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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파업 물결 — 현황과 전망

영국 곳곳에서 행진에 나선 파업 노동자들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영국에서 지난해 시작된 노동자 파업 물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광원 대파업의 재앙적 패배 이후 30여 년 동안 노동자 투쟁이 소강상태였다. 이 긴 소강상태를 끝낸 파업 물결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벌어진 철도 파업과 통신 기업 BT의 파업은 해당 부문에서 각각 29년, 35년 만에 벌어진 전국적 파업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지역 수준에서도 지하철과 버스 기사, 지자체 환경미화원, 항만 노동자, 북해의 정유 노동자 등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영국 통계청은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노동손실일수가 247만 일에 달해 1989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영국 전역의 교사들이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사흘 파업 중이고,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들이 파업을 선언하는 등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3월 15일에는 교사 30만 명, 공공부문 노동자 10만 명, 대학 노동자 7만 명, 의사 4만 5000명 등이 함께 파업을 벌일 예정이기도 하다.

이 파업들의 공통 분모는 임금 인상 요구다. 이 파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어진 사용자들의 공격과 노동조건 후퇴에 맞서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 급등 및 생계비 위기 상황에서 특히 임금 인상 요구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초점이 되고 있다. 또, 이 투쟁들은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을 제약할 보수당 정부의 반(反)노조법안에 대항하는 것이기도 하다.

배경

2023년 1월 영국의 소매물가상승지수(RPI)에 따른 물가 상승률은 13.5퍼센트에 이르렀다. 명목 임금 인상률이 이에 못 미칠 경우 실질 임금은 삭감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2008년 위기 이래로 꾸준히 억제돼 왔다. 영국의 평균 실질임금은 2009~2014년 동안 약 7퍼센트 하락했고, 팬데믹 직전이 돼서야 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런 만성적 임금 정체가 곧바로 광범한 저항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업 수준은 매우 낮았다. 2017년 영국의 파업 노동자 수는 1890년에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였다.

영국 지배자들은 특히 2008년 위기 이후, ‘일자리를 지키려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긴축을 적극 수용한 노동당과, 임금 억제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인 많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이런 강요가 관철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급등은 이런 동역학을 뒤바꿨다. 정부가 설파한 ‘임금-가격 악순환’론은 지난 10여 년 동안 임금이 정체한 노동자들의 경험과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업들은 물가 급등 속에서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팬데믹의 경험 또한 이번 투쟁 고양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2022년 파업 물결에 시동을 건 ‘필수 부문’ 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쓴 채 근무를 계속 해야 했다. 그런데 록다운이 끝나고 사용자들은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이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동시에 록다운의 경험은 이 노동자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존재임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 이는 ‘필수 부문’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경제 재가동에 따른 몇몇 부문의 노동력 부족 사태도 투쟁의 조건을 조성했다.

코빈 효과

투쟁 고양에는 주관적 요인도 있다. 2015년에 좌파인 제러미 코빈이 노동당 대표가 된 것은 모순적 효과를 냈다. 코빈의 부상은 좌파를 고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코빈이 총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당의 2019년 총선 패배로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코빈에 이어 당권을 잡은 키어 스타머는 당을 오른쪽으로 이끌며 영국 지배계급에게 노동당이 ‘책임 있는’ 정당임을 보이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현재 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은 그때보다 커졌지만, 그 노동당 정부가 생계비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 지난가을 통신노조(CWU)가 생계비 위기에 대응해 ‘더는 못 참겠다’ 캠페인을 출범시켰을 때, 1주일 만에 50만 명이 지역 캠페인 자원 봉사자로 나선 것은 노동당의 우경화가 낳은 정치적 공백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줬다. 한때 코빈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투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노동당이 지도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몇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의 행동을 북돋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노동조합 관료의 모순적 구실

그러나 현재 파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노조 지도자들, 더 넓게는 노조 상근 관료층은 전반적으로 모순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현재 노조 지도자들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씩 간헐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형태로 투쟁을 이끌고 있다. 이런 행동들이 전혀 위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사용자들과 보수당을 굴복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조 지도자들이 승리에 필요한 수준으로 파업을 전면화하지 않는 현상은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중재하는 구실을 하는 노동조합 관료층은 노동자들과 구분되는 이해관계와 보수성을 갖게 된다. 물론 노조 관료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협상과 노동조합 조직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전면적 충돌은 꺼린다.

이런 보수성은 2022년 영국 여왕이 사망했을 때 철도노조와 통신노조가 “국민적 단결” 압력에 굴복해 애초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파업을 중단한 것에서 뚜렷이 드러난 바 있다.

그 보수성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온갖 반(反)노조법이 있는 상황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싸우려 하는 소심한 태도로도 나타났다.

이런 현실은 파업을 노조 관료의 손에 맡겨 놓아서는 안 되고, 노조 관료에 압력을 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독립적으로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기층 노동자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노조 지도자와 상근 관료층이 쥐고 있는 주도권을 기층의 노동자들이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파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집회가 열리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는 선출된 파업 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그 한 형태일 수 있다.

아직 영국에서 그런 대안이 만만찮게 부상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 수많은 노동자들이 싸우고자 하고 있고, 지금의 파업 방식이 돌파구를 내지 못한다는 정서가 더 커지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혁명적 조직이 노동계급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것은 그런 대안을 건설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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