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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 영국 런던 10만 파시스트 집회는 위험 신호다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시스트 동원 세계의 좌파와 노동운동에 울리는 경종 ⓒ출처 Guy Smallman

10만 명이 넘는 파시스트·인종차별주의자들이 9월 13일(토) 런던 도심을 뒤흔드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극우 동원이었다.

나치인 토미 로빈슨이 주도한 이날 행진은 파시즘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 정부가 그동안 극우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한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 줬다.

파시스트들은 화이트홀가(街)에서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동원한 2만 명을 에워싸고 몇 시간 동안 오도가도 못하게 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트라팔가광장을 메운 파시스트들에 당당히 맞섰다. 그러나 그날의 시위는 전체 운동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었다. 극우와 인종차별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극우 행진의 큰 규모 자체도 중대한 경고 신호지만, 그 폭넓은 구성도 중대한 경고였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파시스트 깡패들과 함께 행진했다.

대열 곳곳에 “난민선을 막아라” 현수막이 보였다. 총리 스타머가 “아시아 그루밍 갱[아시아인 범죄 조직이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적으로 착취한다는 인종차별적 비방 — 역자]”을 돕는다고 비난하는 자들도 있었다.

극우인 영국개혁당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깃발이나 이스라엘 깃발도 군데군데 펄럭였지만, 행진을 뒤덮은 것은 영국 국기와 잉글랜드 깃발이었다.

‘대교체’ 음모론 같은 파시스트들의 음모론을 지껄이는 자들도 있었다. 한 현수막에는 “우리는 안다, 우리를 교체하려 드는 너희의 음모”라고 적혀 있었다.

트랜스젠더 혐오적인 현수막도 있었다. 트랜스젠더 혐오가 극우의 동원 의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애국적 대안’을 비롯한 파시스트 단체들이 유인물을 반포했다. ‘애국적 대안’의 한 유인물은 “영국 토착민들이 이등 시민 취급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우는” 단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파시스트 깡패들이 ‘인종차별에 맞서자’ 대열 바로 뒤에서 행진해 오고 몇몇은 그 대열을 헤집을 때, 런던 시경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경찰은 전국에서 병력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연금 생활자, 성공회 목사 등 800여 명을 현수막을 들었다는 “죄목”으로 체포했는데 말이다.

파시스트들은 인도에서 치고 들어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공격하려 하다가, 아예 화이트홀가로 밀고 들어왔다.

파시스트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병 따위를 던져 대며 “오오, 토미 로빈슨”을 연호했고, 인종차별적 욕설을 몇 시간 동안 퍼부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오후 6시 30분쯤에야 그곳을 벗어나 그린파크 전철역으로 행진할 수 있었다.

시사점

중요한 교훈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그 시위는 영국의 핵심 권력층이 극우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견해를 얼마나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보여 줬다.

영국의 파시스트들은 세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운동을 건설해 왔다. 난민 숙소 앞에서 벌이는 난민 반대 시위, 아시아계·무슬림 남성이 특히 여성을 위협한다는 “그루밍 갱” 거짓말, 올여름 잉글랜드 깃발 달기 운동.

노동당은 모든 쟁점에서 후퇴하는 것도 모자라, 재빨리 우경화해 극우보다 “더 인종차별적”이려고 애썼다.

[강도 높은 이민 통제 정책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이벳 쿠퍼는 내무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후임 내무장관 사바나 마무드도 이민 문제에서 “강경”하기로 악명 높다.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 벌어진 일이 이제 영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실패에서 주의를 돌리려고 이주민·난민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는 인종차별적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성 보수·자유주의 정치인들은 그들 자신이 우경화해 인종차별적 극우를 앞지르려 했다.

하지만 이는 파시스트 세력을 비롯한 극우가 성장할 토양을 마련해 줬을 따름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과정으로 힘을 받아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형제당의 지도자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영국에서는 나이절 퍼라지와 [그가 당 대표로 있는] 영국개혁당이 극우의 의제를 주도하고 있다.

둘째 교훈은 영국개혁당이 난민 반대 시위를 비호하는 쪽으로 선회함으로써 우익이 파시스트들과 함께 행진하기 더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퍼라지는 영국개혁당과 로빈슨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지금도 퍼라지와 로빈슨은 동맹 관계가 아니지만, 올여름을 거치며 영국개혁당은 거리 운동을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예컨대 영국개혁당 에핑·에식스 지역당 부의장이 나치와 한 무대에서 연설한 일을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폭로한 바 있다.

영국개혁당의 이런 선회는 그들보다 더 극우적인 세력들의 정당성과 힘을 키워 줄 것이다.

셋째 교훈은 이민 문제에 대한 극우의 거짓말을 반박하는 것이 영국개혁당과 파시스트에 반격하는 데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좌파와 노동조합 운동의 많은 부분은 극우의 친기업 정책에 초점을 맞추려 하거나, 극우 부상의 제1 원인이 긴축이라고 주장한다. 퍼라지와 극우가 오랫동안 계속된 신자유주의 정책과 재정 긴축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의 분노에서 득을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민자 “대규모” “불법” 유입에 대한 반대야말로 영국 극우가 내세우는 “국가적 쇠락” 담론의 핵심이다.

‘인종차별에 맞서자’의 반파시즘 담당자 루이스 닐슨은 화이트홀가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오늘 집회에 나오신 모든 분께 호소드립니다. 여러분은 단순 참가자여서는 안 됩니다. 오늘 시위에 나온 것에 그치지 마십시요. 조직자,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

“영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합니다. 모든 중고등학교와 대학 캠퍼스, 일터에서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우리 편의 머릿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다음 논쟁으로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첫째, 저들의 정체를 있는 그대로, 즉 파시스트라고 폭로해야 합니다. 토미 로빈슨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파시스트가 아닌 척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이민 문제에 대한 정당한 우려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이민 문제를 두고 [극우와] 점잖게 토론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해야 합니다.”

9월 13일은 영국에서 파시스트들이 돌파구를 연 날로 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좌파와 노동운동이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극우에 맞서 국면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경종이 울린 날로 기억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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