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카카오는 분사·매각 중단하고 고용 안정 보장하라

카카오 노동조합이 4월 17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형우

4월 17일(목)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이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과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사용자 측은 그간 매각설을 부인해 왔지만 노조는 매각 계약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심지어 거래 대상인 VIG파트너스 사모펀드의 자금 조달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원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노조는 투자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카카오는 2022년에도 카카오모빌리티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카카오 노동조합 ⓒ안형우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서비스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 이용료를 높여 왔다. ‘콜 몰아주기’와 ‘콜 차단’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수익 창출 후 회사를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하게 된다면, 이용료와 수수료 인상, 인력 구조조정이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 노동자인 이정대 카카오지회 사무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서비스를 만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을 핑계로 노동조건의 악화, 구조조정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이동데이터는 어디로 팔려가게 될지도 모를 것입니다. 돈이 된다면 사모펀드는 데이터든 부동산이든 노동자든 남김없이 팔아치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인수 기업의 앞날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매장 폐업과 협력 업체 계약 종료로 많은 노동자가 해고됐다. 보안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 해당 업무를 직영 노동자들에게 맡기거나, 희망퇴직 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강도를 늘렸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이제 회생절차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려 한다고 비판한다.

서비스 질 하락과 대량 해고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만이 아니다. 이날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불과 한 달 만에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각과 고용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오로지 뉴스로만 듣고 있다. 이 상황에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하고 사용자 측을 강하게 규탄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 분사와 매각 추진 소식에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 VX의 매각 추진 소식이 지난달부터 줄줄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는 사용자 측이 매각을 부인했음에도 조합원 가입이 급격히 늘어났다. 사용자 측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을 보여 준다.

매각을 염두에 둔 다음 분사화가 3월 13일 발표되자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해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제까지 사용자 측이 불성실하게 임해 온 카카오 자회사 9곳에서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예고했다. 그러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조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다음이 분사할 경우 본사 노동자들뿐 아니라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카카오 계열사인 케이앤웍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등 총 800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노조는 “그동안 수많은 분사, 매각 과정에서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1200명 규모였던 인원이 500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다음은 한때 거의 전국민이 사용한 포털 서비스로 사람들이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들이 남아 있다. 이용자와 점유율이 줄었지만 여전히 7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2024년 12월). 그런 만큼 분사와 매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것이다.

다음이 매각되면 다음 메일이나 다음 카페, 티스토리, 브런치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불안정해지거나 폐지될 수 있다. 다음 메일은 여전히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와 합병 후 이미 ‘아고라’와 다음 블로그는 폐지됐는데, 백업은 신청인에 한해 본인의 글만 가능했고 댓글도 저장되지 않아 사회적 기록으로서의 ‘아고라’는 소멸됐다. 백업 신청을 놓친 데이터는 영원히 사라졌다.

이처럼 카카오 사용자 측은 이윤을 위해 계열사의 분사·매각을 추진하며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계열사를 매각하면서도 카카오는 성장 동력이라고 생각하는 AI에는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KT가 사모펀드에 자회사 이니텍을 매각하고, 노동자들은 대규모로 구조조정 하면서 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듯이 말이다.

더군다나 카카오 고위 임원들은 막대한 보수를 챙겨 왔다. 지난해 전 대표 홍은택은 30억 원 넘는 보수를 받아 포털업계 보수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 조계현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22억 원을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전 대표 정주환은 스톡옵션 95억 원을 행사했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200명 넘게 희망퇴직을 시행한 카카오 VX는 전 직원에게 연봉 동결을 통보했다.

더는 노동자들이 불황과 경영 위기, AI 투자금 마련을 위한 고통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 카카오 노동자들의 분사·매각 반대, 고용 안정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3월 19일 카카오 노동조합이 주최한 “무책임한 분사·매각 반대, 임단협 승리를 위한 1차 공동행동” ⓒ제공 카카오 노동조합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