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극우 시위 이후:
어떻게 그 흐름은 뒤집힐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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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이미 성문 앞에 있다. 나치 토미 로빈슨이 영국 파시스트 세력의 역사적 돌파구를 열었다.
9월 13일, 파시스트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10만 명 넘게 런던 중심부로 몰려들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 극우 결집이었다.
게다가 나이절 퍼라지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가 이 흐름을 뒤집으려면, 노동운동 내 몇 가지 중요한 논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의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
파시스트들에 맞서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낼 수 있는 사회적 세력들이 존재한다.

첫째, 조합원이 600만 명인 노동조합 운동은 수십만 명을 거리로 모을 힘이 있다.
그런데 왜 노동조합 운동은 제대로 동원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할 첫째 핵심 논쟁이 이것과 관련돼 있다.
상당수 노동조합 관료층은 긴축 정책 때문에 극우가 부상했다고 본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주장은 영국개혁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들춰내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극우가 제기하는 ‘정당한 우려’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는 결국 이주민이 문제라는 주장에 일정 부분 타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전략은 극우를 움직이는 동력을 오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나 나이절 퍼라지 같은 자들은 자신을 ‘반反기득권 인사’나 ‘아웃사이더’인양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초부유층에 속한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수호자들이다.
인종차별은 그들이 이 모순을 해결하는 핵심 수단이다. 트럼프는 완전고용, 생활 수준 향상, 경제 호황이 있었던 시절의 ‘아메리칸 드림’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 ‘꿈’은 흑인, 여성, 성소수자들에게는 언제나 악몽이었을 뿐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내세운 이데올로기는 미국의 번영을 백인, 특히 백인 남성만이 누릴 ‘태생적 권리’로 포장했다. 트럼프는 그런 백인의 우월감을 되살리겠다며, 이주민과 ‘워크 좌파’를 공격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영국개혁당과 극우 세력은 트럼프와 비슷한 전술을 쓴다. 이들은 과거 영국이 ‘제조업을 하고’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갔던 이상적인 시기가 있었다며, 그때는 이주민이 많지 않았고 여성은 자기 분수를 알았다고 말한다.
극우가 오랜 신자유주의와 긴축 정책에 분노한 대중의 감정을 파고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영국의 ‘국가적 쇠퇴’ 서사를 엮어내는 핵심은 결국 이주민들이 ‘대규모’, ‘불법’으로 들어오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긴축에 맞선 싸움이 부차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좌파는, 실패와 배신으로 극우를 키우고 있는 노동당 정부에 맞서야 한다. 거리와 파업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수십만 명 규모의 새로운 좌파 정당이 탄생한다면 이런 투쟁을 고무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주의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민을 적대하는 인종차별이야말로 영국개혁당과 극우를 부상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이주민이 아니라 사장들이 문제다’라는 계급적 관점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극우와 맞서는 데 핵심이다.
많은 노조 지도자들이 조합원들과 갈등이 생길까 두려워서 이주민 문제를 언급하길 꺼린다. 하지만 노동조합 내에서 인종차별 문제로 논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태도를 바꾸려면 기층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해야 한다. 일터 내 인종차별 반대 활동에 다시 힘을 실어 노조 지도부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 연대체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도 이러한 압력을 넣는 방법 중 하나다.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는다면, 극우와 인종차별의 세력이 확산돼 결국 노동조합은 물론 좌파 전체까지 집어삼킬 것이다.
둘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수백만 명을 거리로 이끌었다. 우리는 파시스트들이 이 운동에도 위협이 된다는 주장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파시스트들은 이미 팔레스타인 관련 행사들을 공격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난민, 무슬림, 흑인과 갈색 인종 등 이주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파시스트들의 표적이다. 이번 파시스트 시위에서는 ‘지금 당장 재이주시켜라’ 하고 요구하는 현수막이 등장했다.[백인을 제외한 모든 이주민들을 ‘출신국’으로 추방하라는 요구다. — 편집부]
우리가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을 방치한다면, 분열이 커지고 인종차별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가 시온주의 반대 입장을 채택하지 않는 탓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극우와 맞서 싸우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는 이스라엘 극우 정부와 이들이 벌이는 인종학살을 공개적으로 규탄해왔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주요 인사들을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 집회에 연사로 세우고 있다.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는 최근에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의 가자지구 계획은 본질부터 인종차별적이다.
“그 계획은 인종청소를 뜻하며,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인종 학살과 기아 조장, 그리고 인권 단체들이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한 악행의 바탕이 된 팔레스타인인 인종차별과 뿌리를 같이한다. 노동당 정부는 이를 규탄해야 한다.”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는 극우의 위협에 맞서 거리에서 최대한 폭넓은 연대를 만들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조직하려는 공동전선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주의노동자당(SWP)처럼 이스라엘이라는 정착자 식민 국가 자체를 해체하고 모든 이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단일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하는 세력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는 영국 내에서 인종차별을 겪는 피억압 집단들을 공동의 행동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기 위한 연대체이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로마인이든 흑인이든 갈색 인종이든 모두와 함께하려 한다. 그래서 극우와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행동할 때 시온주의에 반대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9월 13일은 영국에서 파시스트들이 본격적으로 돌파구를 연 날로 기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좌파와 노동운동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말뿐인 구호를 대중 행동으로 바꾸고, 흐름을 뒤집기 시작한 날로 기록될 수도 있다.
앞으로 갈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길 수 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