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대선 공약을 통해 본 이재명 정부의 모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됐다.

많은 자유주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번에도 ‘정책 [공약]이 실종된 선거’라고 개탄했다. “대선 정책·검증은 실종…증오·비방으로 얼룩진 22일”(〈한겨레〉)

대선 TV 토론이나 유세장에서 김문수·이준석 두 극우 후보가 내뱉는 말을 들어 주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둥, 자유 진영의 ‘병기창’이 되자는 둥 호전적인 군사 공약과 의료 이용 제한, 연금 삭감 등 노동계급 등 서민층을 공격하겠다는 노골적인 언사들도 넘쳐났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부실해지고 그만큼 기대도 낮아져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힘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세 차례 집권 동안 자신의 공약 중 지키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특히, 의료·교육·연금 등 각종 복지 공약이나 민주적 권리 보장 공약(국가보안법 폐지 등)은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개악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선거가 반복되면서 개혁이라 할 만한 공약들은 아예 점차 사라져 갔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 사이의 공약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일 자체가 별 관심을 끌기 어려워진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윤석열과 그 일당의 쿠데타 미수와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그러나 정작 쿠데타 주범인 윤석열과 핵심 공범들은 불구속 상태로 여전히 활보하고 있고, 쿠데타를 옹호한 김문수와 그 측근들이 뻔뻔하게 계속 집권하겠다며 대선 후보로 나온 상황이기도 하다.

이 자들은 쿠데타로 민주당과 좌파, 노동운동 등을 짓밟아야 한다고 여기는 자들이다. 애당초 공약 따위에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상대방이야말로 진짜 악이라고 비방해 반사이득을 얻으려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자신의 공약을 차분히 설명하려 해 봐야 혼탁한 시궁창에 꽃잎을 띄우는 것처럼 별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린 측면이 크다.

따라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첫째 핵심 공약으로 결국 내세운 것은 필요하고 옳은 선택이었다. 정부 기관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재기의 기회만 엿보는 쿠데타 세력을 척결하는 것은 진보 진영에 사활적 과제이기도 하다.

“국민 통합?”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반통령’이 되지 않겠다며 중도 우파 쪽으로 팔을 크게 벌렸다. 그 과정에서 공약들도 전반적으로 우클릭했다.

극우에 맞서며 개혁을 쟁취하려면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출처 이재명 캠프

원래 대대로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는 모순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분배(서민층 소득 증대)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이윤의 원천 확대)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이 둘이 동시에 이뤄질 여지가 다소 있지만, 오늘날 같은 장기적·구조적 불황 속에서는 단호한 계급투쟁 없이는 기업 이윤과 노동자 임금이 제로섬 게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집권 후 민주당은 대체로 실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왔다.

이번에도 그런 모순이 여전하지만, 성장 쪽에 확실한 강조가 실렸다. 이재명 후보의 트레이트마크라 할 수 있는 복지 공약, 이른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가 대부분 사라졌다. 3년 전 대선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던 복지 공약들은 맨 뒤로 밀려나고 성장 공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자세히 찾아보면, 복지를 늘리고 노동자 권리(예컨대 노조법 2, 3조 등)를 보장하겠다는 언급이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가 대선 TV 토론 내내 요리조리 답변을 피한 것처럼 언제, 얼마나 하겠다는 것인지가 모조리 빠져 있거나 모호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안 하겠다고 한 적 없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하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는 말은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이재명은 재정이 어려워 당장에 복지를 늘릴 수 없다며 성장을 위해 각종 감세 혜택을 늘리겠다고 한다. 의료 개혁을 하겠다면서 정작 재정을 늘릴 방안은 없고, 저소득층 노인들의 의료 ‘쇼핑’을 더 문제 삼는다.

우클릭이 더 두드러지는 부분은 안보 분야다. 우주전략사령부를 신설하고, 군사 위성을 늘리고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에 막대한 예산을 쓰겠다고 한다. 심지어 ‘방위산업 4대 강국’도 주요 목표다. 핵추진 잠수함 계획은 뺐는데 미국의 ‘민감 국가’ 지정 때문에 공개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한미동맹도 더 강조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의 공약은 쿠데타 이전으로의 회귀에 가깝다.

따라서 당장에는 쿠데타 세력을 찾아내 처벌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겠지만, 곧 다른 불만도 커질 것이다.

우파와 타협하고 공존하려는 시도는 ‘내란 극복’조차 어정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극우는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군대, 경찰, 검찰 등 무력 기구들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 기관들에 남아 있는 쿠데타 동조 세력들의 반격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목표를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쿠데타 동조 세력은 대선 무효를 내세우고 있다.

좌파는 극우에 맞서면서도 이재명 정부하에서 자신의 삶을 개선하거나 지키려는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저항과 투쟁을 고무하고 연대를 구축하려 해야 한다. 지난 반년 동안 거듭 확인한 것처럼 아래로부터의 저항이야말로 극우와 쿠데타 세력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자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