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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조조정 대상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

1월 22일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열린 ‘반복되는 낙하산, 다시 시작된 죽음의 KT’ 기자회견 ⓒ제공 KT민주동지회

구조조정으로 전환배치 된 KT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1월 21일 새벽 KT전남전북본부 토탈영업센터 익산SITE(영업 거점)에 발령받은 직원이 혼자 숨진 채 발견됐다.

KT는 지난해 10월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통신케이블 유지·보수 등 구조조정 대상 직무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전출 또는 ‘희망퇴직’을 강요했다. 당시 직원 설명회에서 안창용 KT 부사장은 잔류 직원은 외곽으로 배치돼 모멸감과 자괴감, 스트레스 때문에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비열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280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에서 쫓겨났고, 1700여 명이 자회사로 전출됐다.

하지만 사용자 측의 협박에도 회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2500여 명이 남아 저항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회사는 이들에게 올해 초 ‘토탈영업’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부여하고 각 지역본부 산하의 토탈영업센터로 전환배치 했는데, 해당 직원 중 자살자가 발생한 것이다.

1월 22일 오후 KT민주동지회, KT새노조 등은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회사를 규탄했다.

기자회견에서 폭로된 내용을 보면, 고인은 강제 직무 전환으로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통신케이블 유지·보수 업무를 한 고인은 영업 업무로 전환배치 된 후 온라인으로 상품 판매와 전산 교육을 받던 중이었다.

고인은 유서에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괴감이 든다”며, “회사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분노를 표현했다(유서 전문은 http://ilovekt.org/p/63232). 회사의 구조조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직무가 전환되고,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된 것에 대한 분노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회사는 토탈영업 직원들에게 1년 단위 근무지 순환 등의 차별적 방침을 내린 바 있다. 새로 영업 업무를 맡게 된 직원들에게는 과도한 목표 부여도 예상된다. 전환배치 과정에서 원거리 발령자들도 다수 발생했다. 공백 상권 영업에 투입한다는 핑계로 주로 격오지에 SITE(영업 거점)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강남본부가 유독 원거리 발령자가 많이 발생해 민주동지회 회원을 중심으로 항의 행동이 벌어졌다. 결국 강남본부는 직원 재배치를 위한 조사에 나서야 했다.

한편 토탈영업센터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모여 있는 익명 채팅방에는 고인이 근무했던 부서에서 영업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해당 부서 관리자가 현재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중인 토탈영업 직원들에게 신규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 단말기 영업 교육을 위해 사무실에 출근해 교육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KT 사용자 측은 이러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고인의 죽음을 초래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김영섭 KT 사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토탈영업 직원들에 대한 차별적 인사 관리를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KT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2500여 명이 협박과 책략을 물리치고 회사에 남은 것에서 보듯, KT 노동자들은 저항에 나설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비극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KT 사용자 측에 책임을 묻는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

KT 광화문 사옥 앞에 놓인 항의 공문과 추모 국화 KT 사용자 측은 기자회견 후 항의 공문 수령조차 거부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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