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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둔화와 부동산 침체로 회복세 부진한 중국 경제

올해 초에는 중국 경제가 지난해의 부진에서 빠르게 회복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말 백지 시위 이후 중국 정부가 방역을 완화하기로 하자, 적잖은 사람들이 올해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3퍼센트였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2.2퍼센트)을 제외하면 개혁·개방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 금융기관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골드만삭스는 6퍼센트에서 5.4퍼센트로, 스위스 UBS는 5.7퍼센트에서 5.2퍼센트로 등)

소매 판매 등 서비스 산업은 회복하고 있지만 그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고, 광업·제조업 생산과 투자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9.2, 5월 48.8, 6월 49로 연속해서 기준치(50)에 못 미쳤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1~5월 공업 이익도 지난해보다 18.8퍼센트 감소했다. 기업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미·중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전기차, 로봇, 첨단 장비 등 전략적 신흥 사업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30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러나 기업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민간 투자 증가율은 크게 축소됐다. 민간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0.9퍼센트를 기록해 2005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였고, 올해 1~5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퍼센트 감소했다.

수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중국 수출은 2021년에 29.6퍼센트 성장하며 코로나19 시기 경제 성장을 이끈 바 있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IT와 가전제품 수요가 증가하며 중국 수출이 크게 늘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출 증가세는 2022년 9.1퍼센트로 떨어졌고 올해는 0퍼센트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교역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1퍼센트대, 유럽은 0퍼센트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IMF는 상품 교역량 증가율이 지난해 3.3퍼센트에서 올해 1.5퍼센트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자기기 관련 상품들이 수출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 부분의 수요 감소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 속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 관련 성장이 제약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수출 증가세가 감소했을 때는 중국 정부가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는 경기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떠받쳤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달리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도시들의 신규 주택 가격은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하다가 올해 1분기에 반짝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꺾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10퍼센트 감소한 데 이어 올해 5월까지 7.2퍼센트 하락했다. 컨설팅업체인 가베칼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부동산 판매는 2019년 같은 기간의 70퍼센트 수준이고, 신규주택 착공은 4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관리하려고 2020년부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그 여파로 2020년 하반기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처하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본격화했다. 2021~22년에는 상위 30개 부동산 기업 중 12곳이 채무불이행에 직면하며 위기가 확산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기업들에게 막대한 금융 지원을 했고, 금리를 인하하고 투기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을 도모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은 부동산 기업 파산이 확대되는 것을 막긴 했지만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규제 완화, 재정 지원으로 경기를 부양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양책은 또 다른 거품을 키울 수 있어 중국 정부는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

중국 경기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하자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5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8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중국 대학 졸업 시기에 청년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청년 실업 증가는 시진핑 정부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봉쇄 완화를 요구하는 백지 시위에 청년들이 많이 참가한 이유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기 바라는 기대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봉쇄 해제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저항이 벌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서방 자본주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수익률 저하, 부동산 시장 침체, 거품을 관리하며 부채 위기를 해결하려고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들 말이다.

또 제국주의 긴장이 높아지자, 군비를 증강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권위적인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최근에 중국은 반간첩법을 강화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국가보안법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경제적·지정학적 불안정이 큰 상황에서 내부의 저항이 성장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런 지배자들에 맞서 각국에서 아래로부터 저항이 성장하길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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