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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현 정부 위기를 부른 시온주의 국가의 모순

카데르 아드난의 죽음 직후 파업에 나선 팔레스타인인들 ⓒ출처 middleeastmonitor

5월 2일,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카데르 아드난이 87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이스라엘 감옥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드난을 혐의도 없이 구금한 채 어떠한 치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살해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스라엘 국가의 대응은 이스라엘이 인종차별과 팔레스타인 억압에 기반한 국가라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

올해 들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벌써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사람은 225명으로, 2000년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를 뜻한다) 이래 최대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인 소유의 집과 땅에 대한 퇴거와 강탈이 극심해졌고, 유대인 불법 정착민들에 의한 총기 살해와 방화도 빈번해졌다. 이제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소지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내부 위기

한편,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터져 나오는 것과 더불어 이스라엘은 내부 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의 강경 우익 정부에 맞선 시위가 4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표면적으로는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을 시위 이유로 내세운다. 네타냐후는 의회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수 있게끔 법을 바꾸려 한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 건설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을 건너뛰려는 것이다. 네타냐후 자신의 부패 혐의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 달렸다는 점도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며, 벤그비르와 같은 극우 인사들은 문제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 시위를 주도하는 자들을 보면 이런 주장이 위선임을 알 수 있다. 전 총리 야이르 라피드, 전 국방장관 베니 간츠 등은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한 장본인들이다.

최근 유출된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도 반정부 시위를 지원했다고 한다. 이는 이스라엘 지배계급 내에서 이스라엘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심각한 분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29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제37기 이스라엘 정부 내각 출범 기념 촬영 ⓒ출처 이스라엘 정부

근원적 모순

이러한 위기의 근저에는 이스라엘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모순이 있다.

이스라엘의 건국자들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 벌어진 끔찍한 반(反)유대주의 광풍을 보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만의 배타적 국가를 세우기를 희망했다. 이 정치적 프로젝트가 바로 시온주의다. 그러나 시오니즘의 목표는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삶의 터전을 빼앗아야만 실현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폭력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온갖 인종차별적 신화로 이를 정당화했다.

그 지도자들은 시온주의 국가를 세우려면 제국주의의 지원을 등에 업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중동에서 처음에는 영국 제국주의의, 양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경비견 구실을 자처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아랍인들의 저항을 짓밟는 데 앞장섰고, 미국은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막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이에 보답했다.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의 해외 군사 원조 최대 수혜국이었다. 미국이 준 돈은 오늘날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무기 산업과 하이테크 산업으로 직간접으로 흘러들어 가고, 이스라엘은 다시 미국과 전 세계에 무기 등을 수출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리잡은 이스라엘 사회의 근저에는 근본적 모순이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유대계 시민들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빼앗은 땅 위에서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국가가 이스라엘과 나란히 병존하는 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국가 아래에서 팔레스타인계 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인정해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다면 더는 유대인만의 배타적 국가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저항해 왔고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 국가는 탄압과 억압을 강화해 왔다.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 정치를 계속 오른쪽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현재 어느 이스라엘의 주요 정치 세력도 팔레스타인 내 불법 정착촌 건설을 포기하거나 서안지구나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점령과 통제를 가장 앞장서서 옹호하는 세력이 현재 이스라엘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중동에 있는 다른 동맹국들의 지배자들을 달래기 위해 ‘두 국가’ 방안을 채택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나마 팔레스타인인들의 작은 국가를 인정해 주는 방안이다.

이는 여러 해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 얼마간 갈등을 낳았다. 그리고 네타냐후가 극우 시온주의 정당들을 끌어들여 결성한 이번 정부는 미국의 전략과 배치되는 목표를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현 이스라엘 정부는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같은 대표적 극우 시온주의자들이 각각 국가안보장관, 재무장관과 같은 요직을 차지했다. 벤그비르는 극우 시온주의 테러 조직을 이끌었던 메이르 카하네의 제자를 자처한다.

재정장관 스모트리치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공존이 불가능하다며 어느 한 편이 “스스로 항복하거나, 정복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모트리치는 이것이 오늘날 소위 ‘국제 사회’에서 국가가 지켜야 한다고 “여겨지는 원칙에서 일탈”하는 것임을 인정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를 다잡을 수 있었다. 미국의 비판과 이스라엘 사회와 국가 내부의 저항에 직면해 네타냐후는 3월 말에 사법 개혁의 일시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물론 그 위기를 낳은 모순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모순과 위기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든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쪽이든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인정해 줄 생각은 없다.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세력은 이스라엘이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허상을 지키려는 것일 뿐이다. 오랫동안 이스라엘은 자신이 ‘야만적’ 중동의 유일한 ‘문명국’이라며 폭력 사용을 정당화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2021년 5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역을 뒤흔들었던 거리 시위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은 대중적 저항에 나섰다. 이런 대중적 저항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장 저항 조직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자굴’이라고 불리는 이 무장 조직들은 젊은 청년들로 구성돼 이스라엘 군을 겨냥한 무장 저항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와 파타 등 전통적인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주요 정파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는 이스라엘과 타협과 협상을 거듭하며 현상 유지를 하는 데 일조해 온 팔레스타인 주류 정치 세력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 조직들은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그들의 저항은 전 세계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고무한다.

특히 중동 민중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의식은 자국에서의 반란을 고무하기도 한다. 이집트에서 2011년에 폭발한 혁명은 2000년 2차 인티파다 연대 시위가 당시 독재 정권에 균열을 낸 것의 연장이었다.

이렇듯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그에 대한 연대는 중동 전역의 반란으로 제국주의 질서를 깨뜨려 이스라엘 국가와 이를 지원하는 제국주의 세력도 패퇴시킬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