민간개발 만세 부르던 자들의 위선
국민의힘은 민간 투기를 뒷받침한 은행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척한다. 또, 이재명이 말로만 공공개발 강화와 투기 억제를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투기꾼들과 결탁해 비리를 저질렀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뻔뻔한 위선이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대장동 개발을 공영사업으로 진행하려는 이재명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민간이 참여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무엇보다 역대 우파 정부와 그 후신인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반대하고,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땅부자들의 이익 보장을 중시해 온 자들이다. 그중 일부는 직접 나서서 더러운 방식으로 재산을 불려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작돼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숱한 부정부패가 드러났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101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개발 사업에서 민간 투기꾼들은 조 단위의 개발 수익을 남겼다. 이 중 단 한 푼도 공공으로 환수되지 않았다.
반면, 이재명은 대장동 개발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시 정부로 환수하고 공원도 지었다.
이재명은 대장동 사업에서 환수한 수익으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시민배당’을 실시하려다가 민주당 안팎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었다.(지난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이 돈의 일부로 시 차원의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좌파 측에서 보기에 이재명의 정치적 약점과 한계가 드러나기는 했다. 투기 억제라는 목표를 시장(기업이나 민간 투자자들)과 타협해 달성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와 하나은행 등이 우선적으로 수익을 배당받은 뒤, 추가 수익을 화천대유 등 민간 업자들이 챙기는 구조였다. 이재명은 부동산 가격 상승 전에는 성남시가 수익 중 일부를 확정해 받는 게 더 확실한 수익 환수 방법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막대한 이익이 투기꾼들에게 돌아가는 길은 열어 둔 셈이 됐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비판과, 이재명을 비리·부패 정치인으로 몰아 일종의 파렴치범으로 찍어내려는 국민의힘 측 모략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좌파라면 우파에 맞서 이재명을 방어하고,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