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500명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23일 오전 11시, 재한 방글라데시인들 중심의 ‘한국 무슬림 커뮤니티(KMC)’ 소속 이주민 약 500명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모였다.
재한 방글라데시인 사킬 씨는 “안산, 파주, 광주, 의정부, 포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였다고 전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서울로 삼삼오오 함께 온 이들이 많았고, 버스를 대절해서 오기도 했다.

파주 금촌에서 십수 명과 함께 참가한 한국인 김진희 씨는 “자영업자 분들은 주말에 가게를 보느라 못 나오기 때문에 참가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라고 전했다.
일요일 오전에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 온 모습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이들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주일 중 일요일만 쉴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인종 학살 중단하고,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 ‘팔레스타인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등이 적힌 영어 팻말을 들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팔연사)의 팻말을 들고 있었는데 팔연사 집회에서 받은 것을 간직하고 있다가 가지고 온 듯했다.
대열 맨 앞에 히잡을 쓴 여성들이 선 것도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들은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무슬림들은 평화를 바란다’ 하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서방이 전쟁의 책임을 팔레스타인 탓으로 돌리며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이 가장 크게 외친 구호 역시 “후 이즈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테러리스트!(누가 테러범인가? 이스라엘이 테러범이다!)“였다.
한 어린이 참가자는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는 쉽게 먹고 마실 식량이 있지만 가자지구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가자지구를 그렇게 만든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네타냐후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자신이 생전에 저지른 모든 짓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KMC의 한 조직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힘은 크지 않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보이콧을 호소했다.
한국어에 매우 능통한 방글라데시인 부신종 씨는 한국어로도 연설했다.
”얼마나 많은 휴전이 깨져야 세계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것입니까?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돼야 이스라엘에 책임을 지울 것입니까?“
그는 또한 트럼프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연대를 표했다.
”미국에서 우리는 동일한 억압을 보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팔레스타인인 대학생인 마무드 칼릴이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부당하게 구금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유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학생을 그의 정체성과 신념만으로 구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합니다!“
한양대에서 재료화학공학을 가르치는 방글라데시인 마누아르 교수도 발언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을 규탄하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했다.
본 기자와 팔연사의 박이랑 활동가도 연대자로서 발언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맞선 참가자들의 분노에 공감과 연대를 표하며, 이스라엘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또한 몇 시간 뒤에 있을 팔연사 집회를 알리며 참가를 호소해 일부 참가자들이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 KMC 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불과 며칠 만에 600명 이상 살해됐고 그중 200명이 어린이들이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것이 자기방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절대적으로 테러리즘이다.
”이것은 인종학살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가자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건재하고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의 고난을 보고 당신들의 외침을 듣고 있고, 결코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