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는 러시아 침공의 해결책이 아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푸틴의 침공에 맞서는 최선의 길은 나토 열강에 독립적인 우크라이나의 운동이 러시아 대중과 함께 전쟁에 반대해 저항에 나서는 것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나토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나토는 동유럽에 무기와 병력을 쏟아붓고 있다.
나토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인들을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장기짝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에서 느끼는 지극히 정당한 공포와 혐오를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
올해 초 3400명 규모였던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의 나토 병력은 근시일 내에 2배 가까이 늘어나 6000명 이상이 될 것이다. 영국군 병력 약 1000명이 이미 에스토니아에 도착했다. 영국은 또한 연안경비함 ‘트렌트’와 구축함 ‘다이아몬드’를 보내, 지중해 동부에서 헬리콥터 ‘멀린’,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 등을 함께 동원한 나토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은 최근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5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프랑스군은 이번주에 루마니아로 이동 중이고, 슬로바키아에 배치될 새로운 나토 전투단이 구성되고 있다. 이 전투단에는 1500명의 병력이 포함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폴란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안을 폴란드 정부와 논의 중이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게서 러시아제 전투기를 받고, 폴란드는 이후 미국에게서 F-16 전투기를 제공받게 된다.
나토가 이 정부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 정부들이 러시아에 맞선 전선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고, 또 서방의 요구에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방어적인 군사 동맹이 아니다. 나토는 서방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일환으로 나토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의 전 세계적 프로젝트에 종속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2월 23일 나토는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수많은 대전차 무기와 대공 미사일, 소형 화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또,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의료 물자를 포함한 거액의 재정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나토 30개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했다. 나토는 이렇게 밝혔다. “벨기에·캐나다·체코·에스토니아·프랑스·독일·그리스·라트비아·리투아니아·네덜란드·폴란드·포르투갈·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영국·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이미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거액의 재정 지원 외에도 재블린 미사일, 대공 미사일 등 중요한 무기들을 받았다.”
나토의 무기 지원에는 대가가 따른다. 바로 서방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침공당한 정부가 모두 이런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체첸을 분쇄했을 때, 체첸은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서방 정부들이 러시아의 특별히 잔혹한 방식에 가끔 이의를 제기하긴 했지만, 1994~1996년 첫 번째 체첸 전쟁 때는 러시아를 공개 지지했다. 서방 정부들은 체첸의 독립 선언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쟁으로 최대 10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결국 이 전쟁은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가 파괴되는 것으로 끝났다. 러시아군 장성이자 역사가인 드미트리 볼코고노프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어린이 5000명을 포함해 약 3만 5000명이 죽었다.
서방에 친화적인 보리스 옐친이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후인 1999년~2000년 2차 체첸 전쟁에 와서야, 일부 서방 국가들이 체첸 전쟁을 비난했다. 그때조차 체첸인들에게 무기를 지원한 것은 아니다. 당시 서방에서 체첸을 지원했다가는 “테러리스트”로 몰려 감옥에 갇힐 수 있었다. 영국 노동당 정부의 총리 토니 블레어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에게 지지를 표했다.
나토의 지원으로 대담해진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나토군은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핵무장 열강 간의 제3차세계대전을 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속히 추진해 달라고 나토에 요구했다. 그리고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거부하더라도 서방 국가들에게 군사 개입 약속을 요구하겠다고 고집했다. 이런 행보는 향후 훨씬 더 위험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키우는 무모한 행위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 침공이 패배해 푸틴의 제국주의에 타격이 되길 바란다. 푸틴의 침략군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대중과 사병들의 반란, 나토 열강에 독립적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동이 결합돼서 패배하는 것이 가장 좋다.(관련 기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보는: 마르크스주의와 전쟁, 본지 407호)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체포, 구속, 또는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자국 정부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에게서 모두 배워야 한다. 이들이 우리의 모범이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헤르손 등 러시아 점령지에서 수백, 어쩌면 수천 명이 용감하게 거리 시위에 나섰다. 대중 시위는 러시아군 병사들을 동요하게 하고 점령에 맞선 조직의 기반을 다질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종속되면 될수록, 우크라이나가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줄어든다. 설사 러시아군을 몰아낸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얻은 승리는 우크라이나 민중이 아니라 서방 군대의 승리가 될 뿐이다. 전쟁 확대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뭔가 해야만 한다”고 하면서 나토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나토의 개입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나토와 더 광범한 서방 세계가 유고슬라비아에서 1999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서 벌인 무자비한 공격으로, 세계는 강대국 지배계급이 자신의 제국주의적 목표를 위해 다른 나라를 짓밟는 그런 곳이 됐다. 푸틴도 그 길을 따르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도 나토의 구실을 규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가 의료·교육을 긴축하고 임금을 삭감하면서도, 전쟁을 위해서는 거액의 자금을 쓴다는 사실도 폭로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쏟아진 서방의 무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이번 주에 발표된 영국 하원의 조사 보고서는 서방이 무기 지원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부추겨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 무기 지원 프로그램을 보면, 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나토에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그밖의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하는지 알 수 있다.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계속 졸라서 결국 요구 사항을 받아냈다.
