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바그다드까지: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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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온갖 중화기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8일 동안 팔레스타인인 215명이 죽었는데 그중 61명이 어린아이다. 1400명이 넘게 다쳤다(〈알자지라〉 추산). 가자지구에서 시위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인 살마는 14일(금) 하룻밤 동안에만 830명이 다쳤다고 영국의 혁명적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전했다.
이번 공격은 5월 10일에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시(市)에서 정착촌 건설에 맞선 저항을 이끌고 있는 활동가 이사 암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예배자들에게 휘두른 폭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성과 아이들까지 폭행하고 사원 깊숙한 곳까지 쳐들어갔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스라엘의 이런 인종 청소 시도를 규탄하는 대중 항쟁이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분출했다.
암로는 이렇게 말했다. “14일 서안지구에서 약 200건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이 설치한 검문소로 몰려 나와 점령 중단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를 규탄했습니다.”
국제 연대
5월 15일에는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는 시위가 분출했다.
5월 15일은 ‘나크바의 날’이다. 대재앙을 뜻하는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학살당하고 최소 80만 명이 고향을 잃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이스라엘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미국·영국 등에서 대규모 연대 시위가 두드러졌다.
공습 이후 매일같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벌어진 영국 런던에서는 5월 15일에 10만 명이 거리를 휩쓸었다.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다. “이스라엘은 테러 국가다” 하는 구호가 런던 거리를 뒤흔들었다.
‘핵무장해제운동’(CND) 사무총장 케이트 허드슨은 이날 시위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언론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떠들어 댑니다. 하지만 온갖 잔혹한 무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위권은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저항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이날 런던 시위는 진정한 다인종 시위였다. 유대계 사람들도 대열을 지어 참가했다. 이스라엘 비판이 곧 유대인 혐오라는 비방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보여 줬다.
런던뿐 아니라 버밍엄, 맨체스터, 카디프, 셰필드, 코번트리, 뉴캐슬 등 영국 곳곳의 주요 대도시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크게 벌어졌던 주요 대도시들에서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벌어졌다.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로스앤젤레스·보스턴·필라델피아·휴스턴 등지에서 수천 명 규모의 시위들이 잇달아 벌어졌다.
시위대는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지를 강력 규탄했다. 공습 직후 이스라엘의 “자위권” 운운했던 바이든은 15일에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의 테러 단체들의 로켓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해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
뉴욕 시위에 참가한 35세 청년 엠란 칸은 이렇게 응수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로 무장한 국가고, 팔레스타인 마을 사람들은 이스라엘군 탱크에 돌멩이를 던집니다.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명백하지 않나요?”
이날, 미국의 유명 진보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최초의 팔레스타인계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도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국가”라며 연대를 표했다.
〈알자지라〉 워싱턴DC 특파원 존 헨드런은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이례적으로 대규모”였으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정부나 그 이전 미국 정부들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대한 불만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다음 날인 16일에도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바이든의 위선을 꼬집었다. 이날 바이든은 ‘이드 알피트르(라마단이 끝났음을 경축하는 날)’ 행사에 참가했다.
시민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성명을 발표해 바이든을 규탄했다. “우리 무슬림들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남녀노소를 폭격하는 것을 말 그대로 지지·지원·정당화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 함께 이드 알피트르를 경축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자
그 밖에도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캐나다 몬트리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터키 앙카라, 벨기에 브뤼셀 등 세계 곳곳의 대도시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여졌다. 파리에서는 마크롱 정부가 시위를 불허하고 시위 진압 경찰을 배치했음에도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아랍 세계에서도 연대 행동이 줄을 잇고 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과 요르단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대도시와 국경 지대에서 벌어졌다. 몇몇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국경을 넘으려 하다가 이스라엘군과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레바논인 최소 1명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미국의 동맹인 카타르의 도하뿐 아니라, 미국의 점령에 오랫동안 신음해 온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대규모 연대 시위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암로는 이렇게 말했다. “15일에 전 세계 곳곳의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 명에 이를지도 모르는 시위대를 보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환호했습니다. 혼자가 아님을 느꼈습니다.
“그런 행동들은 우리에게 힘이 됩니다. 우리의 투쟁도 모든 사람이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투쟁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도 거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5월 18일 화요일 오전 11시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문재인 정부도 규탄했다.
5월 22~23일에도 영국·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옹호하는 행동이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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