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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취임:
5년 만에 돌아온 우파 정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은?

이 기사는 5월 5일 노동자연대TV 온라인 토론회에서 김문성 기자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앞날, 어떨까?”(동영상 보기)의 발표 원고이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5년 만에 우파 정부가 돌아온 것이다. 주류 양당이 번갈아 집권해 온 1997년 이후, 민주당의 재집권이 이뤄지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이 컸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 환멸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역대 최소 득표차로 간신히 대통령이 됐다.

오늘은 윤석열 앞에 놓인 국내외 환경을 살펴보면서 이 정부의 앞날과 운동의 과제를 얘기해 보려 한다.

자본가들의 자유 윤석열은 취임사에서 “자유” 단어를 35번이나 썼다(그 중 3번은 ‘자유민주주의’ 언급) ⓒ출처 양동욱/국방홍보원

윤석열 정부의 본질

윤석열 정부는 위기에 직면해 자본가 계급의 다수가 노동계급에 고통을 전가하려고 선택한 노골적인 자본가 정부다.

인적 기반의 핵심은 기업주들이고, 이번 각료 인선에서 올드보이들이 대거 귀환했다. 평균 연령도 높고 틀에 박힌 신자유주의 친미 관료 출신자들이 다수다. 관료 퇴임 후 대기업 사외이사나 로펌 자문 등으로 있으면서 거액의 대가를 받다가 관료직으로 돌아온 자들이 많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특권층 변호로 유명한 김앤장에서 자문료를 20억 원이나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다른 장관 후보들은 론스타 의혹, 자녀 입시 ‘공정’ 문제, 병역면제 등의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비리 악취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고,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윤석열의 구호, “공정과 상식”에 대한 일부의 기대는 빠르게 잠식될 것이다. 윤석열을 지지한 청년들 사이에서도 조국과 다를 바가 뭐냐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윤석열 인수위는 여전히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지만, 실 내용을 보면 어이가 없다.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탈원전 폐기와 재정 지출 축소가 “공정과 상식의 회복” 항목에 포함돼 있다. 악취 나는 인간들이 국가 고위직에 올라서 보통사람들의 안전과 복지를 축소시키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이다!

윤석열은 구태의연한 신자유주의를 정책 기조로 표방하고 있다. IMF도 버린 전형적인 낙수효과 이론에 국가경쟁력 강화 논리를 우악스럽게 결합시키고 있다.

“양극화 [문제를] 풀어가[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가 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라며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세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하나로 반도체를 강조하며 “국가 경제와 안보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 요새는 총으로 전쟁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로 전쟁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이 성장을 주도해야 하고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윤석열 인수위가 말하는 것도 전형적인 신자유주의다. 그들이 보기에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산업안전이나 임금 인상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쪽의 규제 완화가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자본가 계급 다수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일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들 앞에 놓인 국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처한 경제·안보적 딜레마

대외 환경

먼저 대외 환경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 경제는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경제의 어려움은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 영향이 크다. 공급망 불안정과 병목 현상,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가져 온 공급 위기, 여기에 기후 위기 등이 겹쳐 식량과 에너지 등 생활필수품들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응해 한국도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물가를 낮추기보다 고물가, 고금리, 저소득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대중의 불만이 빠르게 고조될 수 있다. 그럴수록 지배자들은 성장률 높이기에 매진하려고 노동계급을 공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의 어려움은 특히 지정학적 불안정과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두 나라와 경제적으로 깊숙이 통합돼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 큰 어려움을 준다. 한국은 미·중 갈등 여파로 지난 10년 사이에 중국과 일본 모두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했다. 중국 견제용인 사드를 배치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했고,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다 일본에게도 경제 보복을 당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확고한 방향으로 제시했는데, 이에 따른 딜레마가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과의 경제적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이 수출과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대선 기간에 주한 중국대사와 논쟁도 불사했던 윤석열이 당선 후 시진핑과 직접 통화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한미동맹 강화에는 또한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문제도 뒤따른다.

