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노총 지도부 간담회:
“고용 유연성”을 추진하려고 사회적 대화 촉구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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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금)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산별노조 대표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3월 24일 한국노총 지도부 간담회에 이어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난 것이다.
간담회에서 이재명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촉구했다. 노동계를 “들러리” 세워서 화나게 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은 제대로 된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 볼 테니 믿고 참여하라는 것이다.
그간에도 이재명 정부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경사노위로 끌어들이려고 꽤나 공들여 왔다. 올해 2월 양대 노총과 각각 노정협의체를 발족했고, 공무직 노동조합들과 정부의 교섭을 제도화한 공무직위원회법도 통과시켰다.(애초 노조의 요구보다는 후퇴했지만) 노조 지도자들과의 다양한 협의 기구를 운영하며 민주노총 지도부도 챙겨 온 것이다.
이번 간담회 후에 〈한겨레〉는 “이 대통령-민주노총 회동, 노사정 테이블 정상화 계기 되길”이라는 사설을 냈다. 진보당도 “상시적 대화 구조를 제안한 것은 분명 의미 있[다]”며 반겼다.
그러나 이재명이 꺼내 든 의제들을 보면 이재명 정부 하의 사회적 대화도 과거와 별 다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지난해부터 이재명은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을 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해 왔다. 올해 3월 경사노위 첫 회의에서도 ‘쉬운 해고’를 꺼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두고 노사정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을 더 늘릴 테니 “쉬운 해고”를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역대 정부들이 반복해 온 노동개악 의제 중 하나다.
또 이재명은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결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겨우 2.9퍼센트 인상했다. IMF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첫해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이러니 이재명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은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확대가 정규직 탓이라는 전제를 공유한다. 대기업 정규직이 고용과 임금을 모두 지키고 있으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규직은 절대 안 뽑게 돼 버렸[다]”며 말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정규직 대거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쉽도록 고용 유연성(쉬운 해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경기 후퇴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보다 계급 간 격차(양극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동자 내 격차를 과장되게 주목하며 정규직 고용 안정성을 공격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하향 평준화를 받아들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실제로 정부와 사용자들의 직무급제 도입 추진 이유는 정규직 임금 억제다.
노동 존중과 계급 타협
이재명은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 때문에 1년 11개월 만에 해고되는 일이 벌어진다며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제도의 한계를 말하는 걸로는 충분치 않다. 사실 기업주들도 마찬가지로 말하며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을 요구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기한을 4년으로 연장하려고 했었다. 이재명의 발언 후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2년 제한법’ 이번엔 손보나” 하는 기사를 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진정으로 비정규직 해고를 막으려면 상시·지속 업무에 기간제 사용 자체를 제한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은 또 다른 노동개악일 뿐이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이재명 정부도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것에 무게 중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재명은 “[노사] 양자를 적절하게 조정해서 노동도 존중되고 산업 경제 발전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미국의 패권적 전쟁 추구로 세계적인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이재명의 줄타기는 심각한 모순에 봉착할 것이다.
지금껏 이재명 정부는 AI 산업 육성과 같은 경제 성장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며 노동자를 위한 개혁은 후순위에 있었다.
지난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지만, 이후 시행령과 해석지침에서는 법안보다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제약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성 보장, 노동시간 단축 등과 같은 쟁점 등은 정부의 후순위로 가 있다.
집권 초 산업재해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 확대처럼 사용자들의 반발이 큰 사안은 추진하지 않는다.
방바닥 온기
이 때문에 이번 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아궁이에 불을 떼는 것은 같은데, 방바닥에 온기를 아직은 느낄 수 없다”며 실질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그런데 막상 양경수 위원장은 간담회 공개 발언에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에 연신 감사를 표했을 뿐, 이재명의 “고용 유연성” 발언이나 노란봉투법 후퇴 등을 비판하진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제까지 이재명 정부에 대해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해 왔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해 7월 15일 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의 대화 기조가 우선순위로 배치되면, 노동자들의 경계 태세를 흐리게 하거나, 투쟁을 치고 나가기 부담스럽게 한다. 정부가 민주노총 지도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바로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성과 국가간 무력 충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사용자들의 공격을 막고 얼마간의 개혁을 성취하려 해도 만만찮게 투쟁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의 노동 정책이 노동자 공격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며 투쟁 건설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