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슈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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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을 앞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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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월 12일에 같은 제목으로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이다. 이 토론은 기획 시리즈 ‘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 마르크스주의 관점’의 아홉 번째 시간이었다.
최근 중국은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중국의 관여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개선에 합의했습니다.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건입니다.
며칠 전에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중국을 방문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나토의 전략 개념에 중국을 ‘체계적 도전’ 세력으로 명시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 중국은 경제 규모와 군사력 면에서 미국에 이은 2위의 강대국입니다. 이미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슈퍼 파워입니다.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크지만 말입니다.
현재 중요한 쟁점은 점점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진핑이 천명한 것처럼 신중국 등장 100주년인 2049년에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는 세계적 패권 국가가 될지일 것입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2025년 즈음에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일단 이 예상은 빗나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에서 시작되고 제로 코로나 봉쇄가 이뤄지자 중국은 붕괴 일보직전 상태가 된 듯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 패권에 중대한 도전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형국입니다. 오늘 발제에서는 중국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가 계속될지 여부와 그것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 등의 문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급성장과 미국 패권 위협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40년 이상 연평균 9퍼센트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자본주의의 세계화 추세 속에서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대외적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군사력 증강에도 본격 나섰습니다.
중국 지배 관료는 나름의 지정학적 목표들을 추구합니다. 예컨대, 미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밀어내려고 합니다. 이 지역 바닷길의 안전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사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료들은 또한 중국 경제를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첨단산업 경제로 변모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들은 모두 미국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배자들은 이를 좌시하면 자국의 패권이 결정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은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에서 기존의 패권 국가인 미국이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위기감을 느껴 전쟁을 벌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대응이 맞물리자 미·중 전쟁 예상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세계적 불안정이 커져 왔습니다.
미·중 갈등은 본질이 서로 다른 사회체제와 좌/우 이데올로기를 각각 대표하는 국가간 충돌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제국주의적 충돌입니다.
일부 좌파는 서방 강대국들이 낙후한 중국을 상대로 잉여가치를 뽑아내고 있다며 중국이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난 40년 동안 중국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성장하면서 갈등이 심화돼 온 현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레닌을 비롯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국제적 경쟁 시스템으로 이해했습니다. 즉, 국가들이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가 바로 제국주의이고, 이 체제의 상층부에서 서로 패권을 다투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제국주의 국가입니다. 비록 미국에 견줘 그 경제력과 군사력이 자국 인근에 집중돼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자본주의의 이익 증대를 위해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을 활용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우며 남중국해 등지에서 영토 확장을 꾀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중국 앞에 놓인 난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 등으로 미국은 영향력과 위신에 잇달아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자 중국 관료들은 미국의 쇠퇴를 전망하며 국제 정치에서 중국이 더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비록 그 위세가 전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최강대국입니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 여러 수단과 자원을 동원할 능력도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날 미국이 처한 모순들과 어려움들 못지않게, 중국의 앞날에도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먼저 경제 문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경제는 그 성장세가 한창때에 견줘 반토막이 났습니다. 중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지난 40년 동안 성공한 방식으로는 고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저렴한 노동력,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 넓은 해외시장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정체하며 중국에서 저렴한 노동력 공급이 전만큼 순조롭지 않습니다. 반면,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더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임금을 겨냥한 외국 자본이 일부 동남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중국 제품의 해외시장이 항상 넓지는 않다는 점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로 드러났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 시장을 확대해 이 모순을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저임금을 유지했기 때문에 국내 소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산업 전반의 이윤율이 낮은 것이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그 결과 투자가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됐습니다. 중국 부동산 거품은 심각한 수준임이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드러났습니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2위 기업인 헝다의 파산 위기가 이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런 문제에 두 가지 조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먼저, 국내 산업을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려 합니다. 바로 중국제조2025라는 계획입니다. 또한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방안은 모두 미국의 심각한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 분야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군사적 경쟁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이런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9세대 칩이 들어간 미사일과 차세대 칩이 들어간 미사일의 명중률이 100배 차이가 난다면, 반도체는 전략 미사일 분야에서 100배의 전략 승수 가치가 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려고 시스템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을 설득하고 압박해 중국 봉쇄에 동참시켰습니다.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2015년 이래로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강화됐습니다. 2019년 트럼프가 서명한 국방수권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 내용은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동맹 등을 추진할 때도 미국은 안보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일대일로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해외 진출을 늘려 왔습니다. 중국은 특히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육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국가 전략입니다.