이런 문제들은 지배계급 내에 이해득실의 날카로운 대립과 분열을 일으킬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폭발력 있는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대외 환경 탓에 우파 측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높이되 국방과 기술력 등에서 “자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강의 명분으로 북한 주적론이 강화될 수 있다. 윤석열은 북한 문제에서 전통적인 우파 기조로 돌아갈 것이고, 이것은 국제적인 지정학 위기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의 대북 전술 신축성 문제도 있으므로 일시적인 해빙 국면이 있을 수 있다.

글로벌 리더 국가 윤석열이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를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의 강화(글로벌화)를 가리킨다 ⓒ출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등장의 맥락

대중의 개혁 염원이 건재하다는 것도 윤석열에게 큰 난관이다.

이번 정권 교체는 사회 전반이 보수화하거나 계급간 세력균형이 후퇴한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대내외적 위기가 심각해지는데도 대중의 변화 염원은 충족되지 못해, 기성 정치 세력이 매우 불신 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변화 염원 대중은 문재인의 배신에 환멸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우파의 귀환을 바란 것도 아니다. 윤석열은 반사이익을 크게 얻었음에도 역대 최소 득표차로 당선됐다. 취임 전인데도 국정 기대치가 역대 최저이다.

개혁 염원 대중은 대선 결과에 낙담해 주눅들기보다는 일종의 전의를 다지고 있다. 가령 개혁 염원 여성 청년 수만 명이 대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했는데, 이 “개딸”(개혁을 지지하는 딸) 현상은 대중 운동의 회복 탄력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계급 운동을 보면, 최근 5~6년새 성장한 의식과 조직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노동절 집회에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모여 행진했고, 최근 정권 교체와 거리두기 완화가 겹치며 집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정권이 바뀔 때와 다른 점이다. 당시는 환멸이 수백만 명의 투표 기권으로 표현됐다. 당시 민주당은 지리멸렬 사분오열 상태였고, 좌파 정당 민주노동당은 분당하고, 민주노총도 내분과 지도부 비리 등으로 존재감이 추락한 상태였다. 덕분에 이명박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압승을 했다. 총선 압승 한 달 만에 청소년이 점화시킨 촛불 운동의 일격을 맞았지만 말이다.

대중의 건재한 개혁 염원

대선 이후 재계와 우파 언론은 대선 공약 중 비용이 많이 드는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 공약은 빨리 철회하라고 윤석열을 압박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런 요구에 전폭 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그의 처지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소동에서 보듯 국회에선 크게 열세다. 물론 윤석열은 돌아온 우파 정부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 주려고 애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망

윤석열 정부는 당장은 지방선거에 올인할 것이다. 지방선거 승리로 국회 의석 열세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수도권과 충청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이겨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결과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지방선거 전까지는 매우 신중하게 나올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면 2년간 전국 선거가 없으므로 그 기간이 각종 개악을 추진할 기회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앞서 살펴본 불리한 대내외 환경과 강력하지 못한 처지 때문에 추진 방식은 신중하고 교활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개악 정책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를 들여다보면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시키는 노동개악 / 더 늦게 덜 받게 하는 연금 개악 / 전력과 의료 등의 민영화 / 공공부문 효율화 /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 반환경 정책 / 한미군사동맹과 군비 확대 및 수출 / 자유민주주의 가치 기반 외교 /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 / 보훈문화 조성 등 군사주의와 이데올로기적 통제 강화 /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추진 등등.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박근혜와 문재인이 의료 등의 민영화 추진을 위해 만들려던 법이다.

국정 과제 문서에는 “효율화”라는 단어가 12번이나 나온다. 그중 정부 재정 지출 효율화,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공공기관 효율화 등이 눈에 띈다. 특히 공공기관 효율화는 인력 효율화와 자회사 정리를 목표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회피하려고 자회사를 만든 것을 생각하면,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는 인력 감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개악의 관철이 쉬울 것인가와 별개로 개악의 방향과 폭은 지금까지 봤듯이 매우 전방위적이다.

