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앞에 놓인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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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실패와 방역 시스템 붕괴로 3월의 첫 3주 동안에만 600만 명이 감염됐고 4500여 명이 죽었다. 조용한 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방역 시스템이 붕괴했다시피 한데도 정부는 무책임하게 “각자 투병”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자가 격리가 자택 방치가 된 상황에서 격리 지원금과 치료비 지원도 축소됐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것을 유일한 핑계로 삼는다. 하지만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낮아도 확진자 규모가 폭증하면서 사망자도 폭증했다.
그런데도 기업주들은 확진자만 며칠 결근시키고는 별다른 조처 없이 이윤 활동을 강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정치는 방역 실패와 시스템 붕괴 문제에 대해 다들 말을 아낀다. 모든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몰아가는 국민의힘도 이 문제에서는 조용하다. 대신 이른바 안보 문제 대처와, 경제 회복을 내세운 기업주 편의 봐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것이 석 달 뒤 지방선거에도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은 당선 후 첫 대외 간담회 대상을 재계 6단체로 삼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부패로 적폐로 몰려 지난 5년간 몸을 사려야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 모임의 연락 간사 구실을 맡았다. 전경련은 박정희 정권 시절 구성된 대기업·재벌들의 모임으로, 대표적인 정경유착 창구였다.
윤석열과의 간담회에서 재계 대표들은 규제 개혁, 반기업 분위기 청산, 최저임금제·중대재해법 개악, 노동쟁의에 대한 단호한 공권력 행사와 관련 법 개악 등을 요구했다. 윤석열은 핫라인을 신설할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답했다. 아마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 강남이나 여의도와도 가까워져 기업인들이 찾기에도 더 편리해질 것이다.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 준 민주당도 부자들 눈치 보기에 바쁜 건 마찬가지다. 부동산 세금 감축 등 그들의 환심을 살 방안들을 혁신이랍시고 내놓고 있다. 물론 차별금지법 문제를 꺼내놓아 진보진영의 환심도 계속 사려고 하지만 말이다.
당연히 이런 것은 믿기 어렵다. 오히려 언론 개악 등을 개혁이라고 포장해 다시 내놓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경제 회복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화시킨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과 비용 상승 압박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미국 금리 인상 등 난관이 많다. 새 정부가 친기업 기조 일변도로 가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무디스 등 국제 금융 기구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보다 하향시켰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성장률 저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가 불러온 사회적 피로도와 불평등 등에 더해 국가의 방역 실패는 공식 정치의 불안정 심화에 한몫할 것이다.
신·구 권력 간 충돌
이런 배경 속에서 이른바 신·구 권력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대선 일주일 만인 3월 16일에 회동하기로 했던 문재인과 윤석열은 사전 의제 조율에 실패해 만남을 미뤘다.
윤석열 인수위원회 측에서 요구한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공공기관 인사 중단, 이명박 사면 문제 등에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윤석열 측은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그때 우파 언론들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경망스럽게 굴거나 점령군처럼 굴면 안 된다는 조언을 내놨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답변이 절반 미만인 역대 최소로 나온다. 윤석열에 반대한 투표가 적어도 1600만 표를 넘는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에게도 부담일 것이다. 박근혜를 퇴진시키며 성장한 민주노총 노동조합 조직들도 결정적 패배를 당하지 않아서 건재하다(비록 개혁주의 관료 하에서 투쟁적이진 않지만).
윤석열에게 조언한 우파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의 사례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명박은 500만 표차로 대선을 이기고 이듬해 총선까지 압승하면서 친기업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다가 대통령 취임 두 달여 만에 거대한 촛불 운동으로 일격을 맞았다. 심지어 그때는 노동운동의 사기가 별로 좋지 않고 싸울 자신이 없던 때였는데도 그랬다. 청(소)년들이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때는 임기말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만회하려고 졸속의 산업 구조조정과 공공 노동자들에 대한 조급한 노동개악 공격을 감행하다가 역풍을 맞고 중도 퇴진해 우파 전반이 위기에 빠졌다.
이런 트라우마 같은 기억들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주 등 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제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