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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

6월 24일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회의에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건’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안건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권으로 상정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내에서 반대 의견이 적잖아 안건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안건은 국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8월 민주노총을 방문해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위해 함께 손잡을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그간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해 온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정부 산하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해 왔다.

이미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 위기 극복이 사회적 대타협에 달려 있다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했다. 당시 노·사·정은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 파견근로 법제화 등에 합의했다. 그 합의로 비정규직과 빈곤층이 늘어나는 등 노동계급의 처지는 나빠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도 마찬가지다. 당시 잠정 합의안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 보장 대책은 두루뭉술한 반면, 노동자 양보가 매우 강조돼 있었고 사용자 지원책은 구체적이었다. 이 합의안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그때 노동자연대가 했던 능동적 역할 때문에 노동자연대는 민주노총 관료 기구로부터 배척을 당하기 시작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전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 집착을 적극 반대하며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또,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국회는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 쟁점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거기서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과거 노사정 대화가 가져온 노동자 권리 박탈 경험을 주로 주장했다.

그럼에도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노총의 ‘사회 대개혁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에 국회 판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양경수 집행부는 이미 국회 사회적 대화 실무 협의에 참여해 왔다.

이번엔 다르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화 테이블 유지를 위한 양보 압박만 클 것이다 ⓒ출처 〈노동과세계〉

양경수 집행부는 윤석열 퇴진 운동의 결과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것도 개혁 의제를 실현시키는 데 호재라고 여기는 듯하다. 또,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으면 개혁 입법을 실현하는 것에 유리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장기화·구조화되는 침체를 극복하고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노동계급의 양보를 얻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고 트럼프의 관세 공세까지 겹친 상황에서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이제는 여당)은 한국 자본주의 경제를 효율적으로 개혁하고 싶어 한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지원 문제에서 친기업적 목소리를 낸 이유다.

근본적으로 국회도 자본주의 국가 기구로서 기업주 등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중시한다. 그래서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를 앞두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던 와중에도 지난 3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우원식 의장 주재 하에 국민연금 개악안을 합의해 통과시켰다.

경제 위기가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공세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은 현재 국회 사회적 대화 논의 의제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사용자 측은 AI 등 새로운 산업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의제로 제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용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양경수 집행부가 “노동계에서 수용할 수 없는 킬러 의제를 선택”했다고 할 정도로 사용자 측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양대 노총은 특수고용직과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을 확대하는 내용을 의제로 제안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은 되겠지만, 이들의 고용과 임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에는 못 미치는 내용이다.

양경수 집행부는 “주고받기 식의 협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회적 대화의 논리 상 노동계도 양보해야 대화 테이블이 유지될 수 있다는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를 통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사회적 파트너십 추구는 노동운동의 투쟁성을 정치적으로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층에서 충분한 반대가 조직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계급 협력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 간 상생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자아내 노사·노정 간 계급 협조주의를 부추겨 투쟁을 억제한다. 노조 지도자들이 아래로부터의 투쟁보다는 상층 협상에 치중하게 만들고, 조합원들이 상층 논의를 쳐다보며 수동화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낸다.

또한 사회적 대화 바깥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투쟁을 고립시키고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사용자 측의 공세에 맞서 저항이 필요한 때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느라 투쟁 건설을 실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설사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계가 조그만 양보를 받아낼지라도 종합적으로 보아 노동자들의 손해가 훨씬 더 큰 이유다. 게다가 (아래로부터의 투쟁력이 약화되면) 그 양보는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성장”을 강조하고,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적극 지원을 약속한 것을 보더라도, 노정 교섭에서 이재명 정부가 사용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룰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며 노동자들을 방심시키고 위로부터의 개혁만 수동적으로 기다리게 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모순과 개혁 망설임을 경고하고 기층의 자신감과 조직을 끌어 올리며 투쟁 채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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