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점령지 확대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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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UN은 지난달에 숨진 알자지라 기자 아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CNN,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서방 주류 언론들조차 이스라엘군에 책임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했던 아부 아클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의 체포 작전을 취재하다 머리를 저격당해 즉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올해에만 7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살해했다. 이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살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군이 벌이는 대대적인 체포 작전의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불법 정착촌 건설
6월 25일 발표된 이스라엘의 평화 단체 피스나우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나프탈리 베넷 정부하에서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의 불법 정착촌 착공 건수는 전임 네타냐후 정부 때보다 62퍼센트 증가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25년까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정착민 인구를 현재 47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불법 정착촌 건설은 미국 트럼프 정부 때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와 정착민들에게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자행된 팔레스타인인 강제 퇴거 시도는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저항을 촉발했다.
셰이크 자라의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나크바’(이스라엘이 자행한 인종 청소의 대재앙)를 피해 예루살렘에 재정착한 난민들이다. 이스라엘은 이들을 비롯해 서안지구 곳곳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하고 이들의 주거 시설이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철거를 밀어붙여 왔다. 동시에 불법 정착민들이 저지르는 살해와 방화, 위협은 눈감아 줬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고등법원은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마을인 마사페르 야타의 철거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을 잃고 쫓겨날 처지에 내몰렸다. 1967년 이후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인 추방 조치다. 마을터는 이스라엘군의 사격 훈련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팔레스타인인들도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군과 민간인들을 공격해, 지금까지 1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을 빌미로 서안지구에서 대대적인 체포와 공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이스라엘도 안팎으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스라엘의 자본주의와 첨단 기술 경제
우선 이스라엘 자본주의는 외부의 막대한 지원 없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다.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추방하고 건국된 이스라엘은 태생부터 제국주의 세력의 후원에 의존했다. 당시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국에 친화적인 세력을 둬서 중동 일대에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와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인 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제국주의 세력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1951년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지 〈하아레츠〉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경비견이 돼야 한다. 아랍 국가가 미국과 영국의 희망을 거스른다면 이스라엘은 그런 아랍 국가에 대한 공세 정책을 기꺼이 도맡을 것이다.” 당시 이집트의 나세르가 집권하며 서방 제국주의를 위협하자, 이스라엘은 서방의 석유 이권을 지켜 줄 적임자로 보였다.
미국이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경비견 구실을 하며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았다. 특히 미국의 군사 원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 분야가 이스라엘 자본주의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1965년 이스라엘 산업 생산의 35퍼센트에 불과하던 첨단 기술 산업은 2006년에 이르러서는 무려 70퍼센트에 이르게 됐다.
이스라엘은 꾸준하게 막대한 자원을 군사 안보,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했다. 이는 미국의 중동 지배 질서에서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중요한 구실을 한 덕분이었다. 이웃 아랍 국가들에 대한 이스라엘 ‘군사력의 질적 우위(QME)’는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생존하려면 미국 제국주의의 협력과 원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가 도전 받고,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아시아로 시선을 돌리자, 이스라엘의 지배자들은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지배자들의 ‘아브라함 협정’ vs 중동 대중의 반란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다른 친미 아랍 국가들을 동맹으로 묶고자 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군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려 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공공연히 관계 맺기를 꺼리던 아랍 지배자들도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한 상황에 대처하고,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이스라엘은 미국 백악관에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고 수교하는 데 성공했다. 모로코, 오만, 수단 등도 잇따라 이스라엘과의 수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스라엘과의 민항기 개통 등을 발판으로 국교 수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친미 국가들을 동맹으로 묶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이란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친미 아랍 지배자들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도 인근 아랍 국가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자신의 안보를 공고히 하려 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 대중의 거대한 저항에서 드러났듯이, 상황은 지배자들의 셈법대로만 전개되지는 않았다. 수십 년간의 분열 지배 전략과 점령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부의 저항을 무력화시켰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인티파다’로 불릴 만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이 자신감에 균열을 냈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지도부였지만 이제는 서안지구의 통치자가 된 파타 등은 이스라엘과의 협력과 부패로 팔레스타인 대중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더 최근까지 저항을 지속했고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이 두 세력이 추진해 온 전략, 이스라엘과 타협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는 ‘두 국가 해법’이 실현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법은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이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를 수립하려면 태생부터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로 탄생한 이스라엘 국가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5월의 저항은 이스라엘에 맞설 새로운 저항의 세대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전통적 저항 세력의 바깥에서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어 저항에 나서며 잠재력을 보여 줬다.
팔레스타인 내의 저항 움직임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식량·물가 위기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반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예컨대, 군부 지배에 맞서 2019년에 시작된 수단의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6월 16일에 튀니지에서는 최대 노총인 튀니지노동총연맹이 벌인 총파업으로 항공편과 철도 노선 등이 멈추고 전국이 마비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을 공고히하는 한편, 주변 아랍 지배자들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팔레스타인 대중과 아랍의 노동계급은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외쳤던 ‘아랍의 봄’ 혁명 당시의 힘을 보여 주기 시작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팔레스타인 해방의 희망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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