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부산 집회:
새해에도 팔레스타인 연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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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도심에서 새해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1월 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67번째 서울 집회에는 눈비로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수백 명이 모였다.
인천에서 온 한 우즈베키스탄인 여성은 오히려 날씨를 보고 사람이 적을까 봐 꼭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귀국 직전 시간을 내어 집회에 참가한 모로코인 여성들도 있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반윤석열 집회에 장시간 참가했던 한국인도 많았다.
2025년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의 첫 발언자로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러 와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심 씨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직면한 현실을 전하며 연대의 지속을 호소했다.
“지난 15개월간 이스라엘군은 모든 가자지구 사람의 희망과 꿈을 파괴해 왔습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미사일, 질병, 굶주림, 추위 등 모든 형태의 죽음과 맞서 싸우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며칠만 그곳에 있더라도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심 씨는 가자 북부의 마지막 병원인 카말 아드완 병원이 파괴된 과정을 전하며,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피와 죽음만을 갈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규탄했다.
나심 씨는 팔레스타인 당국(PA)의 부역 행위도 비판했다. PA는 지난달부터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서 무장 저항 세력을 토벌하고 있다.
“PA는 이스라엘과 손잡고 서안지구에서 내전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 어리석은 짓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심 씨는 트럼프 취임 하루 전에 열리는 1월 19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참가를 호소하며 연설을 마쳤고,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재한 예멘인 아크람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최근 예멘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군사 공격을 지속하여 이스라엘·미국 등의 공격을 받아 왔다.
아크람 씨는 이스라엘을 돕는 아랍 정권들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모든 예멘인의 대의이고 모든 예멘인은 끝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홍덕진 목사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고 사람들을 격려했다. 홍덕진 목사가 이렇게 말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우리가 지고 있는 것 같고 이루어진 것이 없는 것 같지만 …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오늘 우리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항하며 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말 아드완 병원의 병원장 “아부 사피아와 연대하기 위해” 연설에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전진한 정책국장은 병원 공격 당시의 참상을 자세히 폭로했다.
“이스라엘은 의료진과 환자 240명을 납치했습니다. 반나체로 끌고 가서 눈을 가리고 구타했습니다. 아부 사피아는 고문으로 악명 높은 군사 감옥에 수감됐고 아무도 그의 생사를 모릅니다.
“대피령에도 불구하고 아부 사피아는 환자 곁에 남았습니다. 그가 떠나지 않자 이스라엘은 그의 눈 앞에서 그의 아들을 살해하고 그를 끌고 간 뒤 병원에 불을 질렀습니다.”
한편, 전진한 정책국장은 윤석열이 계엄 과정에서 유혈 사태를 불사할 의도였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난 것을 가리키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반윤석열 투쟁을 오버랩시키고 두 투쟁이 함께임을 강조했다.
“한국 민중과 팔레스타인인들 모두 저항을 말살하려 악쓰는 극우와 투쟁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집회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이 함께하고 계시더군요. 그분들도 스스로의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나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의 투쟁이 서로를 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집회는 많은 행인의 이목을 끌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을 듣는 행인들이 여럿 있었다. 어느 노신사는, 연설을 마치고 대열 옆에 서 있던 나심 씨에게 “추운데 고생이 많다”고 격려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와 명동, 을지로를 행진했다. 동참을 호소하는 손짓에 새롭게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러 인천 영종도에서 온 한 청년은 이렇게 전했다. “어제 한남동 관저 앞 집회도 갔는데, 사실 한국인으로서 그 집회가 더 급한 거 아닌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카말 아드완 병원 상황을 알고는 안 나올 수 없었어요.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과 아일랜드인 부모님을 둔 엠마 씨는 집회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좋습니다.
“1월 19일에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치기를 바랍니다.”
부산
부산의 도심 서면에서 2025년 첫 팔레스타인 연대 부산 집회가 열렸다.
여느 때보다 규모가 크고 참가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삼삼오오 지인들과 함께 온 무슬림들과, 전날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홍보전을 한 활동가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한 참가자가 음료수를 나눠주기도 했다.
지인과 함께 온 한 한국인 청년은 “부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오래 이어졌다고 들었는데 오늘 처음 집회에 나왔다”며, “진즉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집회 사회자는 지난주 서울 집회에서 소개된 카말 아드완 병원의 간호사 왈리드 알 부디의 메시지를 소개하며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했다. “개전 이래 두 번째 겨울을 맞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강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신생아들과 어린이들이 추위로 숨지고 있습니다!”
유학생 칼레드 씨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같은 마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느낄 비통함에 애도를 표합니다.
“그들과 똑같은 비통함을 팔레스타인인들은 매일같이 느낍니다. 무고한 어린이, 노인, 어머니, 청년이 학살당합니다. 우리는 이 학살을 규탄하러 모였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전 세계 모든 불의에 항거해야 합니다. … 팔레스타인인들이 놀랍도록 아름답고 강력한 저항으로 이스라엘을 물리치고 재건하고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노동자연대 활동가 정성휘 씨는 “올해도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되자”고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저들이 인종 학살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거리에서 저들의 범죄를 계속 폭로합시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내내 늘어났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고립될 것을 두려워합니다. 우리가 그 두려움을 현실로 만들어 줍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면 도심 거리를 행진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거리에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따뜻한 관심을 보였다.
대구 — 성공적으로 열린 팔레스타인 영화 상영회
대구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은 대구 오오극장에서 영화 〈파르하〉 상영회를 열어 연대를 다졌다.
여러 국적의 학생, 청년, 노동자 등 수십 명이 참가해 행사장이 거의 가득찼다.
팔레스타인계 여성 감독 다린 살람의 작품인 〈파르하〉는 14살 소녀의 시선으로 1948년 ‘나크바’(대재앙)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은 비극과 고통을 다룬다.
영화 상영 내내 참가자들이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극장 곳곳에서 들렸다.
상영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짧은 대화 시간도 가졌다. 이 행사를 위해 가자지구에서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가 먼 인천에서 대구까지 와, 1948년 나크바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서안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알리 씨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전하며 연대에 감사를 표했다.
이후 객석의 짧은 질문과 발언들을 끝으로 대화의 시간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1월 19일 서울에서 열릴 ‘국제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할 것을 결의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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