2000년도 이래 중국은 22개 개도국에 총 31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했습니다. 그중 80퍼센트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진행됐습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는 국가들에 중국은 ‘최후의 돈줄’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1년에만 40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이는 IMF가 지원한 액수(686억 달러)의 60퍼센트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돈이 미국과 IMF와는 달리 빈국에 우호적 조건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스리랑카·파키스탄·잠비아 등지에서 중국의 차관이 지닌 약탈적 성격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중국이 고금리로 차관을 제공해 항만 등 사회기간시설들을 건설한 다음, 채무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그 시설들을 빼앗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全球安全倡議)라는 또 다른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권과 영토 존중, 내정 불간섭, 일방주의 배격 등을 내세우면서, 국가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국가간 갈등 해결 같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 국제 질서에 맞서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인 ‘팍스 시니카’를 강화하려는 또 다른 제국주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중재하면서 중동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만만찮은 행위자가 됐음을 과시했습니다. 중국은 이와 같은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 간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방식을 채택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브릭스 국가들, 곧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은 달러화가 아닌 기축통화를 만들려 하는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잠정 채택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당장 국제 금융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임은 분명합니다.
미국 패권에 맞서 중국을 편들어야 할까?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동맹(칩4),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새로운 군사 협약인 오커스, 쿼드, 인도-태평양 전략, 나토의 전략 개념 수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등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국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만큼 위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처한 경제적 곤란은 지정학적 적대 증대에 더욱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중 대결을 첨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본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증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맞서 중국을 편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만만찮게 주장되고 있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또한 미국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외국에 정치적 간섭과 군사적 개입을 다반사로 하지만,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경제 교류 활성화 방식으로 외교를 추진해 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도 미국과 꼭 마찬가지로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을 이용한 공세적 외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3년 공산당 총서기가 되면서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은 결코 자국의 핵심 이익을 두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주권, 안보, 그리고 발전을 상실하는 것을 결코 참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때 시진핑이 말한 “중국의 핵심 이익”은 대만과 신장 위구르, 티베트에 더해, 해외의 중국 해군기지와 아프리카·중동·남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이익이 포함됩니다.
특히 대만의 경우, 시진핑은 무력 사용을 불사하고 2049년까지 통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두고 격돌할 공산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영향력의 세계적 확대를 뒷받침하고자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민해방군은 《강군전략》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근해를 통제하고, 양양(태평양과 인도양)에 들어가며, 서태평양과 북부·중부 인도양 해역에서 유효하게 국가 이익을 보호한다.”
이번 양회, 곧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은 국방비를 7.2퍼센트나 증액한 293조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국방비는 1000조 원이 넘는 미국 국방비에는 아직 못 미칩니다. 그러나 65조 원인 일본에 비해서는 4.5배나 많고, 그 증가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입니다.
중국은 제국주의적 경쟁에 국민적 지지를 동원하려고 국진민퇴, 공동부유 등의 슬로건을 내걸며 내부를 추스르고 단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고유한 당-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어질고 유능한 “현능정치”를 펴기 때문에 서방의 민주주의와 다르고 우월하다고 중국 관료들은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치는 어질고 유능하기는커녕 자본 축적을 위한 노동자·농민 착취, 정치적·시민적 권리 억압, 소수민족 억압, 동성애자 차별과 탄압 등으로 서방과 정도는 다르나 본질은 같습니다.
중국이 해외에서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는 것과 국내적으로 억압적 통치를 강화하는 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외부의 적과 대결해 이기기 위해 항상 내부의 적을 통제합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중국이 미국을 주저앉힐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쟁투의 결과가 어찌 되든, 중국의 노동계급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계급은 경제·군사적 대결 속에서 끔찍한 희생을 치를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제국주의에 맞서야 합니다. 특히, 친서방 정부하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미국 제국주의 반대를 우선하되, 그 경쟁적 제국주의 국가인 중국을 지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