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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전 대표 축출 시도:
당이 맛이 갔음을 보여 주다

영국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가 노동당 전 대표이자 좌파인 제러미 코빈을 당에서 몰아내려 한다. 이에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 찰리 킴버가 코빈을 방어하면서도, 진정한 변화는 의회와 노동당 바깥에서 가능함을 주장한다.

우리는 제러미 코빈에 대한 공격에 격분한 모든 활동가와 사회주의자들과 뜻을 같이한다. 우리는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의 좌파 공격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지지한다.

하지만 코빈에 대한 공격은 노동당의 근저에 깔려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코빈은 영감과 희망을 줬지만, 좌파가 노동당의 선거적 성공에 기대게 하는 효과도 냈다. 2016년 6월 영국 의회 앞에서 열린 코빈 방어 시위 ⓒ출처 가이스몰만

스타머가 코빈을 몰아낸 것은 노동당이 기업주들의 체제를 더 잘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전염병 대유행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스타머는 친기업적 경제 정책과 단절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머는 소유 문제를 근본에서 건드리지도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이윤 논리의 지배가 아니라 민주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스타머는 군대와 국가기구를 문제삼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스타머의 핵심 노선은 노동당을 “애국적”이고 군사력을 충실하게 지지하는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머는 보리스 존슨 정부와 “국민적 단합”을 추구하느라 몇 달을 보냈다. 재앙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있는 바로 그 정부와 말이다.

그래서 스타머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한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브리스틀에서 시위대가 노예상 동상을 쓰러뜨린 일을 규탄했다.

이것이 노동당 정치의 민낯이다. 선거 공학에만 몰두하고, 의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체제 내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2015년] 코빈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노동당으로 몰려든 코빈 지지자들은 이전 노동당 지도자들의 행태에 역겨움을 느낀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코빈은 희망이자 다른 앞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후 5년 동안 거의 모든 좌파들은 당 대표가 된 코빈이 과거 노동당 정부의 경험을 떨쳐내고 노동당을 쇄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사로잡혔다.

분명 코빈의 부상은 저항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사회주의에 관해 토론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양면적이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노동당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 바깥에서는 그 어떠한 동원도 좀처럼 하려 들지 않았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지키거나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는 빈도와 규모가 줄어들었다.

언제나 이를 정당화한 것은 코빈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었다. 이런 희망은 2019년 총선으로 산산조각 났다.

이제는 코빈을 총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코빈이 당에 남아 있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좌파는 실패를 망각하는 데에 능하다. 물론 우리 모두는 적극적인 저항과 단결된 행동에 신경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제 대차대조표를 살펴볼 때가 됐다.

노동당은 진정한 변화와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단이 못 된다. 노동당은 국회의원에 의존하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중심적 구실을 하며 선거와 의회를 성스럽게 여긴다. 노동당의 이런 특징은 당의 모든 요소에 영향을 끼친다.

단지 스타머만이 지배계급과 노동당 우파에 기꺼이 양보하려 한 것은 아니다. 모든 노동당 지도자가 그랬다. 코빈은 [기존의]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폐기 입장에서 물러섰고,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를 번복시키기 위한] 브렉시트 제2차 국민투표 요구를 수용했으며, 스코틀랜드 의회가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또 다른 국민투표를 여는 것에 반대했다.

코빈 지도부 하에서도 당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있었다.

코빈은 이른바 노동당 내 유대인 혐오 “문제가 정치적인 이유로 극적으로 과장됐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 당원 자격을 정지당했다. 이런 문제를 과장한 것은 “당 안팎의 정적들과 다수의 언론들”이었다.

그런데 코빈 지도부 하에서도 크리스 윌리엄슨 노동당 의원이 거의 똑같은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노동당이 유대인 혐오로 얼룩져 있다는 거짓 비방에 대한 노동당의 대처를 두고 [당시] 윌리엄슨은 이렇게 말했다. “너무 회피적이었고 지나치게 후퇴했다. 지나치게 변명조였다.”

그 정도 말도 당에서 쫓겨나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전쟁광

좌파 인사인 켄 리빙스턴도 코빈 지도부 하에서 당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제국주의 전쟁광 토니 블레어는 무사히 남아 있다.

과거에도 노동당은 주요 좌파 인사들을 축출했다. 1930년대에 노동당 총리였던 램지 맥도널드가 노동당을 탈당하고 보수당과 함께 국민정부에 합류했을 때 노동당 의석은 5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대부분의 노동당 당원들은 맥도널드의 배신에 경악했고 당 내에서 좌파가 성장했다.