과거에는 공공연하게 넘겨줄 수 없었던 첨단 살상 무기들을 현재의 위기 덕분에 이제 대놓고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서방 동맹국들은 지원을 크게 늘렸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이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비살상적” 지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등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 무기를 처음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30일,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 2000기를 제공했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함대를 흑해 지역으로 보내 우크라이나 해군과 여러 차례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최근에는 2021년 여름 ‘코사크 메이스’ 합동 훈련이 있었다.
또한 2021년 6월에는 디펜더함이 흑해에 머무르며 “우크라이나와 역내 나토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드러내 보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 해군과 전투가 벌어질 뻔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디펜더함이 영해를 침범해] 경고 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미국은 영국보다 더 빨리 무기 지원으로 전환됐다.
“1990년대 초부터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해외 군사 지원의 주요 수혜국이었다. 독립 후 첫 10년간, 우크라이나는 약 26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을 받았다.”
“미국 의회 조사국은 충돌이 시작된 2014년 이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25억 달러 이상의 안보 원조를 제공했다고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무기 지원을 늘리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력 강화를 부추겼다. “2018~2019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했다. 미국은 저격 소총, 로켓 추진 유탄 발사기와 퇴역한 미 해안경비대 초계함 두 척을 우크라이나 해군에 제공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하에서도 군사 지원은 늘었다. “2021년 3월 1일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스스로를 더 효과적으로 방어하도록 방어용 살상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조처’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계획을 위한 1억 500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이 2021년 6월 발표됐고, 뒤이어 2021년 9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비롯한 살상·비살상 장비를 지원하는 6000만 달러 규모의 계획이 발표됐다.”
보고서는 타당하게도 이렇게 인정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이 러시아에 대한 도발이라고 밝히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 군사력 증강을 지원하여 2014년~2015년 이곳에서 벌어진 충돌의 정치적 해법의 기반이 된 민스크 협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서방은 무기 공급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서방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서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와 트럼프 정부 에너지 장관의 거래
트럼프 정권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에 군사 지원을 하는 동시에 경제적 유대 관계도 맺었다.
2018년 미국 에너지 장관 릭 페리는 우크라이나가 [가스 수출로] “유럽판 텍사스”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듬해 페리의 가까운 정치적 후원자 2명이 좋은 수익이 예상되는 석유·가스 탐사 계약을 우크라이나 정부에게서 따냈다. 이는 젤렌스키의 새 정부가 미국의 군사 지원을 요청하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젤렌스키의 취임식에 페리가 참석하고 한 달이 조금 지나자마자, 우크라이나는 페리의 후원자들에게 이 계약을 선물했다. 취임식 후 회담에서, 페리는 젤렌스키에게 에너지 고문으로 추천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건넸다. 명단에 적힌 4명 중 한 명은 페리의 오랜 정치적 후원자인 마이클 블레이저였다.
일주일 후 블레이저와 그의 파트너 알렉스 크랜버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바르빈스카 지역에 대한 석유·가스 시추 계약에 입찰했다.
그들의 입찰가는 다른 유일한 경쟁자보다 수백만 달러 낮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든 새로운 합작 벤처 기업 ‘우크라이나 에너지’는 50년 시추 계약을 따냈다.
떼돈 버는 군수기업들
부자들에게 전쟁은 돈벌이 기회다.
독일이 올해 국방 예산을 1000억 유로[약 125조 원] 증액하겠다고 발표하자 군수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군수 기업 레이시온 테크놀로지는 지난 한 달 동안 시장 가치가 6퍼센트 뛰었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는 휴대용 로켓 미사일인 “스팅어” 미사일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나토에 장갑차를 공급하는 독일 군수기업 라인메탈은 시장 가치가 30퍼센트 이상 뛰었다.
영국의 주요 무기 제조 기업 BAE시스템스는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BAE시스템스 투자자들은 수익이 26퍼센트 뛰었다. BAE시스템스의 자산가치는 약 30억 파운드[약 4조 8500억 원] 늘었다.
방산 기업 엘빗시스템스도 주가가 급등했다.
이스라엘 최대의 민간 방산 기업인 엘빗시스템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만에 주가가 18퍼센트 뛰었다.
서방 정부들은 사이버 전쟁 지출도 늘리고 있다.
투자회사 클리어브릿지인베스트먼트의 애널리스트 힐러리 프리시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위협을 알리는 선언이나 해킹, 랜섬웨어 공격은 언제나 기업 등의 조직들에게 사이버 보안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하는 광고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