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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6000여 명 대량 해고 계획 유출

KT 사측이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 들었다.

10월 10일 KT의 ‘현장 인력구조 혁신방안’이라는 문서가 외부로 유출됐다.

이 문서는 충격적이게도 현장 인력 5750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담고 있다. KT 사업의 주축인 통신 케이블 관리를 전면 외주화하고 본사에선 해당 직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수년간 주주 배당을 늘려 오더니 이제 KT는 노동자 희생시켜 AI 투자금을 마련하려 한다

자회사로 전출되는 10년차 이상 직원들의 임금은 기존보다 무려 30~50퍼센트나 삭감된다!

임금 삭감분의 일부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고 하지만, 임금 30퍼센트 이상 삭감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임금 삭감으로 국민연금 납부액도 줄어 연금 수령액도 삭감되면 노후 생활도 힘들어진다.

사내 복지 혜택의 대폭 삭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KT 자회사들은 낮은 임금과 복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 높다.

사측은 업무가 폐지되는 직원과 자회사 전출을 거부하는 직원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할 듯하다. 또한 회사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KT에 잔류하는 직원들을 ‘공백 상권’으로 발령한다고 한다. 격·오지 발령을 예고한 것인데, 이는 기술직 현장 요원에게 생소한 영업 업무를 맡기는 것처럼 비열한 퇴사 압박 수단의 일종이다.

2014년에 8300여 명을 구조조정할 때도 이런 괴롭힘이 극심했다. 사무직 여직원을 비연고지의 현장 요원으로 발령해, 전봇대를 오르게 한 것과 같은 악랄한 사례도 있었다.

KT의 구조조정 계획안이 보도되자, KT 경영진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KT는 이 문건대로 10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설립을 의결하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접한 노동자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4400여 명이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통신선로 유지·보수 노동자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짐짝 취급하며 자회사로 보내려고 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까지 자회사 전출 대상으로 거론되자, 노동자들은 ‘취업 사기가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오랜 세월 임금 억제와 실적 경쟁 그리고 엄청난 노동강도에 짓눌리며 일해 온 노동자들이 왜 쫓겨나야 하는가?

KT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구조조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AI 시장에 뛰어들기

KT가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AI(인공지능) 전환을 돕는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T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통신 분야 인력을 대폭 줄이고 싶어 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것의 일환이기도 하다.

9월 13일, 윤석열은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고, ‘AI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므로 한국 기업들이 AI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당시 KT 사장 김영섭은 “AI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김영섭은 사장 선임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이었던 이관섭과의 인연이 그 뒷배경으로 거론된 바 있다. 김영섭은 사장 취임 이후 검찰 출신자 등 윤석열의 측근 인사들을 KT에 적극 영입하며 정권과 코드를 맞춰 왔다.

최근 KT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동맹을 체결하고 향후 AI,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무려 2조 40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KT는 이런 사업 재편에 발맞춰 AI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즉, KT가 돈이 없어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사업의 수익성 하락이나, 사측의 사업 재편에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할 것은 전혀 없다. 따라서 사업 재편과 무관하게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KT는 이미 수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2009년에는 5992명, 2014년에는 8304명의 노동자들이 대상이 됐다.

그 덕에 KT는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고, 그중 일부는 국내외 대주주들에게 대거 배당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만 희생된 것이 아니다. 단기 이익을 위해 시설 투자를 줄인 결과 잇따른 통신 대란이 벌어져, 통신 공공성도 약화됐다. 그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입어야 했다. 그중 유명한 사례가 2018년 서울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이다.(KT 노동자가 말한다, ‘통신 대란’의 진정한 이유 — 민영화와 이윤 지상주의가 낳은 재난)

KT는 노동자들을 제물 삼아 AI라는 거대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AI 분야에 투자가 몰리면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AI 사업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KT는 또다시 그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이 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도 함께 힘을 모아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구조조정을 막아 내려면, 기층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단결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제1노조 집행부는 투쟁을 즉각,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이 폭로되자, 제1노조인 KT노조 집행부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10월 11일자 성명서에서 “회사가 끝까지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개편안을 고집한다면 특단의 대책이라도 강구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특단의 대책”은 즉각적인 조합원 대중 행동이어야 할 것이다. 파업 등 기층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조합 간부들만 참가하는 집회 등 생색내기용 제스처로 구조조정을 막아 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2014년 밀실에서 구조조정을 합의했던 것과 같은 배신적 타협을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제2노조인 공공운수노조 KT지부(KT새노조)와 KT민주동지회(KT노조 내 민주파 조합원 모임)는 지금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며, 제1노조 집행부가 투쟁을 조직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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