1932년 당 대회는 “노동당의 주 목표는 사회주의 확립”이라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934년 노동당 내 좌파 단체인 ‘사회주의자 동맹’은 실질적 세력이었다. 지도자 스태포드 크립스는 노동당에게 내전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그럴듯해 보이던 사회주의자 동맹의 영향력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에 반대하자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사회주의자 동맹 회원들은 당 바깥의 단체들과 함께 활동했었다. 예컨대 공산당원들과 함께 파시즘과 전쟁에 반대하는 공동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노동당 지도부는 공산당원과 함께 활동하는 자는 누구든 당장 쫓아내 버리겠다고 했다. 결국 1937년 노동당은 사회주의자 동맹의 해산을 결정했다.

사회주의자 동맹은 여기에 굴복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럼에도 크립스와 다른 주요 좌파 인사였던 어나이린 베번은 구제받지 못했다. 둘 다 노동당에서 축출됐다.

1939년 당대회에서 크립스의 축출안은 210만 표 대 40만 2000표로 통과됐다. 베번은 재입당이 허용됐지만 “충성 서약”에 동의하고 나서야 그럴 수 있었다.

이후 5년 동안 크립스는 복당할 수 없었다. 복당 후 크립스는 노동당 주류의 입장을 지지했다.

노동당은 체제가 인정하는 방법을 넘어서자는 얘기로 노동당의 메시지를 “더럽히는” 듯한 당원들을 족족 축출해 왔다.

그럴 때마다 좌파는 후퇴하거나 제거당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 대표였던 코빈이 축출된 것은 분명 특별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어느 정도 역사적으로 되풀이된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노동당 좌파는 대부분 당에 남아서 코빈을 복권시키는 데에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과 결별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이런 논의는 몇몇 지역 의원들과 노동조합 간부들을 기반으로 하는 듯하다. 이런 논의는 현실화돼야 한다.

그러나 겉가죽만 다른 똑같은 짐승인 “노동당 2.0”을 세우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의회주의 모델에 머무르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으로 붕괴했다.

스페인을 보자. 스페인에서는 2008년 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긴축에 맞서 고무적인 투쟁이 벌어졌다.

대중적 광장 점거와 파업이 벌어지고, 주택 퇴거와 빈곤에 맞선 거대한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운동들의 정치적 초점으로서 2014년에 포데모스가 창당됐다. 포데모스는 큰 성공을 거뒀고 곧바로 유럽의회에 진출했다.

2015년 총선에서 포데모스는 5분의 1을 득표하고 국회에서 69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갈수록 투쟁에는 힘을 덜 쏟고 의석수 세기에 집착했다.

이제 포데모스는 사회민주주의 우파 정당인 사회당(PSOE)과 연립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부는 인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재앙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을 펴고 있다.

2015년 그리스에서는 급진 좌파 정당인 시리자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럽 전역에서 이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리스판 영국 노동당이라 할 만한 그리스 사회당(Pasok)은 신뢰를 잃었고 시리자가 이를 대체했다. 그러나 시리자는 언사는 강경했을지언정 여전히 체제 내에서 변화를 추구했다.

총리가 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트로이카”(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가 강요한 긴축을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은행가들과 유럽연합 기구들은 유권자들의 의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들은 [그리스를 외채로 협박해 긴축을 강요하는] “재정적 물고문” 정책을 내놓고 그리스를 굴복시키려 했다.

결국 시리자는 트로이카의 요구를 국민투표에 붙였다. 그리스 대중은 61퍼센트의 반대표로 긴축을 거부했다.

그러나 시리자는 저항을 이어갈 계획이 없었다.

의회, 힘 있는 자들과 협상하기, 유럽연합 잔류에 매달리던 시리자는 결국 폭삭 주저앉았다. 1주일도 안 돼 치프라스는 전 보수당 정권보다도 더 가혹한 긴축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버니 샌더스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변화를 꾀한 샌더스는 결국 신자유주의 후보인 조 바이든의 간판 구실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을 우선시하고 선거보다 거리와 작업장을 중시하는 정당이다.

노동당 좌파는 의회 밖 투쟁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조차 투쟁을 선거 정치에 종속시킨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고무적인 투쟁들은 대부분 의회 영역 바깥에서 벌어졌다. 기후 위기 반란이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대입 성적을 둘러싼 저항[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대입 시험을 열지 못해 알고리즘으로 성적을 매겼다가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NHS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저항이 더 벌어져야 한다. 그리고 투쟁과 혁명적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로 전체 판을 바꿔야 한다.

미래는 노동당 바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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