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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시도 중단하라

4월 5일 국내 핵발전소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수명이 다 된 노후 핵발전소를 수리해 계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첫 대상이 고리 2호기다. 이 발전소는 내년 4월 8일이면 40년인 설계 수명이 끝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한 시도에 반대한다. 특히 고리 2호기는 대도시인 부산에 인접해 있어 중대사고가 날 경우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인구가 335만 명에 이른다.

고리 2호기 폐쇄를 위한 부산시민행동과 탈핵시민행동은 윤석열 정부의 수명 연장 조처에 맞서 6월 18일 부산에서 집중 집회를 연다.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 누구나 이 행동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

기후 운동은 특히 이 행동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할 필요가 있다. 핵발전 확대는 기후 위기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처들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를 짓는 데에만 최소 10년이나 걸리는 데다 어마어마한 재원이 투입된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에 시급히 투자돼야 할 재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못 된다는 것이 찬핵론의 핵심 논리여서 기후 위기 대응을 방해하는 논거로 작용한다.

기후 운동과 탈핵 운동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막대한 자원을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무려 10개의 노후 핵발전소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출처 탈핵부산시민연대

정부의 경제성 논리를 거부해야

한편, 탈핵 운동 일각에는 정부의 경제성 논리를 수명 연장 반대에 역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정부의 경제성 평가는 땜질에 드는 비용과 연장된 10년간 판매할 전기 가격을 비교하는 식이다. 당연히 비용을 적게 가정할수록 경제성이 높게 계산될 것이다. 안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성 논리를 역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 측도 이 점을 노린다. 수명 연장 조처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도록 한 규정을 적용하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수명 연장이 승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성 1호기의 경우, 한수원 측이 예상 비용을 줄이려고 최신 기술을 적용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긴 점이 법원에서 인정돼 수명 연장 결정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러나 탈핵 운동은 경제성 논리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건설‍·‍수리 비용에 얼마나 쏟아붓든 핵발전을 안전하게 만들 수는 없다.

예컨대 방사성 물질이자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 4300년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병 위험을 조금씩 높인다.”(미국 과학아카데미)

지금으로서는 이 위험한 물질을 물탱크나 콘크리트와 납으로 둘러싼 격납 용기 안에 넣어 두는 게 최선이다.

당연히 그 긴 시간 동안 구조물이 버틸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도 지진으로 물탱크가 깨지고 물이 말라 버려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물며 부품과 구조물이 낡고 손상된 핵발전소를 땜질해서 계속 가동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성 논리를 받아들이면, 핵발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본질적 쟁점을 흐리게 된다.

그래서 불필요한 쟁점에 발목 잡힐 수 있다. 문재인 정부 관료들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서류를 조작하려 한 일이 그 사례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해 문재인의 ‘탈원전’을 “반지성”적 불법 행위로 못박으려고 한다.

또, 경제성 논리를 받아들이면 전기 요금 인상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다. 전기 요금 인상을 받아들이면, 탈핵 운동이 노동자 대중의 지지와 참여를 끌어내기는커녕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건설이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도 조기에 착공하겠다고 했다.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필요한 절차들을 생략‍·‍단축하겠다는 뜻이다.

위선적이게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핵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운운하며 핵발전 확대를 정당화한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다. 자본가들은 쥐꼬리만한 최저임금 인상도 못마땅해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완화하려고 한다. 그저 핵발전이 필요하니, 그 일을 수행할 노동자가 필요한 것뿐이다.

그와 정반대 취지로 탈핵 운동은 기후 운동의 ‘정의로운 전환’ 요구를 적용해야 한다. 정부에게 재생에너지에 획기적으로 투자하고, 핵발전소를 폐쇄하되 관련 산업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산업과 일자리 전환 과정에서 생계비‍·‍교육비를 충분히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안전한 핵은 없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