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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탈핵 집회:
주요 대선 후보들의 핵발전 지속 입장을 비판하다

3월 5일 부산 서면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이 열렸다.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경남시민행동, 부산에너지시민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 집회에는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icoop 생협, 노동당 부산시당, 녹색당 부산시당 등 탈핵부산시민연대 소속 단체들과 부산기후용사대, 청년문화행동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오선희

이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군대가 자포리자 핵발전소를 공격했고 경북 울진에서는 대형 산불 때문에 한울 핵발전소 1~5호기가 출력을 50퍼센트 낮췄다. 11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핵발전소 사고 위험을 알리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11년이 됐지만 여전히 핵발전으로 인한 위험과 고통, 희생에 대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계속 생기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후쿠시마, 체르노빌, 고리, 월성, 울진, 영광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날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과 이재명 둘 다 핵발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은 ‘탈원전 백지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핵은 없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폐쇄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결정됐던 것이고, 신고리 4~6호기는 예정대로 가동을 시작했거나 건설 중이다.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약속했을 때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큰 실망을 했습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박철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은 탈핵 때문이 아니다.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인상으로 생긴 부담을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 정작 그로부터 이윤을 얻는 기업주들에게는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면서 말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며 전기 요금을 올리는 것도 정작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부담은 덜어 주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조처일 뿐이다. 그렇게 해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지지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후 위기 대책이 될 수 없다.

윤석열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람들의 정당한 불만을 이용하고, 핵발전소를 더 늘리고 심지어 핵무기도 보유하려는 지배계급 다수의 바람을 대변해 선거에서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이재명은 우파의 눈치를 살피며 문재인의 ‘탈원전’ 표현마저 ‘감원전’으로 바꾸고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핵잠수함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핵발전을 포함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핵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유림 부산기후용사대 회원은 이를 비판했다.

“지난달 유럽연합은 핵발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에 포함하겠다고 했습니다.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돈과 땅을 마련한다면 핵발전소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핵발전과 핵폐기물은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제어할 수 있고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이용하는 에너지로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핵발전을 중단하되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부는 이들이 일자리 걱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위험한 산업을 해체하고 없애는 기술을 만들자고 설득하고 노동자들의 살길을 찾아 줘야 합니다.”(조형래 민주노총경남본부 본부장)

집회 참가자들은 “핵은 죽음이다! 탈핵을 약속하라!”, “핵폐기장 어림없다! 고준위 기본계획 즉각 철회하라!”, “수명 다한 고리 2호기 즉각 폐쇄하라!”, “부산 경남 시민 함께해서 탈핵 세상 앞당기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산 시내를 행진했다.

행진 이후에는 대선 후보들에게 핵폐기물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로 이날 집회가 마무리됐다. 곧 치러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핵발전을 지속하고 확대하려 시도할 것이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중단하기 위해서 탈핵 운동도 더 발전하고 확대돼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오선희
부산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오선희
부산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오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