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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긴급 행동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과 한국인이 함께하다

10월 11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긴급 집회에서 많은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우리의 혼과 목숨으로 가자를 지키자.”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아랍어, 영어, 한국어 구호로 연달아 터져 나오자, 인근의 직장인들, 행인들의 이목이 일제히 집중됐다.

오늘(10월 11일) 오후 12시 반에 서울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긴급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평일 낮인데도 2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홍보를 만 48시간도 못했는데, 한국인만이 아니라 한국 거주 팔레스타인인, 이집트 등 아랍계 국가 출신 사람들이 대거 참가했다.

힘찬 구호로 시작한 집회는 급박한 현지 상황을 반영해 매우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집회 내내 한국어, 아랍어, 영어 구호가 연달아 외쳐졌다.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는 배너와 팻말, 그리고 아랍계 참가자들이 가져온 팔레스타인 국기가 집회장을 수놓았다.

10월 11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긴급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봉쇄를 돌파한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보복 공습·폭격에 대한 분노를 뜨겁게 표현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 열강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하마스의 민간인 테러로 왜곡·비방하며 이스라엘의 책임을 물타기 하고 있다. 그들은 신생아 참수 같은 가짜뉴스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백 배로 잔인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지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언론들은 물론 일부 좌파마저 서방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전시 프로파간다에 영향을 받아 양비론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온전히 지지하는 연대 집회의 성공은 의의가 크다.

고무적이게도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조직되고 있다. 이웃 아랍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영국 같은 서방 국가들에서도 국제 연대 집회들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것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고립돼 있지 않다는 신호를 주며 그들의 저항을 더 고무할 수 있다.

국내 거주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오늘 한국 집회도 미국의 오랜 우방국에서 열린 연대 집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가자지구 봉쇄를 뚫고 전과를 올리자마자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집회 전부터 이 집회를 ‘민간인 대상 테러를 지지하는 집회’라고 대대적으로 비방했다.

이런 압박 속에서 굽힘 없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시위와 행진이 서울 도심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것이다.

집회 첫 발언은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였다.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관한 온갖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습니다. 그 저항을 깎아내리려는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허를 찌른 것에 기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방의 온갖 지원과 첨단 무기로 무장한 채 중동 사람들을 업신여기던 이스라엘이 충격을 받고 겁에 질렸다는 것입니다. 지금 중동 곳곳에서는 이에 고무돼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정부들과 언론들은 말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이 아무리 정당해도 폭력은 안 된다고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만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존재를 위협 받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입니다.”

가자지구 출신인 팔레스타인인 아메르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문성

이어, 가자지구 출신인 팔레스타인인 아메르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메르 씨는 가자지구 현지의 친구와 전화 통화를 연결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아메르 씨의 친구는 지금도 이스라엘이 전기, 가스, 수도 등을 끊고 식량과 의약품, 위생용품의 반입을 막고 있고, 심지어 구급차까지 폭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 돌연 통화가 끊겼다. 곧이어 공습이 시작돼 통화가 끊어졌다는 메시지가 왔다. 숨죽이고 있던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탄식했다.

한국에 사는 이집트인 압둘라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한국에 사는 이집트인 압둘라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짓밟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무차별 공습을 자행해 왔다고 규탄했다. 공습으로 “지난 이틀 동안만 팔레스타인 아이들 300여 명이 숨졌다.” 그는 숨진 사람들과 유아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 주며 “이들이 세계 최연소 테러리스트라도 된단 말입니까?”라며 서방과 이스라엘의 위선적인 거짓말을 지적했다.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양선경 씨도 발언 중이다 ⓒ조승진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양선경 씨도 발언했다.

“깡패국가 이스라엘을 전폭 후원하고 있는 세계 깡패 미국! 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테러 취급하자, 미국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당차게 외쳤습니다.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 완전 맞는 말 아닙니까? 한국 정부도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섰습니다. 식민지 조선을 억압한 일본에 무장항쟁으로 맞선 독립운동가 홍범도를 역사에서 지우려는 윤석열답지 않습니까!

“하버드대 학생들처럼, 한국 대학생들도 윤석열 정부와 정반대로 팔레스타인에 연대합시다. 저항이 승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10월 11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긴급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집회 이후 행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팔레스타인 깃발과 다양한 팻말을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팔레스타인인, 이집트 등 아랍계 사람들, 한국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뜨거운 연대를 과시했다. 연신 터져 나오는 아랍어 구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박함과 켜켜이 쌓여 온 분노를 보여 주는 듯했다.

“우리의 혼과 목숨으로 가자를 지키자!”

“우리의 혼과 목숨으로 알아크사 사원을 지키자!”

알아크사 사원은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인데, 이스라엘은 이 성지마저 군홧발로 짓밟으며 아랍인들을 모욕했다.

점심 시간 도심 행진은 한껏 이목을 끌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인근 직장인들과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행진을 유심히 지켜봤다.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행진은 광화문 사거리와 종각을 지나 청계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사관 100미터 앞에서 행진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지나치는 행진마저 불허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백 명이 차단 펜스를 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경찰 바리케이드가 참가자들의 투지까지 막지는 못했다. 참가자들은 굴하지 않고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서 집회를 이어 갔다. 가자 출신인 한 팔레스타인인은 2018년에 평화적 항의 행진을 벌였지만 돌아온 것은 이스라엘군의 총탄이었다고 성토했다. 무장 저항을 테러로 규정하는 위선에 대한 항의였다. 오늘 집회에 오는 길에 삼촌 집이 폭격을 당해 고모와 사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참가자도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연신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집회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항의 서한문을 낭독하고 “Free Free Palestine!”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마무리됐다. 상기된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이어 갈 것을 결의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크게 고무돼 보였다.

한 팔레스타인인 학생은 “진심으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주최 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한 튀니지인 학생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집회를 개최한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담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계속 서로 연대하자고 다짐했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강혜령 씨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폭격 소리에 귀가 멀거나 목숨을 잃거나 살아남아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울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팔레스타인인들과 다른 아랍인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때 뭉클했습니다” 하고 소감을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한 후 정리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오늘 집회에 참가하려고 연가를 냈다는 한 청년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이 맹비난했는데도 집회와 행진이 힘차게 진행돼서 기쁩니다. 이번 연대행동이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권준모 씨도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했다. “하마스의 저항을 보며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걱정됐습니다. 팔레스타인에 힘을 보태고 싶었는데 연대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휴가를 내고 상경했습니다. 가자지구 현지인의 발언을 전화로 듣다가 공습으로 통화가 끊어졌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과감한 행동으로 그 지역에서 자행돼 온 제국주의의 불의에 대한 저항과 연대를 다시 일깨웠다. 오늘 집회는 그에 응답하는 첫걸음이다.

10월 11일 오후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긴급 집회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10월 11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긴급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이날 집회에는 많은 국내 거주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들이 참가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한 후 정리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한 후 정리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