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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년:
왜 핵발전소는 더 늘어나는 것일까?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 핵산업계는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비록 규모 9의 초대형 지진과 지진 해일의 충격이 엄청나긴 했지만, 핵발전소가 말 그대로 ‘폭발’하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기 때문이다.

안전 매뉴얼에 관한 한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게다가 인류 역사상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에서 벌어진 일이니 만큼 핵발전의 안전성 신화가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반핵 운동가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것처럼 핵발전소는 ‘꺼지지 않는 불’을 안고 있고 이를 냉각시키기 위한 복잡한 장치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지진 해일로 외부 전력 공급이 두절되고 내부 디젤 발전기마저 침수돼 냉각 장치를 돌릴 전력원이 사라진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그 불을 식히려고 아직도 물을 퍼붓고 있고, 앞으로도 수십 년은 계속 그래야 할 것이다.

독일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탈핵’을 선언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높아진 경각심을 낮추려면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더 많은 안전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점진적일지라도 퇴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핵산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정말로 탈핵은 대세가 됐을까?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가 전체 발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지만 그 절대 수는 늘어 왔다.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핵발전소는 441기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2011년 435기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수명이 다 돼 문을 닫은 핵발전소를 고려하면 규모가 더 큰 신규 핵발전소 수 증가폭은 더욱 크다. 지금도 52개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고, 여기에는 중국(14기)뿐 아니라 미국(2기), 영국(2기), 프랑스(1기), 한국(4기)도 포함되고, 심지어 일본 정부도 2기의 핵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다!(IAEA, 2021)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핵발전소의 설비용량이 최대 715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전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조차 핵발전소 설비 용량은 2040년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다가 오는 2050년 371GW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다.

사상 최악의 사고를 경험하고, 발전 비용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주요국 지배자들이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지배자들에게 핵발전소가 단지 ‘값싼 전기’ 공장 이상의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합법적 핵무기 원료 공급처다.

핵무기 원료 공급처

사실 핵발전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경제적’이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이 없다면 핵발전은 유지될 수 없다. 그조차 안전성에 대한 거짓말을 체계적으로 유포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안전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장부상 수지타산을 맞춰 왔을 뿐이다.

정부와 공식 기관들의 ‘경제성’ 평가는 이런 거짓말들을 바탕으로 이뤄지므로, 경제성을 이유로 ‘탈핵’을 추진하기는 난망하다. 문재인 정부가 고작 수명이 다 된 월성 1호기 하나를 폐쇄하려고 했을 때조차 우파들이 경제성 평가를 들고 나와 논란을 벌이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첫 해에 탈핵 약속을 배신했을 때 정부가 내세운 이유도 따지고 보면 ‘경제성’이었다. 이미 짓기 시작한 발전소 건설을 어떻게 중단하냐는 것이었다. 문재인의 공론화 위원회는 단지 이런 배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소형 핵발전소 관련 연구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이 대세’라는 낙관은 탈핵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있었다. 안전성뿐 아니라 경제성에 관한 거짓말도 크게 약화됐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핵발전소에 대한 지배자들의 핵심적 이해관계를 간과한 것이었다. 오늘날 환경운동 지도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제국주의 열강의 핵무기 경쟁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기거나, 심지어 과거지사로 치부하기도 한다. 한국 지배자들의 핵무기 보유 열망을 지배계급 내 극소수의 비현실적인 바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반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이런 기대가 섣부른 것임을 지적해 왔다.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자들이 핵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근본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해관계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 경쟁은 국민 국가와 거대 자본들의 세계적 경쟁, 즉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다.

또, 핵발전은 건설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개별 자본가들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해 주고, 그 덕분에 자본가들 다수의 지지를 받아 왔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하는 등 노골적으로 핵무기 보유 열망을 드러내 왔다. 이를 고려하면 ‘탈핵’ 약속 배신은 오히려 일관된 행동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의 사례는 오히려 예외적이다. 독일조차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반년 전에 기존의 탈핵 입장을 번복하고 핵발전소 건설 재개 방침을 천명한 바 있는데, 후쿠시마 사고로 독일에서 반핵 운동이 크게 벌어지자 재차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 물론 2022년으로 약속한 ‘탈핵’ 시점이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빌 게이츠 등 지배자들 내 일부는 사이비 과학을 내세워 핵발전을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요국 정부와 자본가들이 탄소 배출의 극적인 저감 노력을 회피하는 방편으로 악용될 것이다.

핵발전소는 단지 ‘값싼 전기’ 공장이 아니다.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