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충돌을 재앙적으로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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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나토의 개입 수위를 훨씬 높이라는 압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과 포격이 낳은 참상을 이용해 더 많은 살상과 파괴를 촉발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3월 9일 영국 보수당 정부의 국방장관 벤 월러스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3615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했다고 영국 의회에 밝혔다.
월러스는 “정부가 휴대용 초고속 대공 미사일 ‘스타스트릭’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도 전했다. 군수기업 ‘탈레스 에어 디펜스’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제조한 미사일들이 조만간 러시아의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상대로 사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스타스트릭은 음속의 세 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이런 미사일 제공에는 언제나 당연히 “훈련관” 파견도 따라올 공산이 매우 크다. 이미 나토가 지원한 전쟁 물자의 운용 방법을 나토의 전문가가 우크라이나군에 교육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무기 지원이 더해질 때마다,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도록 나토를 설득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대도 커질 것이다.[비행금지구역 설정의 역사 등에 좀더 초점을 맞춘 관련 기사 ‘비행금지구역 설정 ─ 미·러 직접 충돌의 위험을 키우는 길’]
현재까지 미국·영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부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그 안으로 들어오는 러시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쟁이 확대되면 핵무기 동원이나 제3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3월 8일 폴란드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미그29 전투기를 독일 람슈타인에 있는 미군 공군 기지로 “즉시 무상” 이송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해서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이 전투기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독일의 미군·나토군 기지에서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가 출격해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으로 비행한다면,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공군력 사용을 둘러싼 협상은 분명 순탄치는 않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3월 6일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제공하는 계획을 폴란드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 폴란드 총리실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폴란드는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을 것이고 공항 이용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는 다른 많은 부문에서 상당한 원조를 하고 있다.”
그러던 폴란드가 3월 8일에, 앞서 언급한 제안을 한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공개적으로든 이면으로든)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비행금지구역이라는 의제 자체도 아직 폐기되지 않았다. 3월 8일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 담당 고위 인사 27명은 공동 공개 서한을 발표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서한의 연명자들 중에는 피비린내 나는 미국 제국주의의 활동에 깊숙이 관여했던 자들도 있다.
그중에는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과 유럽동맹군 총사령관[나토군 최고 지휘관]을 지냈던 퇴역 중장 벤 호지스, 퇴역 장성 필립 브레드러브, 전직 국방부 차관보 이언 브레진스키, 전직 국무부 국제 문제 담당 차관 폴라 도브리언스키, 전직 국방차관 에릭 에델만 등이 있다.
이들은 바이든에게 “인도적 목적의 통행로를 보호하기 위한 제한적인 비행금지구역을 우크라이나 영공에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3월 3일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충돌은 온갖 무시무시한 참상을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