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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부활 말고 교육에 대한 지원 확대하라

‘학력 격차 확대’를 빌미로 일제고사를 시행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전국 여러 지역에서 경쟁교육 강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제고사는 학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낙인 효과만 키우고 학생들의 소외와 고통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진

서울시의회는 3월 10일 서울의 초·중·고등학교에서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학교 밖으로 공개할 수 있게 만드는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전국적으로 공통된 시험지를 이용하는데, 여태까지 그 결과는 학교 안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파악하는 데에만 쓰였다. 그런데 이 결과를 이제는 학교 밖으로 공개해 학교 간 비교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라는 이름의 진단평가를 추가로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1년에 두 차례로 늘려서 7월과 12월 시행 예정이다. 전국적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이미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진단평가를 굳이 추가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강원교육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부터는 학년별 백분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평가 결과를 비교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인 셈이다.

서울과 강원의 사례를 보면 “기초학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우파의 주장이 실은 일제고사를 다시 부활시켜 경쟁교육을 강화하려는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확대하고, 학교 간, 학생 간 비교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학력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기초학력 미달자’라는 낙인찍기를 확대하고 다수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더욱 떨어뜨릴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에 대해 “참여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만 평가를 운영한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다. 애초에 학교·학급별로 진단평가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학생·학부모라고 할지라도 개별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진단평가에 반대 의사를 밝힌 학생·학부모에게 (학교 차원의 시행이 결정되자) 학교 측이 진단평가 참여 여부를 재차 묻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진단평가에 불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형식적으로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 예산 삭감

이렇듯 시험을 확대하고 경쟁교육을 강화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개별 지원이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강원도의회는 기초학습지원단의 2023년도 운영 예산 18억 8278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기초학습지원단은 학교를 순회하며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방과후 수업을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없앤 것이다. 강사 활동비를 비롯해 교구·교재비, 언어치료 지원비 등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도 2023년도 교육 예산에서 5688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대규모 삭감했는데, 그중에는 생활, 정서, 학습에서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하는 교육후견인 사업도 포함돼 있다.

강원도 기초학습지원단 사업의 경우, 기존에도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가 강사 한 명이 여러 학교를 순회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별도의 방과후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데서 오는 낙인 효과를 피하기 어려웠다.

서울의 교육후견인 사업의 경우 대상 학생이 295명밖에 되지 않았던 데다가 예산액도 무척 적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조차 삭감하는 것은 현재의 학력 격차 부각이 진정으로 노리고 있는 것이 경쟁교육 강화임 보여 준다.

이런 시도는 윤석열 정부에 접어들어 처음 생겨난 것도 아니고, 코로나 이후의 일만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3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해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전체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이는 이번 서울시의회의 조례 통과로 학교 간 비교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 발판이 됐다.

2021년에도 코로나 확산으로 기초학력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시험과 보충수업을 늘리는 학력 격차 확대 대응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기초학력 저하는 학생의 가정환경, 교육복지, 학교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험과 보충수업을 늘리고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낙인 효과만 키우고 학생들의 소외와 고통을 강화할 것이다.

경쟁교육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들이 자기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경쟁교육 강화 시도에 반대하고 교육 여건 개선과 입시 철폐를 요구하는 투쟁을 펼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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