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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판 일제고사 부활?

3월 28일 교육부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3월 초에 실시하는 진단평가를 초1에서 고1까지 전체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스스로 인정하듯이 “2008~2016년까지 실시해 온 전수평가 방식은 시·도 간, 학교 간 서열화 조장과 경쟁 심화”로 큰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2017년부터 표집 평가로 바뀌었다. 그런데 고작 2년 만에 다시 전수평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표집 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중3,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수학만 비교하면 중3은 7.1퍼센트 → 11.1퍼센트/ 고2는 9.9퍼센트→10.4퍼센트)가 전수평가를 하겠다는 근거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도 간, 학교 간 서열화 조장과 경쟁 심화”로 문제가 된 일제고사를 다시 부활시키려 한다 ⓒ이미진

그런데 교육부는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통한 프로젝트 및 토론 수업 방식이 삼고 있는 기초학력의 개념이, 현 지필평가로 측정하는 기초학력 개념과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 방법에 맞는 학력 진단 방식을 내놓아야 할 터인데, 오히려 전수조사부터 하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다.

‘기초학력 저하’가 실제이고, 정부가 이를 걱정한다면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기초학력을 올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평가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니 정부가 전수조사를 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상당수 학교가(교육부 통계 60퍼센트) 교육부의 방안과 유사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교육부는 ‘기초학력 안전망 계획’에 ‘저소득층 밀집지역, 농산어촌’ 중심으로 보조인력을 우선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보조인력 추가 배치 예산 계획이 없고, 교육부 측의 설명으로 보건대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책임으로 떠넘길 공산이 크다. 결국 예전 일제고사의 문제점인 “시·도 간, 학교 간 서열화 조장과 경쟁 심화”가 다시 나타날 공산이 큰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수조사 빗장을 열려 하자 자유한국당은 더 확실하게 과거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 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표집평가 방식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수조사 방법으로 바꾸고, 그 결과의 공개를 법령으로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학교를 줄 세우고, 학교 현장을 경쟁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일제고사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

반면, 문재인 정부는 ‘기초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이를 위한 교육 환경 개선 공약은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공약한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뒤집어, 2030년까지 교사 선발 인원을 감축하는 ‘중장기 교원수급 정책’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까지 놓치지 않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OECD 상위 수준에 올려도 부족할 판국인데 말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 노동자 수를 늘려야 한다. 요즘 학교는 과거 가정이 했던 돌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 집중을 위해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과도 관련 있다. 즉,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온종일 돌봄정책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도 돌봄 노동자 등을 확대하고, 이들을 고용과 처우가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돌봄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나 처우 개선에는 전혀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를 유지하고, 대학입시제도 개선 공약은 어기면서, 학생들 간 차별과 학업 실패감을 조장하는 교육부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 책임진다”고 말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 대학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상태에서는 경쟁에서 일찍이 도태된 학생들이 학습 의욕을 상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교조 논평대로 “입시 중심의 경쟁 교육과정과 그에 따라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업 속도와 개성을 고려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일제고사는 한국에서만 문제점을 드러냈던 게 아니다. 미국에서 시행된 낙오학생방지법(NCLB)은 일제고사 결과를 교원평가, 학교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결과가 좋지 않은 학교의 교사들을 해임하거나 학교 자체를 폐교하는 일도 벌어졌다.

“학력이 저조한 학교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작했던 제도는 낙오학생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낙오학생을 학교에서 내쫓는 끔찍한 제도였고, 이는 교육의 계급격차를 키우는 수단이었다.

서열화와 경쟁만 조장할 일제고사를 부활시킬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약속한 교육 환경 개선에 충분한 돈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