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결의대회:
윤석열 당선 이후 첫 대규모 노동자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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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오늘(4월 13일) 윤석열 당선 후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확대간부 6500여 명(주최 측 발표)이 윤석열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반노동·친기업 정책 기조를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와 오세훈의 서울시는 집회 불허 방침을 내렸다. 특히 윤석열 인수위는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민주노총 집회를 콕 집어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윤석열이 예고한 노동개악과 규제 완화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을 걱정해 미리 경계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기습 시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수위 주변 1킬로미터에 차벽을 설치하고 병력 1만여 명을 배치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다는 핑계에 집회 참가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연단에선 정부가 방역을 대폭 완화하고 수만 명이 야구경기장에 모여 치맥도 하는 마당에 노동자 집회에 대해서만 “정치 방역”을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집회에선 특히 윤석열과 인수위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억제(와 차등 적용), 노동시간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시장 방임이 아니라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은 최근 잇따른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사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에 대한 해고 위협 등을 규탄했다.
윤석열 당선자가 ‘취임 전부터 레임덕’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집회 대열의 사기도 괜찮아 보였다. 연단에선 “앞으로 5년은 윤석열의 시대가 아니다”, “깻잎 한 장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런 기세를 더 확장시키려면, 5월 1일 노동절 집회를 서울 집중 대회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윤석열 취임 직전인 만큼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결집시켜 힘을 과시하는 것이 장차 윤석열의 노동 공격에 맞서는 힘을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중집은 그렇게 하지 않고 전국 동시다발로 분산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일부 노조들은 본집회 전에 자체적으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가장 큰 대열을 이룬 금속노조는 재벌 기업 주도로 추진되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이 위협받고 있다고 규탄했다.(7월 파업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노정교섭 촉구를 강조한 것은 아쉬웠다.)
건설노조는 동시다발 지역별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이 중대재해처벌법 후퇴를 예고한 것을 규탄하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적으로 15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 급식 노동자 120여 명은 서울교육청 앞에 모여 급식실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안 그래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코로나 확산 속에 확진자가 늘어 고통이 더 가중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집회 후 인수위 앞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