이런 개악들을 추진하는 방식은 당장은 신중할 듯하다. 윤석열은 노동부 장관에 반독재 학생운동 출신이자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인 이정식을 임명했다. 이정식은 한국노총 내 합리적 대화 노선의 대표 인물이다. 윤석열도 나름의 사회적 대화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신호다. 이명박 정부의 노조법 개악,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도 모두 온건파 노조 지도자들을 사회적 대화로 끌어들여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그 산하 노조 지도자들이 포함되지 않은 사회적 대화가 그들이 기대한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악을 추진하면서 이에 맞선 저항이 노동계급 전반으로 보편화되지 못하도록 차별과 편견을 활용한 노동계급 이간질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

따라서 공통된 계급 이해관계보다는 각자의 특수한 피해자 정체성을 강조하는 정치, 연대보다 배제와 차이, 특수성을 앞세우며 운동을 파편화시키는 정체성 정치로는 윤석열 정부의 개악에 제대로 맞서기 힘들 것이다.

윤석열 취임식 윤석열 정부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지만, 돌아온 우파 정부의 면모를 확실히 보이려고 애쓸 것이다 ⓒ출처 양동욱/국방홍보원

운동의 과제

마지막으로 저항의 전략 문제를 살펴 보자.

첫째, 민주당과의 제휴 노선, 즉 민중주의 정치가 여전히 문제일 것이다.

민주당은 우파 정부하에서 야당으로서 반사이익을 얻는 처지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제휴 전략은 민주당 집권기뿐 아니라 우파 정부하에서도 해악이 컸다. 민주당의 선거 득표에 방해가 될까 봐 대중 투쟁을 자제·억제하고, 우파의 위험을 과장해 변화 염원층을 민주당 지지에 묶어 놓는 것이다. 전략적 야권연대 노선은 좌파 정당들의 영향력을 오히려 훼손시켰다.

최근 ‘검수완박’ 법을 둘러싸고 정의당과 진보당이 보인 태도는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 준다.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5년간 개혁 실패의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며 검찰 개혁이라는 사이비 개혁 기치를 든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염원층을 민주당으로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민주당 편을 들어 줬다. 특히, 정의당은 대선 때 그간 민주당 이중대처럼 처신한 것을 반성하더니, 또다시 민주당 ‘검수완박’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 구호가 변화 염원 대중의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분열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태도는 해악적이다.

일부 개혁 염원 청년들이 민주당 개혁파로 향한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개악에 맞서 그런 청년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우파에 맞선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줘야 한다. 선거 득실을 따지며 민주당과 동맹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운동 건설을 통해서만 이런 청년층을 더 왼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또다시 반복된 민중주의의 약점

둘째, 윤석열 정부의 개악에 맞서 노동조합주의적 대응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경제 불안정, 전쟁, 기후 위기는 물론이고 차별과 노동계급 조건 공격에 맞선 투쟁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주의가 아니라 계급적인 정치적 운동을 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경제주의와 부문주의로는 운동을 정치화하고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령 노동조합의 부문주의와 경제주의는 조국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정당한 불만이나 불편한 용기 운동 등의 쟁점들을 회피했다. 그럼으로써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 아무 구실도 못하고 스스로 주변화됐다. 노동조합 부문주의와 경제주의로는 노동조합 투쟁들조차 서로 연결하고 보편화하지 못한다.

물가 급등과 고금리 상황 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차별, 공정성 사기에 대한 불만이 청년들에게서 터져 나올 수 있다. 노동조합주의나 민주당과의 제휴를 위해 급진화 잠재력을 억제하는 전략은 또다시 거듭된 좌절을 부를 것이다.

우파 정부에 제대로 맞서려면, 노동계급 전체의 투쟁, 그리고 노동계급 연대의 정치가 중요하다. 노동운동을 미조직 청년들까지 포함한 노동계급 대중의 운동으로 이해해야지, 계급의 5~10퍼센트밖에 안 되는 노동조합의 운동으로 좁게 생각해선 안 된다. 혁명적 좌파는 운동을 범계급적이고 개방적으로 건설하려 해야 하고, 배제가 아니라 연대를 확대해 저항을 정치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