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이재명 정부의 지지부진한 진상 규명, 악어의 눈물 흘리는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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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다.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와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유가족을 배제한 채 ‘셀프 조사’를 하고 있는 데다, 8월 말로 예정됐던 콘크리트 둔덕 조사 결과 발표가 연말로 미뤄지면서 유족의 불신과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어도 국토부에는 참사 책임자들이 다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참사 당시 여객기는 조류 충돌 직후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발생했고, 랜딩 기어(착륙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10초 만에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해 폭발했다.
〈뉴욕타임스〉의 탐사 보도에 참여한 유가족 이준화 씨는 “사고의 원인이 있겠지만, 죽음을 낳은 원인도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충돌 시 부러지기 쉬운 물체로 만들어져야 할 로컬라이저가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있던 것이 치명적 인명 피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1999년 최초의 무안공항 설계도에는 “충돌 시 치명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로컬라이저를 부러지기 쉬운 자재로 만든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실제 시공된 설계도에는 콘크리트 지지대가 세워지고, 그 위를 콘크리트 상판이 덮는 형태로 변경됐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공사 현장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흔히 선택되는 자재라고 지적한다. 왜 설계가 변경됐고 어떻게 승인됐는지, 그 책임자들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야 하지만 국토부는 관련 자료가 없다고 말한다.
무안공항을 시공한 금호건설 컨소시엄은 설계 심사에서 3위였으나 최저가를 제시한 덕분에 결국 낙찰됐다. 현재 금호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안전 규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국토부는 2007년 무안공항 개항 6개월 전, 둔덕이 활주로에서 너무 가깝다는 점도 파악했으나 시정하지 않았고, 이 점 또한 참사 발생의 한 요인이었다.
또한 한국공항공사는 불과 참사 10개월 전 개량 공사에서도 둔덕의 기존 콘크리트 상판을 덧대 강화했다. 2020년 한국공항공사가 발주한 개량 사업 용역 발주서에는 “계기착륙시설[로컬라이저] 설계 시 부러지기 쉬운 성질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설계를 맡은 업체 안세기술의 둔덕 위에 콘크리트 상판을 덧대는 안을 채택해 2023년 시공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매년 실시하는 공항 안전 점검에서 ‘로컬라이저 시설 및 장비가 부러지기 쉽게 설치됐는지’ 묻는 점검 항목에 18년 연속 ‘S(만족)등급’을 줬다.
진상 규명에 미온적인 이재명 정부
유가족 50여 명은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유가족은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 규명과 국토부로부터 사조위의 독립, 6개 공항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 등을 촉구했다.
그중에서도 진상 규명을 위해 사조위와 별도로 독립성과 수사 권한을 갖춘 특조위를 구성해 유가족의 조사 과정 참여와 신뢰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요구는 완전히 타당하다. ‘12·29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6월부터 시행됐지만, 해당 특별법은 진상 규명에 관한 조항 없이 피해 지원만 다룬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지난 7월에 사조위는 조사 중간 결과를 유가족에게 공개했는데, 엔진 자체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더 크게 손상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엔진을 끈 것이 문제라며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유가족과 조종사 노조는 참사의 책임을 모두 조종사에게 떠넘기는 셈이고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핵심 문제인 콘크리트 둔덕에 관한 조사 결과는 8월 말 발표 예정이었으나 연말로 연기됐다.
유가족 협의회는 국토부로부터 독립적인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대통령실과 전남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9월 12일에는 경찰에 독립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 유족들은 “민주당은 참사 해결에 발 벗고 나서라” 등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에 항의하는 팻말들도 들었다.
이번 참사가 벌어진 전라남도 무안군은 민주당의 텃밭이자 민주당이 지역 집권당으로서 오랫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을 운영해 온 곳이다. 정부와 국회 다수당인 여당이 유족의 요구를 외면하는 데에는 이런 점이 고려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위선적인 국힘과 극우
이처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자라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참사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문제라며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국힘 최고위원 양향자는 ‘민주당 호남 의원들은 뭐하냐’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9월 24일 유가족 협의회와 만났다.
그러나 더한층 극우화 중인 친기업 정당 국힘은 민주당과 정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위선적으로 유족을 위하는 척할 뿐, 참사 원인과 책임자를 명확히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이윤 우선 사회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년간 국힘과 민주당 정부 모두에서 국토부는 무안공항 안전 점검에서 S등급을 줬다. 앞서 언급한 참사 발생 10개월 전의 공항 개량 공사는 윤석열 정부하에서 이뤄졌고, ‘셀프 조사’ 사조위도 윤석열 정부가 만들었다. 즉, 국힘은 썩어 빠진 문제의 일부다. 세월호·이태원 참사의 주범인 정당이 무슨 자격으로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운운하나?
이번에 참사 유족을 접견한 양향자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던 2020년에도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기업 처벌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극우 대학생 단체 ‘시국에 행동하는 대학생 연합’(시대연)은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무안공항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월 대학가에서 계엄을 옹호하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대학생 단체 자유대학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이다.
이들이 옹호하는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자이자 진상 규명을 방해한 자다. 채 해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대령은 윤석열의 쿠데타에서 이른바 ‘수거’ 대상이었다. 시대연의 무안공항 참사 진상 규명 촉구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가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에 나서지 않는다면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며 윤석열을 퇴진시킨 사람들 사이에서 배신감과 환멸을 키우고, 극우들은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다.