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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3.8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연대를!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이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하루 전 법원이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터라 도심에는 법원을 규탄하고 헌재에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여러 집회가 열렸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집회도 여럿 열렸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행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다가 박수를 치며 아이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해 알려주는 어머니도 있었다.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내외국인 청년도 많이 보였다. 행진은 특히 명동 거리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집회에는 4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장소에는 시작 전부터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팔연사 부스에는 새로 디자인된 버튼이 진열됐고 후원함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국어와 영어로 실은 리플릿도 반포됐다.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가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노무사들의 상담 부스, 페이스페인팅, 이집트인 난민 인정 소송 지원 부스도 눈에 띄었다.

1년이 넘도록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함께해 온 대학생들도 부스를 차렸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얄라연세’)는 후디를 판매했고,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스티커를 나눠 줬다.

사회자는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하는 새로운 구호를 소개했다. “해방될 때까지 우리 저항 끝까지”, “No free land, no free woman. Occupiers go home!”(팔레스타인 해방 없이는 여성 해방도 없다, 점령자들은 물러가라),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를”, “여성 해방 나우 나우, 식민 점령 아웃 아웃!”

사회를 맡은 김지윤 씨는 불안정한 휴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잔인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안타깝게도, 전쟁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휴전 2단계 협상을 거부한 채 필라델피 회랑 철군을 거부하고 가자지구로의 복귀를 위한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쟁 재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생필품과 인도주의적 구호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고서 군사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시마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재한 팔레스타인인 시마 씨가 첫 연설자로 나섰다. 그녀는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저항을 알리는 강연자로 여러 행사의 연단에 서 왔다. 또, 멋진 영상을 제작해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지금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폭격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된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있습니다. 마취제도, 깨끗한 물도, 제대로 된 의료 조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한 세대를 완전히 지워 버리려는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정치수들은 자신의 정자를 아내에게 전달해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은 몇몇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집단적인 해방을 위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젠더 정의와 재생산 권리,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지지한다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페미니즘의 문제이기도 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알려야 합니다. 핑크워싱에 저항하고, 이스라엘의 점령과 인종분리 정책의 중단을 요구해야 합니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고려대 시마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또 다른 시마 씨가 다음 연설에 나섰다. 그녀는 고려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예’를 이끌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전통 문화와 정신을 알리는 강연자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대한 서구의 편견을 꼬집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하이파에서 태어나 4살에 나크바(팔레스타인인 100만 명을 쫓아낸 인종청소 사건)를 겪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할머니는 16살이 되시던 해에 결혼하고 9명의 자식을 낳으셨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스라엘군이 계속 이동을 제한했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시위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마을에서 할머니는 다른 여성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 줘서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습니다. 할머니는 여성의 자유란 경제적인 독립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여성의 자유 없이는 모든 사람의 자유 또한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모든 면에서 정말 해방된 여성이었습니다. 단 한 영역에서만 해방되지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팔레스타인의 모든 여성들이 이스라엘 점령으로부터 해방되는 그날을 보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양효영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가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얼마 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극우의 탄핵 반대 시위에 맞서 맞불 시위를 벌인 양효영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양효영 씨는 “여성들은 팔레스타인에서도 한국에서도 단지 피해자가 아니라 저항에 앞장서는 투사”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성조기를 든 극우 폭력배들이 여학생들을 위협하고 다치게 했지만, 우리는 결코 물러나지 않았고 100명이 넘는 학우들이 극우에 맞섰습니다.

“우리는 불의와 학살과 쿠데타에 맞서서 남성들과 어깨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함께 투쟁합시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한국외대 살라흐엘딘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1년 넘도록 이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각종 행사에 늘 함께해 온 한국외국어대학교 살라흐엘딘 교수는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모인 이 순간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관해 전 세계에 알릴 기회이기도 합니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탈레반 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만든 미사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못 본 체 합니다.

“점령하에 살면서 매일같이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점령 국가보다 더 나이가 드셨지만 여전히 고향 집 열쇠를 쥐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할머니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점령의 쓰라림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꿈을 꾸고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여행하는 모든 팔레스타인 여성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헨리케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함께 건설해 온 독일인 유학생 헨리케는 오늘날 세계 여성의 날이 갖는 정치적 의의를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여러분, 오늘은 여성들에게 초콜릿이나 꽃을 선물해 주는 그런 날이 아닙니다. 오늘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바로 투쟁을 위한 날입니다.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고 항의하는 날입니다.

“여성들은 언제나 저항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여성들은 권리와 혁명을 위해서, 정의와 해방을 위해서, 다른 종류의 차별들에 맞서서 싸워 왔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강인하고 용감하며 사회를 굴러가게 만듭니다. 우리가 가진 이 힘은 축복받아야 할 일입니다.”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도심을 가득 메운 다양한 시위와 행진 때문에 이날 행진은 예정된 경로를 변경해 종로, 명동, 을지로를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다음주 일요일 교보문고 앞에서 다시 모일 것을 결의하며 집회를 마쳤다.

3월 8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가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가 서울 영풍문고 본점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8일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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