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제77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재개에 맞서 연대를 이어갈 것을 결의하다

이스라엘을 규탄한다!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23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77번째 집회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재개에 맞서 연대가 굳건히 지속될 것임을 보여 줬다.

가자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은 자신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자지구를 “영구 점령”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 트럼프 정부는 예멘을 공습하며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중동 지배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단단히 마음을 먹을 것을 다짐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거리에서 알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이집트인 등 아랍인뿐 아니라, 먼저 열린 재한 무슬림 공동체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마치고 방글라데시인 등 10여 명이 왔다. 지난 학기에 팔연사 집회에 참가했다가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온 서구 유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외대 민주동문회도 깃발을 띄우고 참가했고, “윤석열 파면” 깃발을 든 개인 참가자도 있었다.

3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가장 먼저,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분노와 슬픔을 꾹꾹 누르며 연설에 나섰다.

“가자는 그저 어떤 장소가 아닙니다. 미국이 승인하고 국제 사회가 무시하는, 현재 진행형의 체계적 인종청소가 낳은 고통의 상징입니다.

“세계는 저 흥건한 피와 무도함을 보고도 아무런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습니다. 인도주의를 들먹이는 국가들은 공허한 규탄 성명서만 발표하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습니다.

“가자를 잊지 말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아이들이 흘린 피가 그저 숫자가 되어 흘러가는 시간 속으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 주십시오!

“1년 반 넘게 함께 행동하는 가운데,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저의 희망은 어느 누구보다도 컸을 것입니다. … 그러나 전쟁이 재개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찢어집니다.

“그러니 다시 호소드립니다. 저희의 고통을 잊지 마시고, 인종 학살이 끝날 때까지 연대를 지속해 주십시오.”

막판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나리만 씨에게 참가자들은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후 집회 연설자들과 참가자들은 연대를 지속하자는 의지를 고무했다.

3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은 이스라엘의 의료 시설 파괴와 인종 학살을 규탄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하마스의 저항을 꺾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 엄혹한 현실에도 우리의 연대가 희망이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3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예멘 출신의 학생 활동가 라나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한양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자이투나’의 공동 설립자인 예멘 출신의 학생 활동가 라나 씨도 굳건한 연대의 의지를 밝혔다. 라나 씨의 연설은 오랜 내전과 외세의 개입이 낳은 고통 속에서도 예멘인들이 가진 긍지를 보여 줬다.

“예멘인들은 그저 전란의 피해자가 아니라 혁명가들입니다. 우리는 점령에 맞서는 혁명가들이고, 제3세계 사람들이 빈곤과 무지, 질병의 수렁 속에 처박혀 있기를 바라는 세계 체제에 맞서는 혁명가들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불의에 예멘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도 많은 상처를 안고 있음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대했습니다.”

라나 씨의 당찬 발언에 참가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라나 씨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의 리더 마무드 칼릴을 구금한 것의 의미를 지적하며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마무드 칼릴의 구금은 우리가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외칠 때 정부들이 얼마나 그것을 두려워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집단 학살을 멈추고 팔레스타인이 자유를 얻는 날까지 함께 목소리를 내 주시기 바랍니다. ”

3월 23일 오후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집회는 많은 행인의 이목을 끌었다. 지나가다 말고 우두커니 서서, 또는 화단 경계석에 앉아서 한참 연설을 듣고 가는 행인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할 때 대열 주변에서 가자지구 상황을 알리는 유인물을 반포한 자원 활동가들은 평소보다 많은 행인이 유인물을 받아 들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그 유인물을 유심히 읽는 사람들도 많았다.

행진은 미국 대사관과 광화문, 인사동 거리를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으로 이어졌다.

광화문과 안국역 인근에서는 그곳에 있던 윤석열 퇴진 운동 참가자들 여러 명이 지나가는 행진 대열을 향해 박수를 치거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도착한 시위대는 대사관을 향해 기세 좋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마쳤다.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동료들과 집회에 참가한 방글라데시인 에스케이 씨는 기자에게 집회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한국 친구들이 많이 나오고, 방글라데시 친구들도 집회에 많이 와서 기쁩니다.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는 지금,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을지도 몰라요. 정말 마음이 아픈 일이고 앞으로도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를 바랍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학생 할림 씨와, 그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크발, 야야 씨도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참가자들의 마음과, 자유를 위한 외침이 아직도 울리는 것을 보고 감격했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팔레스타인에 대해 깊은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인 3월 30일은 ‘팔레스타인 땅의 날’을 맞아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 이날은 1976년 3월 30일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토지 강탈에 맞서 벌인 저항과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로, 올해로 49주년을 맞는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저항과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3월 23일 오후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3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